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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트럼프, 안보보좌관 3번째 해고… "불안정이 백악관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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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해고 트윗' 12분 후, 볼턴 "내가 먼저 관둔다 했다" 반박

한국 與圈 "미북 협상에 다시 속도"… 힐 前차관보 "큰 변화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강한 의견 충돌을 이유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백악관에 더는 필요 없다"며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2년 8개월 만에 백악관의 최고 안보 참모가 세 번째로 낙마한 것이다. CNN은 "불안정이 백악관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오쯤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며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고 오전에 나에게 전달됐다"며 "다음 주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지난 2월 미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존 볼턴(왼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마이크 폼페이오(가운데) 국무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을 ‘트윗 경질’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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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보좌관은 이날 오후 1시 30분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백악관에서 9·11 테러 18주기를 맞아 이란 등에 대한 새로운 제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백악관 대부분이 눈치 못 챌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경질이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고 트윗'이 나온 지 12분 뒤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저녁 내가 (트럼프에게) 사임을 제안했다. 트럼프는 '내일 얘기하자'고 말했다"며 반박했다. 잘린 게 아니라 제 발로 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란 존칭도 쓰지 않았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선 "나는 적절할 때 발언권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6월 북한 김정은과 판문점 회동도 반대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반적'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단언했다가 트럼프로부터 공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 경질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예정됐다가 전격 취소된 트럼프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인 탈레반 대표와의 비밀 회동과 관련한 갈등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에 반대하는 볼턴 보좌관이 이 비밀 회동을 NYT 등 언론에 미리 흘렸다고 확신하고 이에 격분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의 퇴장으로 대북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 볼턴을 '인간쓰레기' '흡혈귀'로 부르기도 했다. 그는 미·북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질 때마다 북한을 압박하는 '배드캅'의 역할을 해왔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볼턴 보좌관의 경질로 미국이 북한의 실무 협상 제안에 응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볼턴 보좌관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밀려)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뗀 지 이미 한참 됐다"며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미국의 대북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볼턴 보좌관 경질에 대한 질문에 "우리 정부가 이야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퇴장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에 다시 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볼턴 보좌관 해임은) 당연히 북한한테는 좋은 메시지"라며 "볼턴 방식은 결국 '리비아 방식'인데 그런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인식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방식'은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하는 것이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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