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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른 것" "내가 관둔 것"… 트럼프와 참모들 지저분한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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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뒤 사임한다는 매티스에 "당장 그만둬라… 내가 자른 것"

틸러슨은 아프리카 순방 중 호텔 화장실서 해고 귀띔 받아

경질된 참모들 폭로전 잇따라… 백악관, 전직들 입단속에 골머리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일 워싱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연설 중 청중을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72) 미국 대통령이 참모들과 매번 '지저분한 결별(messy breakup)'을 하고 있다고 10일 더힐 등이 전했다. '지저분한 결별'은 연인이나 부부가 헤어질 때 상대의 약점을 까발리는 것, 이별을 일방 통보하거나 '잠수'를 타 뒤통수를 치는 것, 헤어지고도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는 것 등을 말한다.

존 볼턴(70)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누가 먼저 이별 통보를 했느냐'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10일(현지 시각) 정오쯤 "볼턴을 경질한다"는 트윗을 올렸는데, 12분 뒤 볼턴이 "내가 관둔다고 먼저 말했다"며 작성해둔 사직서 공문을 올렸다.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 말이 맞는다"고 하자, 볼턴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맞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처럼 트럼프의 참모들이 잘린 건지 제 발로 나간 건지 모호한 경우가 많다면서, 해고(fire)와 사임(resign)을 합성한 'firesign' 'resire' 같은 신조어도 생겼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TV 리얼리티쇼에서 구직자 면전에서 "넌 해고야(You're fired!)"를 외쳐 유명해진 만큼, 참모가 못 견디고 나갈 때조차 자신이 강력한 인사권을 휘두르는 모양새를 만들려고 집착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69) 전 국방장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는 매티스가 지난해 말 "2개월 뒤 사임"을 발표할 때 가만히 있었으나 그가 사임 서한에 "동맹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자신을 비판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돌변했다. 매티스에게 두 달여 잔여 임기도 채우지 말고 나가라며 "이건 내가 자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렉스 틸러슨(67) 전 국무장관은 아프리카 순방 중 호텔의 화장실에 있다가 '보스의 심기가 불편하다. 모욕적인 트윗이 올라올 수 있다'는 백악관 비서실장의 귀띔 전화를 받았다. 틸러슨이 급거 귀국길에 올라 미국 땅에 도착한 뒤 트럼프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을 때는 트럼프의 '해고 트윗'이 전 세계에 퍼지고 3시간이 지난 뒤였다. 또 트럼프는 제임스 코미(58)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경질할 땐 경호원을 법무부에 보내 통보했고, LA 출장 중인 코미는 TV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CNN은 "요즘 백악관의 최대 과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다 경질된 참모들이 트럼프의 치부를 폭로하지 않게 입을 막는 것"이라고 5일 보도했다. 오마로사 매니골트 뉴먼(45) 전 대외협력국장이 지난해 모욕적으로 경질된 후 '트럼프가 유색인종·여성 차별 발언을 일삼고 참모들조차 대통령을 얼간이로 불렀다'는 내용의 책(Unhinged·정신 나간)을 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존 켈리(69) 전 비서실장도 올 초 사임할 당시 "트럼프 재임 중엔, 날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폭로) 책을 내지 않겠다"며 '휴전' 약속을 했다고 한다. 켈리는 트럼프의 맏딸과 사위인 이방카-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의 행태를 가장 잘 알면서 못마땅해한 인물이다. 트럼프의 '문고리 권력'이라 불린 비서 매들린 웨스터하우트(28)도 최근 대통령의 막내딸에 대해 기자들에게 이야기했다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당시 트럼프는 트위터에 "웨스터하우트와는 비밀 유지 협약을 맺었다"면서 "하지만 그녀는 매우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 협약을 꺼내야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내보내는 참모의 입막음을 위해 '비밀 유지 협약'을 맺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면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백악관의 골칫거리라고 한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NSC 보좌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대사,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장 등은 나쁘지 않은 모양새로 사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 비판적인 책을 집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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