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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THE 세계 대학평가] 선진국 이공계 펄펄나는데…국내大는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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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은 주요 선진국 이공계 대학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국내 이공계 대학들의 이 같은 하락세는 국가 경쟁력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THE(타임스고등교육)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 THE 세계 대학 순위(THE World University Rankings 2020)'에 따르면 국내 대표 이공계 대학인 KAIST는 110위, POSTECH은 146위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2계단, 4계단 하락한 순위다. 두 대학은 해당 순위에서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주요 선진국의 대표 이공계 대학은 순위가 오르는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는 작년 세계 5위에서 올해 2위로 뛰어올랐으며,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작년 51위에서 올해 3계단 오른 48위를 기록했다. 중국과학기술대는 작년 93위에서 올해 80위로 상승했고,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는 작년 108위에서 올해 93위로, 호주 퀸즐랜드공과대는 작년 201~250위권에서 올해 179위로 도약했다. 세계 대학 순위 '톱10'에 이공계가 강한 영국과 미국 명문대가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기술 개발을 이끌어야 하는 국내 이공계 대학들의 경쟁력 약화는 미래 국가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이공계 대학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이 보다 확대되는 한편 연구의 양보다는 질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교수 평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난양공대나 홍콩과학기술대 같은 경쟁 대학들에 비해 정부의 지원 규모가 굉장히 작은 편"이라며 "난양공대는 전체 예산에서 정부 지원 비중이 70%나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정부 지원을 많이 받는 편인 KAIST만 해도 정부 지원 비중이 2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명문 이공계 대학들이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을 등에 업고 역량 있는 학자를 스카우트하는 데 반해 국내 대학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 총장은 "KAIST나 포스텍은 좋은 교수를 외국 대학에 뺏기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KAIST 연봉의 2배를 주겠다, 초기 정착 연구비의 10배를 주겠다고 제안하며 데려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인 석학을 초빙하려면 그들을 유치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학 연구의 '양'이 아닌 '질'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평가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POSTECH 관계자는 "양보다는 질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빠르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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