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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 사이로 슬로프 질주… 뜨거운 계절에도 ‘눈밭 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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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스키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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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포천시 베어스타운을 찾은 스키 마니아가 피스랩이 설치된 슬로프에서 스키를 즐기고 있다. 이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 본 스키어들은 “눈밭에서 타는 것과 느낌이 비슷하다”고 입을 모았다. 포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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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프는 하얗게 덮였는데 주변은 녹음이 울창하다. 스키 동호인들은 스키 에지(가장자리)로 방향을 요리조리 틀어가며 슬로프를 질주한다. 낮 기온이 20도 후반까지 오르는 ‘여름’이지만 경기 포천시에 있는 스키장 베어스타운에는 스키 부츠를 신고 스키나 스노보드를 든 사람들이 바쁘게 리프트로 향한다.

한여름 흰 슬로프의 정체는 ‘피스랩(PIS LAB·사진)’이다. 특수 플라스틱 슬로프로 사계절 즐길 수 있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도입하는 스키장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는 베어스타운이 올해 처음 도입해 7월 27일 개장했다. 이용객은 11일 현재 5000명을 넘겼다.

속도가 눈밭에 비해 조금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겨울이 아닌 풍경을 감상하며 슬로프를 지치는 점은 매력적이다. 사계절 스키에 푹 빠져 시즌권까지 구입한 박영현 씨(35)는 땀을 흘리면서도 “겨울에는 보기 힘든 푸른 숲 뒤로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스키를 타는 맛은 겨울에 절대 느낄 수 없다”며 웃었다. 스노보드스쿨을 운영하는 스키 입문 27년 차 봉민호 교장(45)은 “실제 눈에서 타는 것과 느낌이 90%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바른 자세를 연습하려면 설상(雪上) 스키보다 피스랩 위에서 스키를 타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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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스키는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전문 선수들에게도 희소식이다. 비용 때문에 전지훈련을 떠날 수 없는 선수들에게 훈련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패럴림픽 메달을 목표로 훈련하는 장애인 스키선수들의 호응이 좋다. 넉넉지 못한 후원 때문에 전지훈련이 쉽지 않았는데 따뜻한 날씨에도 훈련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신명수 장애인스키협회 스노보드 국가대표 코치(40)는 “사계절 모두 스키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 생기면서 올가을에 이곳에서 국가대표 장애인선수단의 기술 훈련과 함께 유망주 신인 선수들까지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실제 최근 방문한 베어스타운 피스랩 슬로프 아래쪽에서는 장애인 스키를 신은 사람들이 적응 훈련을 하고 있었다. 장애인 겨울체육 관계자들은 이 시설이 겨울스포츠 접근이 어려운 비선수 장애인들의 생활체육 기회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어스타운 측도 “대한스키협회 및 장애인체육회 측과 계속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계절 스키를 즐기려면 전용 스키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강도 높은 플라스틱을 지치는 방식이기 때문에 스키 밑판이 ‘갈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피스랩 전용 스키는 에지 양 끝을 철제로 마감해 강도를 보완했다. 가격은 비슷한 품질이면 겨울 스키의 80% 수준이다. 현장에서 빌려 탈 수도 있다. 바닥이 거친 만큼 두께감이 있는 긴 상하의와 헬멧 등 보호대는 꼭 해야 한다. 부츠 등 물품은 겨울용 장비를 그대로 써도 된다.

포천=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