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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철도 2시간대 생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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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의 교통 정책 중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이 있다. 10년씩 중기 단위인데 5년마다 내용을 보완한다. 1차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였다. 2차는 2011~2020년, 3차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다. 이런 식으로 중첩해 새로 짠다. 전국 고속철도 건설을 비롯해 대도시 주변 광역 철도와 수도권 이외 지방에서의 지역 간 철도 사업을 다 아우른다. 3차까지 잡힌 계획으로는 기존 사업 49개와 신규 사업 36개로 완성되면 철도 총연장은 6133㎞로 늘어난다.

정부 구상은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어디든 철도로 두 시간대에 도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를 목표로 잡았지만 일부 늦춰질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이나 목포까지는 이미 두 시간대에 도착하는 고속철도가 자리 잡았다. 서울에서 강릉까지도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두 시간을 이뤄냈다. 지방 간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한 계획도 촘촘하다. 6~7시간 걸리는 광주~강릉, 강릉~부산, 광주~부산 등도 2~3시간대로 좁히려는 목표다.

이런 야심 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울을 기점으로 두 시간대를 이뤄내지 못한 두 곳이 있다. 경남 거제와 전남 여수다. 거제는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넘어가도 된다. 철도로는 김천~진주~거제 노선이 올해 5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선정 때 길을 텄다. KTX 남부내륙선 전철화 사업이다. 본사업을 마치면 서울~거제도 두 시간대를 완성할 수 있다.

유일하게 남는 곳이 여수다. 2012년 해양엑스포 개최 후 여수는 남부에서 관광객 유치로 첫손에 꼽히는 뜨거운 도시로 떠올랐다. 한려수도의 중심으로 수려한 다도해 정취를 즐길수 있어서다. 하지만 서울~여수는 3시간을 넘는 구간이다. 중간 기착역을 줄이면 2시간40분 주파가 가능하지만 걸림돌이 많다. 아직도 익산~여수 구간에서는 시속 120㎞로 달리는 반쪽 고속철도이기 때문이다. 전 구간 고속철도화를 위해 익산~여수 KTX 전용선 신설이나 기존 전라선 직선화를 검토했지만 외면당하고 있다. 최대 10조원의 비용이 드는 데 비해 수요가 적다는 이유다.

그런데 이를 뛰어넘을 제3의 방안이 제기됐다. 경전선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전선이란 광주시 송정역에서 밀양시 삼랑진역을 오가는 간선철도다. 정부는 이미 2003년부터 경전선 개량을 시작해 부분별로 복선화 작업을 진행했다. 삼랑진~마산 구간은 2010년, 마산~진주 구간은 2012년, 진주~광양은 2016년 각각 복선화를 마쳤다. 삼랑진~마산~진주는 전철이다. 진주~광양은 비전철인데 3차 국가철도구축계획에 전철화 사업이 포함돼 있다. 광주 송정~순천에 대해서는 아직도 예타를 진행 중이다. 광주에서 보성으로 돌아 순천에 이르는 기존 철도를 단선으로 전철화하는 사업인데 해당 지역의 낮은 수요를 이유로 몇 년째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광주~순천 철도노선 개량사업에 대한 예타를 속히 마치고 승인해 본사업까지 마무리하면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듯하다. 먼저 부산~광주 경전선 전 노선 개량을 완성하는 상징성을 얻는다. 광주~순천이 복선화되면 여수까지 쉽게 이어지니 서울~광주~여수로 가는 호남선과 전라선을 혼합하는 노선을 만들 수 있다. 예타를 통과하면 본사업에서 광주~순천 노선을 직선화하고 고속철도 운행이 가능하도록 내용을 조정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2021~2030년으로 설정될 4차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에서도 여수만 제외 지역으로 남는다면 전국 두 시간대 철도 생활권을 완성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수요가 먼저이지만 지역 간 형평성도 맞춰야 한다. 정부 정책이 행정 행위이면서 동시에 고차원의 정치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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