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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진정한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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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대산 월정사는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로 유명하다. 해서 '도깨비'를 비롯해 많은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곤 했다. 곧게 자란 빽빽한 전나무들은 깊은 운치를 자아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유명세를 떨치는 것은 전나무 숲보다도 오히려 다람쥐다.

다람쥐는 귀여운 외모로 보는 이에게 사랑스러운 친근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그러나 서울 근교의 산에는 청설모로 인해 다람쥐를 보는 일이 쉽지 않다. 이제 다람쥐는 완연한 시골 쥐인 셈이다.

다람쥐는 보통 사람들을 피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월정사 전나무 숲 다람쥐는 오히려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숨어 있다가도 얼굴을 내민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사찰림의 다람쥐에게, 사람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닌 먹이를 공급하는 택배 사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다람쥐들은 먹이가 충분하므로 겨울잠을 자지도 않는다. 1년 내내 관광객을 상대로 일종의 호객행위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이들이 사람의 상태를 봐서 위험요소가 없다고 판단되면 손 위로도 올라간다는 점이다. 물론 위협적일 것 같으면 절대 1∼2m 안으로는 다가가지 않는다. 이런 내용을 모르고 다가갔다가는, 자칫 개 무시도 아닌 다람쥐 무시라는 희대의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립공원에서는 이런 영악한(?)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도록 사람들을 계몽한다. 야생성을 잃는 것도 문제지만, 부드러운 음식만 먹다 보면 계속 자라나는 이빨이 닳지 않아 마침내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제자인 자장을 평가하며, "과유불급", 즉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을 했다. 다람쥐 역시 편안하고 안일한 행복에 취하여 죽음에 이르는 병에 빠져듦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다람쥐만의 비극이겠는가? 이는 인간도 쉽게 매몰되는 함정이 아니던가!

노자는 '도덕경' 제46장에서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고, 얻으려는 욕심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고 하였다. 다람쥐의 행복 추구와 비극적인 결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는 듯하다.

[자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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