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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리졸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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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모터의 회전각과 회전 속도를 감지해 전기차 구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리졸버'엔 부품·소재 국산화의 험난한 길을 보여주는 사연이 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며 국산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요즘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한 일화다. 이야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성전기(현 LS오토모티브테크놀로지스)는 국내 최초로 리졸버를 개발했다. 이 부품은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선도했던 도요타 '프리우스'에 처음 장착됐기에 일본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전량 일본에서 수입했다.

자동차 스위치와 센서 전문기업인 대성전기는 향후 전기차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고 2010년 리졸버 개발에 뛰어들었다. 정부의 원천기술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2년 만에 겨우 국산화에 성공했다. 내구성과 신뢰성 평가를 받는 데 다시 2년이 걸렸다. 하지만 4년간 혼신의 힘을 쏟아 만든 '한국형 리졸버'는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새 부품을 쓰는 리스크를 무릅쓰면서까지 일본산을 대체하려는 완성차 업체가 없었다.

높은 진입 장벽에 좌절했지만 대성전기는 꾸준히 완성도를 높였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올해 드디어 수출에 성공했다. 모든 과정을 이끌었던 이철우 사장은 국산화 10년 여정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고온, 저온, 고습, 열충격, 진동 등 거의 모든 실험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상용화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국외로 눈을 돌렸고 이번에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ZF가 우리 리졸버를 구매해 완성차에 공급하게 된 것입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국산화에 3년간 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하고, 기업들도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부품·소재일수록 더 그렇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산 리졸버를 채택했는데도 국내에선 여전히 상용화 결정을 못한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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