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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꼭 돈 때문만은 아닌 한국GM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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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GM이 국내에서 만들어 파는 건 트랙스하고 스파크가 대부분입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외우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없이 신차를 쏟아내는데 우리는 사실상 두 개 모델로 대적하는 셈이죠."

지난 10일 만난 한국GM의 한 판매 대리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규모가 줄어드는 시장을 뚫고 나가야 하는데, 주어진 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는 한국GM을 수입차가 아니라 국산차로 본다. 콜로라도 같은 수입 모델 다변화도 좋지만 국내에서 여러 차종을 만들어줘야 판매가 확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GM 노조가 사흘간 벌인 전면파업이 11일 마무리됐다. 8월 하순부터 이어진 파업 사태로 한국GM은 약 1만대 생산 차질을 입었다. 차 한 대당 평균 2000만원씩 잡은 매출액으로 따지면 2000억원을 날린 꼴이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노조는 새 집행부를 뽑는 선거에 돌입한다. 사측은 새 집행부가 구성되는 11월까지는 추가 파업이나 투쟁이 어렵다고 관측한다. 하지만 11월부터는 더욱 격렬한 투쟁이 뻔하다. 10월의 평화는 노사 모두 내년에 갚아야 할 빚에 불과하다.

노조의 표면 요구는 임금을 올려 달라는 것이다. 1인당 1650만원이다. 그러나 노조가 사측과 대화를 거부하고 파업까지 강행한 배경을 파고들면 임금 인상 뒤에 가려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보인다. 부평2공장은 2022년 이후 생산 물량이 미정이다. 창원공장의 신차 1종과 부평 1공장의 신차 1종을 빼면 한국GM이 생산할 신차는 더 이상 계획이 없다. 사측은 "아직 미정"이라지만 노조는 계획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GM이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줄리언 블리셋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취임 직후인 6월 한국GM 부평공장을 방문해 "앞으로 10년 뒤에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며 장기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물론 그의 의지는 수출기지로서 한국GM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의 의지를 실현하려면 노조의 두려움을 해소해주는 일도 필수다. 이는 결국 국내에서 다양한 신차를 생산하겠다는 GM 본사의 명확한 약속에 달렸다.

[산업부 = 이종혁 기자 2jhyeo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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