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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북·미 대화 침몰 공작하다 트럼프 눈 밖에 났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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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10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전격 경질한데는 볼턴의 북·미 대화 침몰 시도가 결정적인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데 시종 반대했고, 막후에서 북·미 대화 침몰을 위해 계속 공작을 했다고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Vox)가 이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사이에 틈이 벌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대북 정책을 둘러싼 노선 갈등이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볼턴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소신을 시종일관 굽히지 않았다. 그런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미국이 선제공격을 가해 북한 핵 시설을 폭파해야 한다는 게 볼턴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외교 쇼’에 빠져 있어 볼턴 보좌관의 대북 강경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충고를 무시한 채 김 위원장과 세 번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은 또한 북한이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연쇄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을 놓고 충돌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볼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한 북한에 상응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무시했다. 복스는 “볼턴은 막후에서 북·미 대화 진전을 차단하려고 했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대북 협상을 막으려 했다”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이 라이벌 관계로 대립해온 것은 트럼프 정부 안팎에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특히 대북 정책을 놓고 충돌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측근인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를 내세워 북·미 협상을 추진해왔다. 볼턴은 ‘북·미 협상 무용론’을 주장하며 폼페이오 팀이 북한에 양보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었다. 폼페이오-비건 팀이 대북 단계적 접근을 검토하자 볼턴은 ‘일괄타결론’으로 내세우고, 핵무기와 함께 북한의 생·화학무기도 협상 목록에 넣으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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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한 직후에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 폐기에 앞서 ‘북핵 완전 동결’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10일 “그 보도가 나갔을 때 볼턴이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 트럼프 대통령을 박스 안에 가둬두려 하고 있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볼턴이 공격한 대상 인물이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라는 사실이 금방 분명해졌다”고 보도했다. NYT는 “볼턴은 비건 대표가 비보도를 전제로 기자들에게 ‘북핵 동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적은 메모를 입수했고, 이 메모를 내부 정책 노선 투쟁에서 몽둥이로 사용하려 했다”고 전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언급한 ‘북핵 동결’ 발언은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었다.

볼턴이 쫓겨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원맨쇼’는 갈수록 예측불능 상태에 빠져들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질’보다 ‘볼거리’을 중시하고, 이를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서슴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 선거전에 나서면서 유권자의 관심을 끌려고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표적인 ‘외교 쇼’가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으로 미국과 전 세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자 만족감을 표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에서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 했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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