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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사가 있어야 박물관?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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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수 해남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장 겸 전남사립박물관·미술관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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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예사 보다 박물관이 먼저라고 얘기하는 임양수 전남사립박물관·미술관협의회장. 학예사가 있어야만 박물관 등록을 받아주는 제도의 문제점을 강조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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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사를 위한 박물관인지, 박물관을 위한 학예사인지 모르겠어요. 박물관이 있기에 학예사가 존재하는 거 아닙니까? 박물관이 먼저죠. 학예사가 있어야만 박물관으로 등록을 받아준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임양수(63·해남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장) 전남사립박물관·미술관협의회장의 말이다. 그의 말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6조, 박물관·미술관으로 등록을 하려면 '학예사'를 둬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학예사가 없으면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다. 학예사(Curator)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이나 유물을 구입·수집·관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전남도내에는 사립 박물관 7곳과 사립 미술관 22곳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에는 220곳이 있다. 사립을 포함해 전국의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기념관은 모두 680곳이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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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전시관. 어류, 상어류, 갑각류 등 5만 점이 넘는 해양생물 표본이 전시돼 있다. 모두 실물 표본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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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양수 해남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이 전시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 관장은 박물관의 전시물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많이, 자세히 알고 있다고 말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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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사 구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농촌이나 어촌·산촌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더 어려워요. 우리 박물관은 해양수산 전문박물관인데, 그 분야 학예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학예사를 구하지 못해서 개관에 차질을 빚는 곳도 있어요. 기존 박물관과 미술관의 운명도 학예사의 손에 달려있어요. 한국사립박물관·미술관협회 차원에서 국회에 학예사 제도 완화를 건의했는데, 감감무소식입니다."

임 회장이 지난 2002년부터 18년 동안 해남송지초등학교 통호분교 자리에서 해양생물을 테마로 한 자연사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이다. 협의회 회원들이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 발전을 위한 첫 번째 선결 조건으로 꼽는 사항이기도 하다.

"해당 전시관의 전시물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관장입니다. 전문지식은 다소 부족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실무와 실전에선 학예사보다도 훨씬 더 나아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3년 또는 5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관장들에게 정부에서 학예사 자격을 주면 좋겠어요. 다른 박물관에서는 쓸 수 없고, 그 박물관에 한해서만 쓸 수 있는 자격증을…."

임 회장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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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대왕고래 골격. 대왕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에 속한다. 전시된 골격의 길이만도 25미터에 이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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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땅끝'에 있는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지상 3층 규모로 전시관과 영상관, 체험관,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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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회장은 지금 '땅끝'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에서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을 해남군으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은 지상 3층 연면적 2491㎡에 전시관과 영상관, 체험관,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전시관에선 화석류와 어류, 상어류, 갑각류, 육지생물 표본, 남극생물표본 등 1500여 종 5만6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복사본이 아닌 실물 표본들이다.

1전시관 '시작海'는 바다의 생성과 바다생물의 다양성, 미래생명의 보고인 바다를 표현하고 있다. 2전시관 '대단海'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길이 25m, 무게 3톤의 대왕고래뼈와 함께 흔히 볼 수 없는 고래 태아 표본이 전시돼 있다. 3전시관 '다양海'는 상어류와 패류가, 4전시관 '소중海'는 해양 육지생물과 펭귄이 전시돼 있다.

전시물은 모두 임 회장이 지난 40여 년 동안 모으고 사들인 것들이다. 그는 지난 1979년부터 13년 동안 남태평양과 대서양을 누비던 참치 연승선과 트롤선의 선장으로 일했다. 대서양에서 그물에 함께 딸려 나온 특이한 고둥에 반해 해양생물 표본을 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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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의 전시관. 전시관에는 화석류와 어류, 상어류, 갑각류, 남극생물표본 등 1500여 종 5만6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바다의 생성과 바다생물의 다양성, 미래생명의 보고인 바다를 모두 엿볼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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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의 전시관. 전시관에서 만나는 모든 표본은 복사본이 아닌 실물이다. 모두 임양수 관장이 직접 수집하거나 구입한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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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여러 군데서 폐교를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요. 폐교를 박물관이나 미술관 운영자한테 매도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시설을 고칠 수도 있고,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거든요. 현재의 임대 상태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사립 박물관·미술관 활성화를 위한 임 회장의 바람이다.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가 절반씩 대고 협회를 통해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에 지원하는 운영비(연간 2200만원)의 인상도 희망했다. 매달 나가는 인건비와 전기세, 공과금을 감당하기에 너무 버겁다는 이유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저마다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다 그래요. 특히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은 국·공립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잖아요. 우리 국민들에게 문화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임 회장의 말에서 절실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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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에서 가까운 땅끝전망대의 밤풍경. 자연사박물관과 연계해 가면 더욱 좋은 곳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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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 기자(ds203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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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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