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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TEN 인터뷰] ‘힘내리’ 차승원 “망가지는 역할? 쓰임새 분명하다면 언제든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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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태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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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후유증으로 지적 장애를 앓게 된 철수를 연기한 배우 차승원./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배우 차승원이 12년 만에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11일 개봉한 ‘힘을 내요, 미스터리’(이하 ‘힘내리’)를 통해서다. ‘힘내리’는 마른하늘에 딸 벼락 맞은 철수(차승원 분)의 좌충우돌 반전이 가득한 코미디물. 차승원은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철수를 연기했다. 철수는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낸 소방관이라는 반전 과거를 가지고 있다. 차승원은 이번 작품에서 완벽하게 망가졌다. 잘생긴 얼굴을 그야말로 막 썼다. 파마머리와 독특한 말투도 눈길을 끌었다. 차승원은 “새로운 역할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쓰임새가 분명하다면 어떠한 역할이든 좋다”고 말했다. 쌓인 연륜만큼 연기에 대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차승원: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선뜻 출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는 국민 모두가 가슴 아파했던 사고이지 않나. 내가 이 소재를 다룬다는 게 부담됐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사회 곳곳에 계시는 고마운 분들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10. 영화 속 철수는 다부진 팔 근육이 특징이다. 캐릭터를 위해 운동도 열심히 했을 것 같은데?
차승원: 토할 정도로 운동했다. 나는 한 끼만 굶어도 헛소리가 들린다. 아침에는 무조건 국하고 밥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젊었을 때는 근육도 훨씬 잘 붙고 살도 잘 빠졌는데···기초대사량이 확실히 줄었다.

10. 철수는 겉으로 보기엔 바보처럼 보이지만, 마음에 큰 상처를 가지고 있다. 캐릭터를 연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차승원: 영화 후반부에 철수가 사고 후유증으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이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톤을 잡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사고를 왜곡하거나 훼손, 이용하는 느낌으로 전달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코미디의 강도를 조금 낮췄다. 마음만 먹으면 더 세고 과하게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선을 넘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영화가 완성되고 보니 코미디 영화인데 많이 안 웃기고 많이 울린다고 하더라. 내가 좀 더 사려 깊게 연기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앞으로도 더 고민하고 노력하는 게 답인 것 같다.

10. 전반부 웃음, 후반부 눈물 코드를 담은 전형적인 한국형 코미디다. 자칫 신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차승원: 이계벽 감독과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신파로는 가지 말자고 다짐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철수는 딸 샛별(엄채영 분)이를 앞으로 안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과한 행동들로 관객을 눈물짓게 하고 싶지 않았다. 슬픔은 인물의 아픔이 드러나면 자연스레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결핍을 가진 아빠와 딸이 만나 나름 잘 살아가겠구나. 서로에게 조금은 힘이 되어 주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해줘도 만족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사회를 부드럽게 보듬어 주는 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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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컷./사진제공=NEW


10.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면 악인이 없다. 선하고 유쾌하다.
차승원: 감독의 성향이 그렇다. 그게 영화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가 이계벽이라는 사람을 1년 넘게 봐왔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따뜻하고 온화하다. 감독과 배우를 떠나 그냥 오래도록 보고 싶은 좋은 사람이다.(웃음)

10. ‘좋은 사람’의 정의는 무엇인가?
차승원: 남한테 잘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피해주지 않는 사람이다. 아주 세세하게는 의자를 빼서 앉았으면 집어넣고 가는 거다. 예전에는 친절을 호의로 받아들였는데, 그것도 불편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10. 예능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삼시세끼’ ‘스페인 하숙’ 등 토크쇼보다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을 많이 하는 이유가 있나?
차승원: 데뷔 초에는 스튜디오 토크쇼를 많이 했다. 토크쇼의 단점은 말을 만들어내게 된다는 것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하게 되고 헛말이 나오니 나 같지 않더라. ‘삼시세끼’ 같은 예능은 일만 하면 된다. 또 내가 살아온 습관, 가치관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10. 예능 출연이 배우 생활에 지장을 주지는 않나?
차승원: 예능을 하면서 얻은 게 훨씬 많다. 내가 예능을 매일 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쌓게 돼서 반감은 없다. 언제든 예능도 하고 연기도 할 수 있다. 예능에서의 내 모습을 좋아해준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10. 다음 작품 계획은?
차승원: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과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에 출연한다. ‘싱크홀’은 재난 영화, ‘낙원의 밤’은 사람을 많이 죽이는 영화다. 그 다음 작품은 뭐가 될지 모르겠다. 멜로는 이제 조금 꺼려진다. 로맨스 코미디는 괜찮은데 격정 멜로는. 하하.

10. 이번 작품과는 또 다른 장르들이다.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 같은데.
차승원: 그렇다. 감독들이 나의 무엇을 보고 캐스팅 했나 싶다. 나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찾고 싶고 가능성을 봤으니 캐릭터를 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감사하다. 예전에는 동시에 여러 일을 하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집에만 있다 보니 시간들을 쪼갤 수 있더라. 못하는 게 아니라 핑계였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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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새가 분명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차승원./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10. 촬영이 없을 때는 주로 집에 있나?
차승원: 어느 순간부터 집돌이가 됐다. 예전에 ‘신라의 달밤’ 찍을 때는 한 달 넘게 집에 못 들어간 적도 있었다. 요새는 이틀만 밖에 나가있어도 미안하더라. 가정적인 건 아니다. 밖에 나가 있으면 몸이 아프다. 하하.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 같다.

10. 올해 50살이 됐다. 앞자리가 달라진 느낌이 어떤가?
차승원: 예전에 배철수 선배님이 나이 앞자리가 5로 바뀌면 체력이 안 좋아진다고 했다. 그리고 6으로 바뀌면 5도 그리워진다더라. 하하. 몸에 안 좋은 것들은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건강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배우 일을 할 수 있으니까.(웃음)

10. 어떠한 배우가 되고 싶나?
차승원: 주연에 대한 욕심은 없다. 단역으로 쓰여도 좋으니 쓰임새가 분명했으면 좋겠다. 역할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새로운 역할들에 대한 기대감과 연기에 대한 치열함이 내가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10. 인간 차승원의 목표는?
차승원: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늙어갔으면 좋겠다. 챙겨야 할 식솔들이 있지 않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이왕이면 100살까지. 하하. 자식들을 끝까지 챙겨주고 싶다. 살아있을 때 자식들에게 더 잘하고 싶어서다. 그럼 나중에 느끼지 않을까. (아빠가) 썩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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