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작년 참패 극복할까, 익숙한 재미 내세운 추석영화 3파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극 사라진 올 추석 극장가

11일 개봉 한국영화 3파전

마동석 액션 '나쁜 녀석들'

화투 대신 포커 든 '타짜3'

'럭키' 감독·차승원 코미디

중앙일보

추석 연휴를 겨냥해 11일 개봉하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럭키'의 이계벽 감독이 연출, 차승원표 감동 코미디를 표방했다. [사진 NEW]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추석 영화가 달라졌다. 추석이면 등장했던 전통 강호 대작 사극이 올 추석엔 자취를 감췄다. 대신에 몸집을 줄이고 친숙한 흥행 코드로 무장한 오락영화 세 편이 11일 일제히 개봉한다. 차승원표 감동 코미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와, 허영만 화백의 동명 도박 만화를 토대로 한 ‘타짜’ 시리즈 3편 ‘타짜: 원 아이드 잭’, 마동석 주연 범죄 액션물 ‘나쁜 녀석들:더 무비’다.

지난해 추석 사극 ‘물괴’ ‘명당’ 등 묵직한 대작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한 여파일까. 심각한 주제 대신 가벼운 웃음을 양념처럼 버무린 것도 올해 추석영화의 공통점으로 꼽힌다.



추석, 하면 코미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중앙일보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사진 NEW]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웃으러 갔다가 울고 나오는 한국형 감동 코미디 공식에 충실한 영화다. 지적 장애가 있는 칼국숫집 미남 요리사 철수(차승원)가 갑자기 나타난 어린 딸(엄채영)을 쫓아 대구에 가게 되는 소동극에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에 얽힌 인물들의 아픈 사연을 엮어냈다. 데뷔작 ‘럭키’로 697만 흥행을 거두며 극장가에 코미디를 부활시킨 이계벽 감독이 ‘신라의 달밤’ ‘선생 김봉두’ 등 코미디 흥행보증수표 차승원과 뭉쳤다.

그러나 웃음의 신선도는 아쉽다. 조폭 등 험상궂은 사내들이 반전 매력을 드러내고 영화 속 TV 드라마 상황과 TV 밖 상황이 겹치는 등 ‘럭키’가 이미 보여준 웃음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탓이다. 어른스러운 딸과 아이 같은 아빠가 자아내는 일화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오히려 온 세상의 선한 기운을 다 끌어모은 듯한 후반부 감동의 강도가 더 세다. 야구선수 이승엽이 깜짝 등장한다.



화투 대신 포커판 ‘타짜: 원 아이드 잭’



중앙일보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추석 시즌마다 흥행 불패를 달성한 ‘타짜’ 시리즈 3편이다. 화투판을 벌였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엔 포커판이다. 주인공은 ‘흙수저’ 공무원 지망생 도일출(박정민). 아버지가 전설의 타짜 짝귀(주진모)인 줄 꿈에도 모른 채 포커판에서 생활비를 벌던 그는 또 다른 타짜 애꾸(류승범), 제비족 까치(이광수) 등과 50억 원대 도박판에 가담하지만, 의문의 여성 마돈나(최유화)로 인해 위험에 빠진다.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 등 탄탄한 연기로 주목받은 박정민이 주연을, 4년 전 물고기 인간(이광수)을 등장시킨 독특한 데뷔작 ‘돌연변이’로 주목받은 권오광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중앙일보

'타짜: 원 아이드 잭' 연출을 맡은 권오광 감독은 데뷔작 '돌연변이'(사진)로 주목받았다. 사진에서 박보영과 함께 있는 물고기 인간 역은 이번 영화에도 출연한 이광수가 맡았다. [사진 필라멘트 픽쳐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민이 촬영 6~7개월 전부터 카드마술사와 연습했다는 화려한 손기술 등은 볼거리지만 판을 쥐락펴락하는 긴장감은 전편보다 덜하다. 그 공백을 신체 훼손 등 잔혹한 폭력묘사로 채웠다. 이번 추석영화 세 편 중 유일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자, 총제작비 110억원으로 제작 규모도 가장 크다. 2006년 1편으로 568만 관객을 동원한 최동훈 감독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대세는 마동석표 액션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중앙일보

영화 '나쁜 녀석들:더 무비'.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복역 중인 죄수들과 악질 형사가 뭉쳐 더 나쁜 악당들을 소탕하는 범죄액션물이다. 2014년 케이블 채널 OCN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올랐던 동명 시리즈를 극장판 영화로 만들었다. 요즘 대세 마동석 캐릭터를 부각한 스핀오프에 가깝다. 교도소 호송 차량이 전복돼 최악의 범죄자들이 탈주하자, 오구탁(김상중) 반장은 여전히 수감 중인 조폭 박웅철(마동석) 등과 다시 ‘특수범죄수사과’를 꾸린다.

중앙일보

영화 '나쁜 녀석들:더 무비'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박웅철. 악당을 맨손으로 때려잡는 전설의 주먹이란 설정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악당들의 강도는 세지고, 액션의 규모는 커졌다. 반면, 드라마의 허를 찌르는 반전과 하드보일드한 분위기, 오반장, 박웅철과 더불어 서로 적이자 동료로서 팽팽한 긴장감을 낳았던 유미영 형사(강예원), 살인청부업자 정태수(조동혁) 등은 이번 영화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원작 팬이라면 아쉬울 수 있다. 무난한 액션 영화로는 즐길 만하다. 마동석의 단순 명쾌한 액션뿐 아니라 새로 합류한 사기꾼 곽노순(김아중), 다혈질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도 적절히 몫을 해낸다.



익숙한 흥행코드에 웃음 양념



중앙일보

'타짜:원 아이드 잭'은 화투 대신 포커로 종목을 바꾼 가운데 박정민이 전설적 타짜 '짝귀'의 아들 도일출을 연기하고 애꾸(류승범), 권 원장(권해효), 까치(이광수) 등의 팀플레이를 강조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추석 영화들의 손익분기점은 200만~26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낮다. 한정된 스크린에 대작이 몰려 과당경쟁을 했던 지난해 추석을 타산지석 삼은 결과다. 시장을 리드하는 강력한 기대작이 없어 전체 관객 수가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영화들이 저마다 내세운 익숙한 흥행코드가 자칫 진부하게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네티즌 사이에선 “올 추석 볼 영화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추석영화, 볼 게 없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영화마다 뚜렷한 전략이나 지향점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라 지적했다. “상업영화는 이렇게 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계산이 어느 정도 서야 하는데, 한동안 시장을 70% 넘게 점유했던 범죄 액션스릴러가 점차 안 먹히면서 영화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극한직업’ ‘엑시트’ 등 코미디가 의외로 크게 터지면서 영화마다 웃음요소를 곁들이고 있지만, 그 외엔 작품에 대한 신념도, 정확한 흥행 분석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한 해 사극이 안 됐다고 추석 시즌 사극이 싹 사라진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중학생 소녀 은희(왼쪽)의 눈으로 1994년을 재조명한 영화 '벌새' 한 장면. [사진 엣나인필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엔 오히려 참신한 주제의식과 시도가 엿보이는 독립영화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가족의 붕괴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들여다본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8월 22일 개봉)과 성수대교가 붕괴한 1994년 시대 풍경을 중학생 은희의 성장담에 엮어낸 김보라 감독의 ‘벌새’(8월 29일 개봉) 등이다. 상업영화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스크린에서 개봉한 두 영화는 관객 사이에 입소문을 일으키며 각기 4만 관객을 넘어섰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