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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의당에는 과연 ‘정의’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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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어제 “병사 월급 1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또 민간 전문 인력에게 방역을 맡기는 등 군의 사역 임무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군인이나 입대를 앞둔 청년층에게 솔깃한 약속이다. 군 복무의 기회비용 등을 감안해 병사 월급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꽤 많다. 제대할 때 어느 정도의 목돈이 마련되면 사회 진출의 종잣돈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안이다. 올해 병장 월급은 40만5700원이다. 약속이 현실화되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이런 주장을 내놓는 시점이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에 대해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겠다”고 찬성한 직후 나왔다. ‘조국 사태’로 여권에서 이탈한 20대의 표심을 다시 붙잡겠다는 포퓰리즘이란 의심을 산다. 그럴 만한 건, 우선 선거제 개혁과 조 장관 임명을 맞바꾼 것 아니냐는 정치적 의구심으로 정의당의 내상이 크기 때문이다. 당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정의당 페이스북엔 “무슨 면목으로 20~30대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이해타산적 당 대표 결정에 부끄럽다”는 등의 비판적 글이 많다.

사실 조 장관 의혹이 처음 불거진 한 달여 전만 해도 정의당은 반대 쪽 기류였다. 심 대표는 “20·30대는 분노, 30·40대는 박탈감, 60·70대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한다. 버틸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과 정반대로 감싸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여당의 선거법 강행 처리 과정과 일치했다. 무엇보다 선거법은 공정한 게임의 룰이 돼야 한다. 발의자인 심 의원 이름을 따 ‘심상정안’으로 불리는 선거법 개정안은 경기 당사자인 한국당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의당은 당초 6석에서 14석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 가장 혜택이 크다는 게 모의실험 결과다. 여당과의 짬짜미, 강행 처리 대가로 ‘도덕성 잣대’가 바뀌는 건 정의당이 줄곧 내세우는 정의가 아니다. “민주당 2중대 정의당엔 과연 정의가 있느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정의당은 이 정부 들어 주요 인사 때 자기들이 반대하면 어김없이 낙마한다고 ‘정의당 데스노트’를 자랑했다. 문제는 오락가락 원칙과 기준이 이번만도 아니란 사실이다. 부적격 의견을 밝혔다가 적격으로 바꿨던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있었다. 당시에도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를 위한 보은용이란 말이 많았다. 진보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얘기들이다.

조 장관은 임명 강행에도 불구하고 평등·정의·공정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개혁 주체로서의 도덕적 기반을 잃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정의당이 당의 정체성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병사 월급 100만원’ 기획 등으로 분주할 필요가 없다. 이제라도 조국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려 파면에 힘을 보태는 게 정도다. 그게 당명이기도 한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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