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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오늘의시선] 조국 장관 임명, 대충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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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장고 끝에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각종 의혹과 논란 속에 부인이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임명 강행은 기존 정치 문법과는 크게 대치된다. 성난 민심에 오히려 불을 지피는 격이다. 문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임명 배경을 밝혔다.

세계일보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현 정부 들어 국회 인준 투표에서 부결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을 제외하고 고위 공직 후보자 6명이 낙마했다. 1명은 청문회 전 사퇴, 4명은 청문회 후 사퇴, 1명은 청문회 후 지명 철회됐다. 그렇다면 이들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물러났는가. 모두가 위법성이 아니라 도덕성이 무너져서 물러났다. 또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무슨 근거로 ‘명백한 위반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 의지가 좌초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다만,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지가 문제다.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이 과연 사법개혁의 적임자가 될 수 있을까. 지난 2일 조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사법개혁에 대해 “입법부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사법개혁은 법무부 장관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몫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여하튼 조 장관 임명으로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정국은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 충돌의 다층화’가 전개될 전망이다. 우선, 청와대와 야당 간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사생결단의 대결 구도가 구축될 것이다. 야당은 장관 해임 건의안, 국정조사, 특검, 장외 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국 사퇴, 문재인 퇴진’을 전개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조국 임명 반대를 명분으로 보수가 통합할 여건을 만들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조 장관의 시간과 윤석열 검찰총장 시간 간에 대충돌도 예상된다.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런 식의 검찰개혁이 조 장관 수사 개입으로 의심받을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태생적 한계 때문에 조 장관의 검찰개혁은 미완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 장관 수사가 권력 유착형 비리, ‘조국 게이트’로 비화할 경우, 칼자루는 검찰이 쥐게 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제2의 윤석열이 나올 수 있다.

검찰과 한국당 간에 빅뱅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검찰은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공명정대한 수사를 위해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검찰의 노림수는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고, 야당도 궤멸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한 달이 충돌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추석 이후 대통령 지지도가 곤두박질하고 정당 지지도에서 한국당이 민주당을 추월하면 민주당 내부에서 원심력이 작용할 수도 있다. 이해찬 대표 퇴진론이 제기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 ‘황교안 책임론’이 제기될지 모른다.

참여정부 시절 김병준 교육부 장관은 취임 후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임명된 지 13일 만에 물러났다. 조 장관에게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여야 중 누가 향후 투쟁의 공간에서 공감, 참여, 분노를 이끌어낼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며 최악의 국론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국민만 보고 제기된 의혹을 한점의 의혹도 없이 파헤쳐 더 이상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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