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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막힌 조기총선… 6전 전패의 존슨 ‘브렉시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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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하원, 총리 상정 동의안 부결 / 정회·문서일체 공개 안건은 가결 / 긴 하원 정회 되레 자승자박 형국 / 버커우 의장, 정회의식 진행 거부 / “비정상적”… 의원·의장직 사임 의사 / 존슨, 브렉시트 강행 새 전략 모색 / 10월말 노딜 가능성 남아 있지만 / EU ‘노딜’ 부담 연장 거부 못할 듯

세계일보

10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상정한 조기총선 동의안이 하원에서 가로막힌 가운데 전날인 9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맞은편에서 친유럽연합(EU) 시위대가 영국 국기와 EU기를 함께 흔들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영국 하원이 취임 7주밖에 안 된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치명상을 남기고 정회에 돌입했다.

하원은 10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상정한 조기총선 동의안을 찬성 293표, 반대 46표로 저지했다고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이 정했다. 여권이 반란군 출당 조치와 탈당 등으로 298석(보수당 288석, 민주연합당 10석)으로 쪼그라들었고 야권이 반대·기권 당론으로 응수한 만큼 조기총선에 필요한 434표(하원 650석 중 3분의 2 이상) 획득은 불가능했다. 존슨 총리가 다시 조기총선 카드를 던지려면 새 회기가 시작하는 10월14일까지 기다려야 해 총선은 아무리 일러도 11월 이후에나 열릴 수 있다.

앞서 하원은 5주간 의회 정회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정부 내 의사소통 내용, 정부의 노 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비상대책인 이른바 ‘노랑멧새작전’ 관련 문서 일체 공개를 요구하는 발의안을 찬성 311표, 반대 302표로 가결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일부 유출된 노랑멧새작전 문서에는 노 딜 브렉시트 강행 시 몇달간 식품·의약품 부족 등 커다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은 정부가 이른바 ‘유럽연합(탈퇴)법’을 준수토록 하는 내용의 발의안도 정식 표결 없이 처리했다. 지난주 상·하원을 통과한 뒤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가를 받아 발효된 이 법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유럽연합(EU)과의 새 합의안 또는 노 딜에 대한 하원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EU 측에 브렉시트 시한(10월31일)을 3개월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노 딜 불사론’을 내세우며 대권을 거머쥔 존슨 총리는 지난주 하원에서 3개 법안·결의안을 놓고 패퇴한 데 이어 이날 3연패를 추가하며 궁지에 몰렸다. 그는 브렉시트 시한 전까지 의회를 최대한 멈춰 세우겠다는 의도에서 이례적으로 긴 하원 정회를 추진했으나, 오히려 당 안팎의 반발만 커지면서 자승자박의 형국에 빠졌다.

이날 정회 의식이 시작되기 전 하원의원들은 ‘침묵당했다’고 쓴 종이를 들고 항의 의사를 표했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아예 자리에 주저앉아 행사 진행을 거부했다. 그는 “이는 정상적인 정회가 아니다. 최근 수십년 중에서 가장 긴 정회”라며 분노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질 때마다 낮은 음성으로 ‘오더(Order·질서)’를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버커우 의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각각 22년, 10년 간 이어온 하원의원과 하원의장직에서 모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법이 발효됐으나 EU 측이 시한 연장을 거부할 수 있는 만큼 10월 노 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연기를 원치 않는다며 EU의 거부를 유도하는 ‘사보타주’(태업) 전략으로 나서거나 헝가리 등 반(反)EU 성향 회원국을 공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이언 덩컨 스미스 의원은 존슨 총리가 노 딜 방지법을 어겨 감옥에 가더라도 ‘브렉시트 순교자’가 될 수 있다며 법 위반을 부추겼다.

그러나 노 딜 브렉시트는 EU에도 부담스럽고 자칫 노 딜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는 만큼 EU가 시한 연장 요청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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