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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팝인터뷰①]봉태규 "피해자가 중심이었던 '닥터탐정', 상업적이지 않아 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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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POP=천윤혜기자]그동안 사회 부조리를 담은 드라마들은 많았지만 이토록 처절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신종 메디컬 수사물. 봉태규는 극 중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이자 UDC(미확진질환센터) 수석연구원 허민기 역을 맡아 허세 넘치지만 산업 현장에서의 부조리를 보면 참지 못하고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면모를 선보였다.

봉태규는 '닥터탐정'을 통해 처음으로 의사 역할에 도전했다. 전작이었던 '리턴'에서 강렬한 악역을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리턴' 속 모습과 전혀 상반된 모습으로 전작의 이미지를 지워버렸다.

10일 서울 마포구 양화로8길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봉태규는 "이번 드라마는 특별했다. 촬영이 먼저 끝났다. 보통은 생방송처럼 진행되다보니까 쫑파티할 때 막방을 같이 보는데 저희는 마지막 방송 때 배우들만 따로 모여 조촐하게 막방을 봤다. 투사가 돼 싸우는 모습이 나오고 진희 누나가 이를 지켜주는데 상업적인 것을 생각하는 드라마였다면 속시원한 모습을 보여줬을 텐데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에필로그를 보면서 울었는데 그 때 '이 드라마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긍정적인 시청률이 나오기는 했는데 아주 성공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공중파에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드라마를 했다는 건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뿌듯했고 의미있는 작품이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중반까지는 시청률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중간에 선택의 기로가 있었는데 보통은 중요한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저희 드라마가 선택한 방식은 피해자 위주로 흘러갔다. 주연 배우들은 피해자들의 행적을 쫓는 장치로 간다. 상업적인 재미에서 멀어질 수는 있는데 우리 작품이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는 데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번쯤은 피해자가 중심이 되고 주요 배우들이 장치로 사용되는 시도가 의미 있었고 그 부분에 있어서 시청하신 분들은 애착이 더 커진 것 같다. 시청률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았다. 실제 사건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중점을 뒀다. 그 진심에 모든 배우들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동의해줘서 보람되고 뿌듯하게 느껴졌다."

'닥터탐정'은 사회고발을 다루는 작품이다보니 유독 힘든 점이 많았다. 봉태규는 이 과정에서 제작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우선 장르적인 특성 때문에 장소 섭외가 안 됐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모두들 지하철 사건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기관으로 들어가 문의하니 다 거절했다. 지하철 사건은 에피소드가 빠질 뻔 했다. 처음부터 그것들을 봤기 때문에 사명감, 정의와는 다르게 동료가 얼만큼 고생하고 애쓰고 있는지 지켜봤다. 이렇게까지 그들의 노고를 밀착해 지켜본 건 처음이었다"고 밝히기도.

그러면서 "작품 소재가 그래서 감독님이 촬영 환경에 더 신경 쓰셨다. 저희 드라마가 주 52시간 근무 첫 스타트였던 것 같다. 드라마 크레딧이 올라가면 키 스태프들만 올라가는데 막내 스태프부터 올리시더라. '고생은 당연한 거'라고 하고 저 역시 그런 게 익숙했는데 모두들 동등하게 임금 받고 일하는데 누구만 편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존중해주는 건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꼈다. 더 존중해주고 배려해주시려고 했다. 이게 자리 잡고 나면 더 좋은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해 시선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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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는 '리턴'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만큼 새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법했다. 하지만 그는 생각 외로 부담은 덜했다고. "'화신'을 했을 때 제가 고민이 많을 때였다. 그 때 동엽이 형이 '세상 사람들이 너가 생각하는 것만큼 관심 없다'고 하셨다. 그게 저한테 정말 와닿았다. 거절도 하고 예민하게 생각하고 그랬는데 관심 없는 것 같더라. 그런 생각을 하니까 그런 부담감은 들어가기 전에 많이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는 이어 '닥터탐정'에서 맡은 허민기 역할에 대해서는 "제가 코믹적인 작품들을 많이 했는데 한동안 작품을 안 하면서 그런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못 하시는 것 같더라. 이번 작품을 하며 이 부분이 그 지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여진 것 같다. 어차피 잊혀졌으니까 새롭게 보여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면 감정을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기가 재밌을 때에는 재밌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감정을 터트리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산업 재해들이 많이 주목하지 않는 문제들인데 그런 일에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민기는 대본을 받았을 때에는 날라리라는 설정밖에 없었다. 작가님이 실제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신데 그분이 봐왔던 날라리가 아무래도 공부만 하셨던 분이라 제가 생각했던 날라리와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를 했었는데 제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체면을 없애야겠다는 거였다. 의사라는 직업을 실제로 접했을 당시 권위적인 부분이 있는 것을 없애는 걸로 캐릭터를 설정했다. 산업재해 피해자를 만나든, 재벌을 만나든 똑같이 대하는 톤을 유지하는 것에 신경썼다"고 덧붙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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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는 앞서 드라마 시작 전 "의사라는 역할이 딱 맞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에 대해서는 "의사라는 역할이 딱 맞겠다고 한 건 현장에 뛰어다니는 거다. 산업재해 현장에 가서 파헤지고 산재가 되는 걸 막는 거다. 거의 형사에 가깝다. 그래서 실제로 그 분들을 뵙고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외과, 내사 의사였다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겠는데 다른 환경에 있는 의사였기 때문에 제 몸에 맞겠다는 생각이었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익히 봐왔던 의사였다면 상상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그런데 민기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이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확 열렸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제 몸에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전했다.

'닥터탐정'의 일원으로서 이번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랄까. "우리 모두가 일하는 노동자이지 않나. 일하다 누군가 다치는 게 당연하지 않은데 너무 쉽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일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사회 면에는 기사가 작게 나가는데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드라마에서 나온 사건이 얼마 안 된 이야기였다. 메탄올 사건도 3년 전이었는데 그게 방영됐을 때 '저게 말이 되냐'는 반응이 나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 아닌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평상시에 관심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가 남는다."

사진= iMe KOREA 제공

([팝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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