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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스치듯 만난 파리의 뒷골목···모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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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숨은 명소'

에펠탑 같은 고착화된 관광지보다

우연히 들른 거리서 파리지앵의 멋

모네 작품 배경된 몽토르괴이

100년 훌쩍 넘는 식당들로 즐비

브르타뉴엔 기품있는 수공예 옷

프랑부르주아선 중세 감성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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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여행 가서 흔히 말하는 그 지역의 ‘관광 명소’를 구경하지 않을 수는 없다. 중국 베이징에 처음 놀러 갔다면 천안문 광장과 만리장성은 우선 둘러보고 다음 일정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 뉴욕까지 날아갔다면 자유의 여신상과 센트럴 파크에서 사진 한 장은 찍고 다음 장소를 골라봐야 한다. 그런데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증샷 하나 남기려고 용을 쓰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천안문 광장에서 만리장성으로 가는 과정에, 자유의 여신상에서 센트럴 파크로 가는 도중에 진짜 여행의 의미와 묘미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명소’를 향해 달려가다가 우연히 들른 골목과 거리, 그곳에서 스치듯 만난 인연이야말로 관광을 여행으로 바꿔주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 주에는 프랑스 파리로 떠나 에펠탑 같은 관광 명소 대신 덜 알려진 여행지, 하지만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곳을 다녀왔다.

메트로 1호선 생폴역이나 8호선 슈맹베르역에서 산책을 시작하면 되는 마레 지구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 파리지앵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17세기 당시만 해도 부유한 귀족들의 거주지로 유명했으나 18세기 생제르맹·생토노레 등의 지역이 개발되면서 귀족들은 자취를 감췄다. 요즘은 유대인·중국인 같은 이민자나 성(性) 소수자들의 커뮤니티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마레 지구 한복판에 위치한 브르타뉴 거리에는 정육점·꽃집·카페·레스토랑 등 다양한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기품 있는 수공예 장식품과 옷가지를 펼쳐놓고 파는 노점도 보이고 거리 입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마르셰 데 장팡 루주’라는 시장이 나온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알려진 이곳은 16~17세기 이 지역에 있던 고아원의 아이들이 입고 있던 빨간 망토에서 명칭을 따왔다고 한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푸드코트’처럼 음식을 사서 곧바로 의자에 앉아 먹을 수도 있다.

브르타뉴 거리에서 멀지 않은 프랑부르주아 거리는 마레 지구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가다. 화장품·신발·향수·안경·의류·귀금속 등 없는 종목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다. 덕분에 평소에도 느긋하게 쇼핑을 즐기는 파리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거리를 구경만 하려고 해도 줄을 서서 지나가야 할 정도라고 한다.

프랑부르주아 거리 끝에는 보주 광장이 자리한다. 1612년 루이 13세와 왕비의 약혼을 기념해 조성한 곳으로 광장 둘레에는 붉은 벽돌로 지은 30여 개의 저택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프랑스가 낳은 대문호이자 ‘레 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가 16년 동안 살았던 집은 박물관으로 꾸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나무를 고깔 모양으로 깎아놓은 조경과 고풍스러운 분수대가 시선을 사로잡고 잔디밭에 앉아 책을 읽거나 햇살을 받으며 음악을 듣는 파리지앵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유럽에 여행을 왔다는 사실이 깊이 실감 난다.

메트로 4호선 레알역 인근에 있는 몽토르괴이 거리도 파리 현지인들의 삶을 밀착해서 엿볼 수 있는 핫 플레이스다. 이 거리가 위치한 레알 지구는 12세기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대규모 도매 시장이 열리던 곳이었다.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작품인 ‘1878년 6월 30일, 축제가 열린 파리의 몽토르괴이 거리’에 등장한 바로 그 장소다. 1969년 도매 시장이 파리 외곽으로 옮겨가면서 지금은 유서 깊은 식당들이 즐비한 장소로 유명해졌다. ‘에스카르고 몽토르괴이’는 1875년 문을 연 레스토랑으로 달팽이 요리가 일품인 곳이다. 입체파의 창시자인 파블로 피카소,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가 자주 찾던 식당이라고 한다. ‘파티스리 스토러’는 1730년 당시 왕비의 제과사였던 니콜라 스토러가 창업한 빵집이다. 가게 근처만 가도 크루아상과 바게트 등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글·사진(파리)=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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