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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방심 금물, 만성질환 ②] 간접흡연 노출 많을수록 고혈압 위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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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10만명 건강검진 결과 분석

-간접흡연 노출된 적 있으면 고혈압 위험 1.22배 증가

헤럴드경제

간접흡연에 노출될수록 고혈압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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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 서울 한 아파트에 사는 오모(53)씨는 가끔 엘리베이터를 탈 때 나는 담배 냄새에 얼굴이 찌푸려진다. 누군가 방금 흡연을 한 사람이 타고 내렸거나 아니면 집 안에서 피운 담배 냄새가 엘리베이터로 흘러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담배 냄새를 맡게 되면 화가 나서인지 심장이 더 빨리 뛰고 마음도 흥분 상태가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간접흡연으로 인해 자신의 건강까지 안 좋아질 것 같아 오씨는 아파트 관리소에 실내 흡연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강하게 항의를 했다.

간접흡연이 고혈압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간접흡연이 천식, 천명, 호흡기 감염,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고혈압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그동안 많지 않았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진 교수는 2012~2016년 사이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0만8354명의 자가 설문조사 및 소변 코티닌 측정 수치를 분석한 결과, 간접흡연이 고혈압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최근 밝혔다.

코티닌은 담배 사용 혹은 연기 노출에 따라 소변에서 검출되는 니코틴의 주요 대사물질로 흡연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연구팀은 자가 설문조사와 코티닌 수치에서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대상자들을 간접흡연 노출 여부에 따라 4개 그룹(▷간접흡연에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그룹 ▷과거 가정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적이 있으나, 현재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노출되지 않는 그룹 ▷과거 가정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적이 없고, 현재 직장에서만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있는 그룹 ▷과거에 가정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적이 있으며, 현재도 가정 또는 직장에서 노출되고 있는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각 그룹별 고혈압 위험을 비교한 결과, 간접흡연에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그룹에 비해 ▷과거 가정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적이 있으나, 현재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노출되지 않는 그룹은 1.07배 증가 ▷과거 가정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적이 없고, 현재 직장에서만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있는 그룹은 1.15배 증가 ▷과거에 가정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적이 있으며, 현재도 가정 또는 직장에서 노출되고 있는 그룹은 1.22배 증가했다.

이는 나이·성별·BMI·만성질환 등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모두 보정한 상태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간접흡연의 노출 시간, 노출 빈도, 노출 기간에 따른 고혈압 발생 위험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 결과 노출 시간, 노출 빈도, 노출 기간에 따라 고혈압 위험도 비례해 증가했다. 특히 노출 시간이 하루에 1시간 미만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서도 고혈압 위험은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김병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담배 속에는 수천 가지 이상의 유해 물질들이 있는데, 이 중 니코틴이 일시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킨다고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는 체내 니코틴의 대사물질인 코티닌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니코틴 성분 외 담배에 함유된 다른 물질들이 고혈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남녀 모두에게 해당한다”며 “짧은 시간과 적은 양의 간접흡연도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담배 연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서울의료원 환경건강연구실 분석에 따르면 가정에 흡연자가 없더라도 이웃에 흡연자가 많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간접흡연으로 인해 이 곳에 거주하는 아동들의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등의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게재됐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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