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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B컷]“석사도 아니지만”…당당함 빛나는 박사모, ‘강사법’ 이후 천막 투쟁 정리한 칠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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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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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석사학위도 없는데 이거라도 한 번 써봐야지.”

12년 ‘길 위의 삶’을 정리하는 칠순 투쟁가의 미소가 환하다. 곳곳이 일그러지고 때 묻은 박사모일망정 꾸욱 눌러쓴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하다. 박사모 밑으로 내려앉은 ‘희끗한’ 세월, 후회 없는 당당함으로 빛났다.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2007년 9월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해왔던 김영곤(70·사진)·김동애(72)씨 부부가 지난 2일 천막을 정리했다. 부부는 거리를 지키며 칠순을 맞았다. 빛바랜 현수막, 먼지와 낙엽이 쌓인 차양막 등 천막 곳곳에는 부부가 길에서 보낸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천막 철거가 마무리될 무렵 여기저기 삭은 박사가운과 박사모를 걸친 마네킹이 나왔다. 김씨 부부는 12년간 투쟁을 함께한 마네킹을 ‘마박사(마네킹 박사)’라고 불렀다. 부부의 곁을 지켰던 ‘마박사’와 팻말, 텐트는 성공회대 민주사료관으로 보내져 보관된다. 사용하던 물품은 또 다른 국회 앞 천막농성장인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농성장으로 옮겨진다. 부부의 12년을 고스란히 담은 물건들은 일부는 역사적 사료로 남고, 또 일부는 연대 의미로 다시 거리를 지키게 됐다.

김영곤씨는 농성을 마무리하면서 “42년 만에 강사의 교원 지위가 회복된 것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했다. 부인 김동애씨 역시 “중간중간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결국 견뎌내고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게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직 미흡하지만 부부가 요구했던 강사법이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됐다. 끈질기게 거리를 지킨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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