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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일본과 공군력 격차…한국 ‘게임체인저 필요’ 부상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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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하늘이 뜨겁게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공군력 증강 경쟁을 본격화하면서부터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 KADIZ 무력화 시도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공군력 강화는 주변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일본은 ‘공격을 당했을 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전투기를 개량하면서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신형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착수할 태세다.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일본의 공군력 강화는 이미 전수방위 원칙을 지키는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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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가 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한국도 기존 전력증강 사업을 지속하면서 F-15K 전투기 성능개량 등을 새로 추진하고 있으나 일본과의 공군력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日, 공격용 장거리 순항미사일 도입 추진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30일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예산 요구액으로 5조3223억엔(약 60조461억원)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새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스탠드오프(standoff) 미사일 확보다. 스탠드오프 미사일은 상대국 위협 범위 밖에서 공격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말한다. 방위성은 노르웨이 콩스버그사가 개발한 합동타격미사일(JSM)을 도입, F-35A에 장착한다는 방침이다. 사거리가 560㎞에 달하는 JSM을 도입하면, 일본 F-35A는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중국 내륙을 타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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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오후 청주 공군기지에서 스텔스 전투기 F-35A가 이륙을 하고 있다. 이날 비행한 006호기는 지난 3월 29일 007호기는 7월 15일 한국에 도착했다. 청주=연합뉴스


동아시아 국가들이 방공망을 강화하는 추세에서 JSM 도입은 자위대가 인적, 물적 손실 없이 상대국 내륙 지역을 타격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헌법에서 금지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방위성은 “유사시 자위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침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스탠드오프 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당시 함경북도 무수단 미사일기지를 독자적으로 공습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일본이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도입하는 것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방위성이 제출한 예산안에는 F-35B 스텔스 수직 이착륙전투기 6대와 F-35A 3대 도입이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경항공모함으로 개조되는 이즈모함과 가가함에서 운용할 F-35B 40여대를 포함해 F-35형 전투기 도입 규모를 147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200여대가 운용중인 F-15J 전투기 중 절반 정도는 F-35A로 대체된다. 나머지 100여대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포함한 첨단 항공전자장비를 탑재해 미 공군이 추가 도입할 F-15EX 전투기와 유사한 성능을 확보하게 된다. F-2 전투기도 레이더와 전자장비, 무장 등을 개량하게 되며, 미국에서 KC-46A 공중급유기 4대도 들여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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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신주쿠의 방위성 청사에 불이 밝혀져 있다. 도쿄=연합뉴스


차기 전투기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은 F-2 전투기 퇴역이 시작되는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자국 주도의 후속기 개발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개발비는 1조5000억엔(약 17조578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높은 수준의 공중전 능력을 확보하면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탑재, 지상 및 해상 공격 능력을 함께 갖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미군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 100% 국내 개발 대신 일부 분야는 외국의 기술을 도입할 방침이다.

다만 성능개량 과정에서 외국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주요 시스템은 국산화한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F-22 스텔스 전투기에 F-35의 전자장비를 탑재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일본 정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시스템 정보 공개가 완전히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원인이 됐다.

◆기존 계획으론 한계…‘게임체인저’ 필요

일본의 공군력 증강 추세에 맞서 한국도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방부가 발표한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현재 60대를 보유하고 있는 F-15K 전투기는 AESA 레이더 등 첨단 전자장비를 갖춘 신형 기체로 거듭난다. 현재 운용중인 E-737 조기경보통제기 4대 외에 2대를 추가 도입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및 KADIZ 감시에 투입한다. 현재 진행중인 KF-16 성능개량과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까지 고려하면, 공군력 현대화 작업은 2020~2030년대에도 꾸준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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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는 일본이 독자 개발한 것으로 F-16급 전투기로 평가된다. 일본 항공자위대 제공


하지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이 동해 KADIZ에 무단 진입하거나 공해상에서 활동하는 우리 해군 함정에 저공위협비행을 실시하는 등의 적대 행위를 저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우리 공군 주력인 F-15K와 KF-16은 기존 계획대로 성능을 높여도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친 일본 F-15J, F-2를 압도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F-35A는 한국과 일본이 동일한 기체를 운용중이라는 점에서 성능상 격차가 거의 없다. KF-X는 2030년대에 실전배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F-35A보다 전력화 시점이 늦고 스텔스 성능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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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F-15K 전투기가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한 채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국방부는 경항공모함(대형수송함-Ⅱ)과 합동화력함 등을 건조해 전략적 억제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들 함정이 실제로 전력화되기까지는 최소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도 전력증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전력 격차를 해소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공군에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한국 공군이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F-15K에 장착해 북한 내륙 공습 전략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것처럼 한일 간 공중전력 불균형을 통째로 바꾸거나 판도를 뒤집어 놓을 만한 결정적인 비대칭무기를 단기간 내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냉각된 한일 관계가 단시간에 회복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의 활동을 견제하는데 필요한 억제력을 빠른 시간 내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최신형 항공무장을 확보하는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군용기를 개발 또는 도입하는 것보다 시간이 적게 걸리고 비용도 저렴하면서 효과는 크기 때문이다. 기존 미사일보다 훨씬 빠른 마하 4의 속도로 최대 100㎞ 거리에서 적기를 공격하는 유럽 MBDA사의 미티어(Meteor) 공대공 미사일, F-16급 전투기에서도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지만 비행거리가 400㎞에 달하는 타우러스 K-2 공대지 미사일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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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KC-46A 공중급유기가 급유장치를 외부로 노출한 채 비행하고 있다. 일본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티어 미사일은 영국이 F-35에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티어 미사일 카드를 사용할 경우 무장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는 F-35A의 전투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타우러스 K-2는 FA-50 경공격기와 KF-16 등에도 장착할 수 있는 무기다. 일본이 JSM을 시작으로 복합유도폭탄(LJDAM) 등을 도입해 공대지 능력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소형 전투기에 장거리 공격능력을 부여하면 일본의 도발 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

F-35A 도입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한국 공군의 전력증강 계획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두고 군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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