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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하원 원내대표, '브렉시트 반대' 의사 폄하 발언으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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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조작해 백신공포 부추긴 의사와 부적절한 비교로 '뭇매'

연합뉴스

4일 영국 런던 총리관저 방문을 마치고 떠나는 제이컵 리스-모그 하원 원내대표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강경론자인 보수당 소속 제이컵 리스-모그 영국 하원 원내대표가 EU 잔류를 주장한 공공기관 소속 의사를 과거 조작된 논문으로 백신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의료계에서 퇴출당한 인물에 비교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영국의 공공 의료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의사 데이비드 니컬은 지난 2일 LBC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니컬은 특히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것)가 현실화하면 의약품 수급이 어려워져 환자들이 사망할 우려가 있다고 리스-모그 원내대표에게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리스-모그 원내대표는 이에 5일 하원에서 "의약품 수급엔 문제가 없으며, 놀랄 만큼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제의 발언은 곧 이어 나왔다. 리스-모그 원내대표는 "니컬의 말은 우리가 EU를 떠나면 사람들이 죽어 나갈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점에서 앤드루 웨이크필드만큼이나 무책임하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소화기내과 의사였던 웨이크필드는 1998년 홍역·볼거리·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실어 '백신 유해론'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이후 이 논문의 자료 조작이 드러나면서 2010년 논문이 철회되고 의사면허도 박탈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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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영국 의료위원회(GMC)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앤드루 웨이크필드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난데없이 '논문 사기'로 학계에서 쫓겨난 이와 동급 취급을 당한 니컬은 즉각 '명예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니컬은 리스-모그 원내대표에게 명예훼손에 대한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하원 의사당 바깥에서 "다시 한번 문제의 발언을 해 보라. 어떻게 되는지 보자"며 발끈했다.

니컬은 BBC '뉴스나이트' 인터뷰에서 "리스-모그 원내대표의 행동에 경악했다"며 "그가 만일 영국 의료위원회(GMC)에서 제명된 웨이크필드처럼 내가 의사로서 부적합하지 않은지 심각하게 우려가 된다면, GMC 측에 나를 신고하면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공격이 "정부 차원에서 단지 의사들만이 아닌 내부 고발자들을 괴롭히려 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정부 내 보건 담당 최고 자문가인 최고의학책임자(CMO) 샐리 데이비스 교수도 니컬에 힘을 실었다.

데이비스 교수는 "리스-모그 원내대표가 니컬 박사에게 말한 내용과 그 방식의 무례함에 진심으로 실망했다"며 저명한 의료 전문가를 부정직하고 무책임한 인물과 비교한 것은 "정말로 용납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평소 브렉시트에 대해 리스-모그 원내대표와 한목소리를 내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조차도 이번 발언은 지지하지 않았다고 총리실 관계자는 인디펜던트에 전했다.

비판이 쇄도하자 리스-모그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웨이크필드와 비교한 데 대해 니컬 박사에게 사과한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어 "영국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영국의 의료 전문가 모두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면서 "정부는 오는 10월 31일(브렉시트 기한)에 EU를 떠나더라도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NHS 및 관련 업계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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