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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노딜 브렉시트·조기총선 모두 퇴짜… 존슨, 최단명 총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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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새 하원 투표서 3연속 패배, 黨 장악력 급속도로 떨어져

존슨 동생 기업부 부장관도 사퇴… 브렉시트, 내년1월로 또 연기될듯

취임 42일째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밀어붙이다가 세 번 연속 의회의 강타를 맞고 낙마 위기에 몰리고 있다. 취임 118일 만에 병사(病死)한 조지 캐닝 전 총리의 기록을 192년 만에 깨뜨리고 존슨이 최단명(最短命) 총리가 될 수도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거론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일 밤(현지 시각) 영국 하원은 노동당이 발의한 '노딜(no deal) 브렉시트 방지법'을 찬성 327표, 반대 299표로 가결했다. '죽기 살기(Do or die)'로 오는 10월 31일 브렉시트를 이행하겠다는 존슨에게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따라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다음 날인 10월 19일까지 EU와 브렉시트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존슨은 2020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달라고 EU에 요청해야 한다.

법안이 통과되자 존슨은 판을 뒤엎기 위해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실시안'을 상정했지만 이 역시 부결됐다. 조기 총선을 시행하려면 하원 재적 의원(650명)의 3분의 2인 434명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찬성표가 298표에 그쳤다. 야당 의원들이 대거 투표에 불참해 기권이 288표였고, 반대가 56표였다.

앞서 전날 밤 의사 결정 주도권을 내각에서 의회로 넘기는 투표가 가결(찬성 328표, 반대 301표)되면서 총리 취임 이후 첫 표결에서 패배를 맛본 존슨은 이틀 동안 세 번의 투표에서 내리 완패를 당했다. 굴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친(親)존슨 성향의 보수당 상원 의원들은 노딜 방지법의 상원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100개가 넘는 수정 조항을 내놓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준비했다. 하지만 상원의 여야 지도부가 자정을 넘긴 회의 끝에 5일 새벽 1시 30분 필리버스터 없이 6일까지 노딜 방지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존슨 총리 동생인 조 존슨 기업부 부장관이 존슨에게 반발해 5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존슨은 사실상 '식물 총리'가 됐다. 일간 더타임스는 "존슨이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에 갇히게 됐다"고 했다. 보수당은 지난 3일 이뤄진 존슨 반대파 21명에 대한 출당 조치로 289석에 그쳐 과반수(326석)에 한참 모자란다. 존슨의 당 장악력도 급속도로 떨어졌다. 보수당 의원 중 100여명이 과격한 성향의 도미닉 커밍스 수석보좌관의 조종에 의해 출당 조치가 이뤄졌다며 '비선 정치'를 성토하는 서한을 존슨에게 보냈다.

EU는 "설령 합의를 해줘도 힘 빠진 존슨이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설 땅이 좁아진 존슨이 사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존슨 내각의 한 장관은 "(노딜 방지법에 의거해) 존슨이 (EU가 있는) 브뤼셀에 가서 브렉시트를 다시 연기해달라고 간청하느니 사퇴할 것으로 본다"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의회가 조기 총선 실시안을 부결시켰지만 언제든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존슨은 9일 조기 총선 실시안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다. 노동당은 10월 말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것이 확정되고 나서 선거 날짜를 11월 이후로 잡으면 조기 총선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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