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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보수당서 쫓겨난 처칠 손자 "브렉시트 되면 英 영향력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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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에 반기 의원 21명 출당한 존슨 총리에 당내 반발 고조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영국 보수당에서 쫓겨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외손자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현실화하면 영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처칠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서 니컬러스 윈스턴 솜스(71) 의원은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브렉시트가 영국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브렉시트는 내 생애에서 가장 분열적인 사안"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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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 전 영국 총리의 외손자인 아서 니컬러스 윈스턴 솜스 의원 [로이터=연합뉴스]



솜스 의원은 "내가 진정 걱정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영국의 국채가 폭락하고, 국제 현안을 둘러싸고 우리의 입지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솜스 의원은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막겠다는 신념으로 전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가 동료 의원 20명과 함께 보수당에서 출당됐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국 정치인으로 꼽히는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막내딸 메리 솜스의 아들인 그는 1983년 이래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해왔다.

존슨 총리는 전날 노 딜 브렉시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야권이 마련한 법안에 보수당의 당론을 어기고 찬성표를 던져 야권과 동조한 솜스 의원 등 21명을 이날 당에서 내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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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하원 표결서 패배하며 위기를 맞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40년 가까이 몸담은 당에서 졸지에 쫓겨나게 된 솜스 의원은 이날 의회에서도 격정적인 연설을 쏟아냈다.

그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된 이래 투표 결과가 존중돼야 한다는 믿음을 늘 견지해왔다. 이런 믿음에서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EU와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에도 존슨 총리 등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찬성표를 던져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노 딜 브렉시트로 영국이 큰 혼란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론에 반기를 들 수밖에 없었음을 항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솜스 의원 등 보수당 내 반란파들은 EU와의 합의가 있건 없건 내달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계획은 영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브렉시트 이후의 보수당의 입지도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동료 의원들을 당에서 내쫓은 존슨 총리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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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조기 총선 동의안 등의 표결 결과를 발표하는 영국 하원의 모습 [EPA=연합뉴스]



하루아침에 당적을 잃은 이들 의원은 4일 의회에 출석해 야당 쪽에 앉는 대신 존슨 총리 뒤편의 원래 자리에 앉는 것으로 출당 조치에 대한 저항의 뜻을 드러냈다.

솜스 의원과 함께 출당된 알리스테어 버트 전 외교 차관은 로이터 통신에 "EU 회의론자들은 EU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변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비난 대상을 찾고 있다"며 "이번에는 어이없게도 나와 동료들이었다. 다음은 누가 그 대상이 될지 동료들에게 묻고 싶다"고 개탄했다.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보수당 내 중도파 의원 약 100명으로 구성된 그룹인 '원 네이션 컨서버티즘'(One Nation Conservatism)도 이날 존슨 총리에게 의원 출당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원칙적으로나, 실제 정치학적인 측면에서나 옳지 못한 것"이라며 존슨 총리는 모든 범주의 보수주의적 관점에 열려 있는 당으로 보수당을 이끌 의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그룹의 데미언 그린 회장은 존슨 총리에게 따로 편지를 써 "당신의 야망이 당과 나라를 통합하는 것이라면, 어젯밤의 결정은 이를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팎에서 반발이 일자 존슨 총리는 해명에 나섰다.

그는 ITV에 "친구이기도 한 동료 의원들을 당에서 나가게 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EU와의 브렉시트 합의를 위한 영국의 역량을 훼손하는 쪽을 택한 것은 매우 슬프고, 놀라운 일"이라며 자신을 변호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이 무조건 내달 31일 EU를 탈퇴한다는 점을 압박할 경우 EU가 결국 영국에 유리한 협상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계산 아래 '벼랑 끝' 전술을 펼쳐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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