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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Startup’s Story #452] 삼성전자가 육성한 사외 기술 스타트업 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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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체로 스타트업이 부각되며 근래 대기업과 금융권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그중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C-LAB)’은 역사가 길다. 2012년에 시작되어 지난해까지 228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34개의 프로젝트는 스핀오프(분사창업)까지 했다. 스핀오프 1호 기업인 이놈들연구소를 비롯해 웰트, 솔티드벤처, 망고슬래브, 모픽 등 기술 스타트업이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C랩 프로그램이 사내를 벗어나 지난해 ‘C랩 아웃사이드‘라는 명칭으로 외부 스타트업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삼성전자는 5년간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외부 스타트업 300개, 사내 임직원 스타트업 과제(C랩 인사이드) 200개 등 총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처음으로 공개모집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회사 무선사업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스퀘어’를 통해 15개의 스타트업을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선발된 스타트업에게 최대 1억원의 사업 지원금,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 전용 업무 공간 및 협업 기회가 제공되었다.

15개 스타트업 중 기자가 만난 에그번에듀케이션(이하 에그번)과 서큘러스, 피트(FITT)는 지금보다는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에그번은 자연어 처리기술을 이용한 인공지능 챗봇을 통해 언어를 가르쳐주는 AI튜터봇을 개발하는 기업이고, 서큘러스는 사용자와 감성적으로 교감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반려로봇인 ‘파이보’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피트(FITT)는 운동자가 자신의 체력수준에 최적화된 운동시간과 강도로 운동 량을 유지 또는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운동검사 알고리즘 및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우면동 삼성 R&D 캠퍼스에서 문관균 에그번에듀케이션 대표, 이병민 서큘러스 이사(CTO), 남연우 피트 전략기획팀장을 만나 조금 긴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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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문관균 에그번에듀케이션 대표, 이병민 서큘러스 CTO, 남연우 피트 전략기획팀장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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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소개부터 해보자. 많이 들었던 뻔한 질문일테데, 문 대표는 창업 전에 어떤 일을 했나. 그리고 이병민 이사와 남연우 팀장은 회사 대표가 삼고초려해서 영입했다고 들었다. 왜 이 회사에 합류했나.

문관균 에그번에듀케이션 대표(이하 문관균 대표) : 단순히 요약하자면, NGO 커리어를 가다가 IT창업을 하고 싶어 게임회사에서 프로세스를 배운 뒤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이병민 서큘러스 이사(CTO, 이하 이병민 이사) : 회사에 합류한지는 5개월 정도지만, 한 3~4년 전부터 서큘러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종건 대표(서큘러스 CEO)와는 과거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박 대표와 시간이 될 때 마다 만나면서 회사 이야기를 들었고 내가 할 수 있는게 보여 결심했다.

남연우 피트(FITT) 전략기획팀장(이하 남연우 팀장) : 나도 합류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홍석재 대표(피트 CEO)와의 인연은 2015년부터다. 당시 내가 재직했던 스타트업과 피트가 같은 지원기관에 있을 땐데, 홍 대표의 분투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이후 내가 거주지를 외국으로 옮겨 한국을 떠나와 있었는데, 홍 대표가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여러 번 해줬다. 피트 서비스가 현재는 B2B만 있지만, 향후 B2C로 갈 계획인데 전문 기획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겨울에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결정했다.

현재 서큘러스는 휴머노이드를 에그번은 AI튜터봇, 피트는 건강관리 솔루션을 사업 아이템으로 하고 있다. 이 아이템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시장성과 개인 전문성 등 배경이 있을텐데.

문관균 대표 : 군복무를 마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영어 70에 프랑스어 30 비율로 수업을 했는데, 당시 둘 다 잘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걸 극복하면서 여러나라 언어 배우기에 재미를 붙이는 랭귀지 너드가 되었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비롯해 6개정도 언어 공부를 하며 관건은 초기 허들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심화되어 창업 아이템이 되었다.

언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1:1 과외를 받는 거고 매일 쓰면 내재화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질적으론 어렵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을 연결하기에도 많은 허들이 있다. 그래서 미니멀한 형태로 디지털라이징된 언어 튜터를 만들어주면 최소한 초보단계는 극복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1대1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챗봇 형태가 되었고.

이병민 이사 : 서큘러스는 반려로봇 ‘파이보’로 알려져 있지만, 로봇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서큘러스는 인간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로봇의 무한한 잠재력을 찾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듯 반려로보과 함께 한다면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열릴거라고 본다. 지금은 초기 단계라 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 큰 기회가 열릴거라고 생각한다.

남연우 팀장 :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사는거에 관심이 많다. 먹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정보가 있는데 반해, 운동은 그렇지 않다. 우리 대표는 체육대학, 트레이너, 스포츠과학연구소 연구원, 체육교사를 거치며 현장에서 그런 문제를 체감한 사람이다. 그래서 창업자로 나서 특정 계층만이 쓰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 솔루션을 만들었다. 우리 서비스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운동검사솔루션으로 개인 체력 및 건강관리 데이터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우리 회사 내부 모토가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다가 죽자’,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몇 일만 앓다가 죽자’다.

각 사업이 기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각 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소개해 준다면. 기술 수준은 어느정도라고 자평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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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관균 에그번에듀케이션 대표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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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관균 대표 : 기본적으로 우리 서비스는 스택큐를 기반으로 피드백을 주는 제품이다. 봇이 질문을 하고 사용자가 답변을 하면 그것에 대한 가장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예를들어, ‘뭐 오늘 뭐 먹었니?’라는 질문을 했을 때 ‘밥 먹었음’이라고 답하면 ‘음’을 ‘어’로 바꿔서 쓰게 유도하는 거다.

머신러닝도 돌려봤는데, 언어학습 특성상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데이터만 넣으면 러닝되서 최적값을 찾는거랑 언어교육은 거리가 있더라. 그보다는 프로그래밍을 직접 손으로 입력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서 코딩을 깔끔하게 해서 뭐가 틀렸는지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남연우 팀장 : SCI 학술논문에 운동에 관련된 로우 데이터가 상당히 많다. 우린 그 로우 데이터와 대표가 취합한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출시했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그 정규분포 안에서 계속 그 오차도 줄여나가고 있다.

이병민 이사 : 서큘러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 로봇 하드웨어의 부품 설계부터, 조립, 판매, 배송까지 직접 한다. 하드웨어 제조 전과정을 아는 회사이기에 가능한거다. 그리고 로봇 OS도 직접 커스터마이징해서 원하는 기능을 얼마든지 추가해서 구현할 수 있다. 데이터는 클라우드나 서버단에서 처리를 하게 되는데, 우리가 직접 다 개발, 운영하기에 문제가 생겨도 빨리 대응할 수 있다. 아울러 데이터 부분에 대한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더 나은 가치창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거다.

파이보를 비롯해 국내외서 다양한 반려로봇, 휴머노이드가 등장하고 있다. 언제쯤 보편화 될거라 예상하나.

이병민 이사 : 몇년 뒤라고 특정하긴 어렵다. 아직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다. 그리고 로봇은 접근하기 좀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이 휴머노이드를 반려동물처럼 느끼는 시기가 도래 한다면 주목받는 아이템이 될거라 전망한다.

AI활용 학습 챗봇은 시장에 많다. 에그번의 AI튜터봇은 뭐가 다른가.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문관균 대표 : 여타 서비스와 기술 스택은 다 비슷한 지점에서 수렴될거다. 언어 영역에서 기술은 보조적 도구다. 관건은 그 안에서 얼마나 잘 가르치게 만드냐다. 같은 영어책이라고 해도 콘텐츠는 다 다르잖나. 우리는 봇을 통해 퀄리티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잡담이 아닌 교육적으로 성과를 내는 콘텐츠라고 자부한다. 효용성은 사용자들이 증명해 줄거다.

피트는 B2C시장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개인건강관리데이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고. 개인건강관리 솔루션(서비스 명 ‘마이핏’)도 준비 중인데,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남연우 팀장 : 기획이 마무리된 단계다. 트레이너들이 쓰는 관리 툴을 보면 포털 캘린더다. 그나마도 문서를 잘 다루는 트레이너들 이야기다. 대체적으로 회원 관리가 효율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래서 관련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휘트니스 센터에게는 회원, 예약, 입출입 관리를 하는 플랫폼이 될거고, 고객은 자신이 운동했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내년 CES에 참가할 예정인데, 그때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려 한다. 아울러 우리 데이터가 웨어러블과 연동되는 형태의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세 회사 사업 아이템은 국내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어떤 기회를 찾고있나. 현황을 이야기해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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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연우 피트 전략기획팀장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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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연우 팀장 : 우리 알고리즘은 해외서 인정받고 있다. 독일 올림픽 트레이닝 센터와 파트너쉽을 체결한 국내 유일 기업이고, 독일 체육대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독일 시장을 시작으로 유럽 쪽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탈리아 피트니스 기구 브랜드인 테크노짐과도 협력을 논의 중이다. 내년 초 CES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관균 대표 : 에그번은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매출 70%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다. 예를들어, 동남아의 경우 좀 좋은 제품이 있으면 입 소문이 엄청 빨리 나는데, 구매는 그만큼 발생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일본의 경우는 구매를 빨리 하는데, 입소문은 그에 못 미친다. 그래서 고객 세그먼트를 늘리는 접근으로 메시지를 달리하는 등 여러가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 그걸 바탕으로 올해 일본쪽 포지션을 늘리고 있고, 스페인이나 남미쪽도 조금씩 커지는 추세이다. 또 회사 멘토인 옥스포드 대학 교수가 에그번 서비스의 성과평가를 하는 중인데, 효과가 증명된다면 도움이 될거라 보고 있다.

이병민 이사 : 매년 해외전시회에 참여를 해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서 정식 오픈이 되고 어느정도 데이터가 쌓이면 글로벌 진출 전략이 명확해 질거다.

스타트업은 성장도 빠르지만 위기와 부침, 시행착오도 많다. 에그번은 지난해 팀빌딩을 다시 했다고 들었다.

문관균 대표 : 성장이 최우선 목표였고, 다른건 생각하지 못 했다. 그런데 매출이 정체되니 문제가 생기더라. 매출이 커진다는 전제에서 경력자 위주로 영입했고 인건비도 크게 배분했었다. 그런데 성장이 더뎌지니 매출이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투자가 이어져 버티기는 했지만, 얼마 안 되어 좀비 기업이 되겠다 싶었다. 회사 분위기도 많이 이상해졌다. 그게 한 1년 지속됐다. 그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진짜 필요한 사람만 남기는 구조조정을 했다. 퇴직금이 그렇게 많이 나갈지 몰랐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회사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

서큘러스와 피트에서도 위기상황이 있었을거다.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나.

이병민 이사 : 내가 합류하기 전 이야긴데, 이전에 회사가 종로쪽 상가에 있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워서 직원들이 사무실이 아니라 부근 커피숖으로 출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위치한 지대도 문제였다. 그곳에 있을 때 폭우로 인해 3D프린터를 비롯해 부품이 침수되는 사고가 있었다. 전기 관련 부품은 젖으면 쓸 수가 없잖나. 당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을 땐데, 리셋하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큰 위기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틴건 대표의 역량이라고 본다. 우리 대표는 마인드가 긍정적인 사람이고 사람을 이끌줄 안다.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고 매일 매일 새롭게 시작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침수 사고가 나고 회사가 어수선해졌을 때 먼저 한 것이 회사 분위기부터 다잡는 거였다. 그렇게 회사를 다독였고 거짓말처럼 상황이 반전되었다. 침수되는 사무 환경을 벗어나 부천쪽으로 확장했고, 이후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되어 삼성전자 R&D캠퍼스 내 공간도 근거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남연우 팀장 : 헬스기업이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상당수가 사장됐다. 우리 대표가 그런 환경에서 사업을 시작해 악전고투를 했다. 서비스 만들 돈은 필요한데 매출은 없고,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 받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회사 인력도 경험자보다는 주니어가 많아 손이 많이 가야 했을거다. 당장 회사가 굴러가려면 돈을 벌어야 하기에 대표가 외부 일을 많이 했다. 평가도 좋았고 심지어 영입 제안도 받았다 한다. 하지만 정작 회사 역량을 쌓는 것은 느렸다. 그래서 작년에 모두 멈추고 제대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다행스럽게도 투자유치를 해서 밖에 일을 안 해도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남 팀장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상장사 근무 경험도 있다. 양쪽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남연우 팀장 : 스타트업은 속도감이 있다. 큰 회사는 로드맵 안에서 기획문서 만들고, 컨펌 받고, 다시 리뷰하고, 개발자 회의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있는데, 스타트업은 빠른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일을 진행한다. 반면에 대기업은 시스템이 있는 반면, 스타트업쪽은 그런 부분에 대한 개념이 조금 희박하다.

이 이사는 대기업 근무 전 첫 직장이 스타트업이었다. 십수년 전 당시와 환경적으로 뭐가 달라졌다고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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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민 서큘러스 CTO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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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민 이사 : 인프라와 일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보다 좋은 환경이기에 성장 속도도 다르다. 5년, 10년 전에는 안 될 것 같은게 지금은 순식간에 된다. 서큘러스의 경우 하드웨어를 직접 설계하고 조립도 하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도 클라우드와 연계해서 개발까지 한다. 이 인원으로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내부에서 지켜보니 충분히 가능해 보이더라. 대표를 비롯해 모든 팀원이 각자 고유의 영역이 있지만 그게 결합되어 잘 맞물려서 돌아간다.

보통 스타트업은 초기 대표의 개인기에 좌지우지 되다가 회사가 커지면서 차차 체계적인 팀워크로 변모한다. 문 대표는 회사 조직 관리를 어떻게 했나.

문관균 대표 : 20명 규모였을 때 스타트업의 불확실성을 간과한 상황에서 소통을 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그게 불만이되고 갈등의 소지가 되더라. 지금은 매사 100% 명확하게 말하려고 하는 편이다. 현재 4명이서 일하는데 예전보다 세 배는 빠르다. 당연히 매출도 세 배 높게 나온다. 인원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게 아니라 마인드셋을 맞추는게 현실적이라 본다. 나도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예전엔 내가 직원 월급을 준다고 착각했는데, 고객이 준다는걸 나중에 깨달았다.

서큘러스와 피트는 어떤가.

이병민 이사 : 팀 구성이 좋다. 팀원 모두 궁금한 걸 못참는다. 그때그때 묻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한다. 그래서 답도 빨리 찾고 있다.

남연우 팀장 : 회사에 술먹는 회식 문화가 없다. 대표와 부대표도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가기에 스스로 자제하는 편이다. 회식도 업무시간에 발생한 불편함을 이야기 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그리고 출근시간 9시는 그 시간까지 오는게 아니라 그 시간에 일이 시작되게 셋팅하라고 강조한다.

스타트업은 사람 하나 잘 못 들여 휘청거리기도 한다. 리쿠르팅이 중요한 이유일거다. 인재 채용을 할 때 있어 중요하게 보는 점은. 어떤 인재가 본인들 회사에 적합하다고 보나.

문관균 대표 : 초기 실수를 많이 했다. 화려한 경력만 보고 뽑았다. 그게 나중에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더라. 물론 스타트업은 회사에 맞는 인재를 찾아야 하지만, 안 맞는 사람을 안 뽑는게 더 중요하다는 걸 어려움을 겪으며 배웠다. 그리고 아무리 인재가 들어와도 대표가 못 하면 제대로 활용이 안 된다. 능력치가 100인 사람이 들어와도 회사 목표지점과, 시스템, 환경을 창업자가 못 만들면 10도 못 발휘한다. 대기업은 목표지수가 명확하지만, 스타트업은 그걸 맞춰가며 하기 힘들다. 처음에는 120%로 달리다가도 분위기가 살짝 흐트러지면 확 떨어진다. 우수한 인재도 중요하지만, 회사 방향성을 먼저 올바르게 갖춰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인재가 들어와도 회사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포텐셜이 100인 사람을 뽑아서 20을 발휘하게 하는 것보다 20인 사람이 행복하게 20만큼 일하게 하는게 더 낫다. 그걸 인지하면 화려함에 덜 속게 된다. 지금은 서로에게 실망 안 하면서 성장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남연우 팀장 : 스타트업에서 제일 중요한건 사람이다. 대표가 고생해가며 팀빌딩을 해서인지 지금은 정말 인성이 좋은 사람만 있다고 자부한다. 우리 대표가 중요하게 보는 건 인성,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사람이다. 대표가 자주 하는 말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라’는 거다. 급하지 않은건 내려놓거나 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해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말아야할 것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회사와 대표에게 여러 제안이 들어오는데, 우리 상황에 맞는 것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입사하고 한 달 일한 뒤 느낌이 1년 일한것 같았다.

이병민 이사 : 향후 개발쪽 인력이 충원될거다. 서큘러스에서 제일 중요하게 보는 인재상은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본인의 역할을 소화하는 사람이다. 사실 그건 면접만으론 판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느정도 함께 일하면서 맞춰가는 과정을 본 뒤 최종 확정한다. 우린 신입이든 경력이든 간에 3개월간의 인턴십 과정이 있다. 스타트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같이 지내보고 확인하는 과정이 합리적이다.

세 팀 다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된 기업이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삼성전자와의 협업 기회 제공, 1억 원 지원 등 조건이 좋더라. 그것 외 회사에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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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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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관균 대표 : 처음에 너무 쉽게 투자를 받아서 일종의 창업자 놀이에 빠졌었다. 여기 오기 전 회사 비용 구조가 엉망이었다. 매출에 맞춰 연봉 책정을 해야했는데 대기업보다 많이 줬다. 인건비 뿐만 아니라 업무 공간도 매달 700만 원이 나가는 코워킹스페이스에 있었고, 우리 입장에서 하면 안 되는 과한 복지도 시행했었다. 처음부터 그런 구조로 가니 나중에 돌리는게 힘들더라. 그러던 중에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이곳으로 옮겼다. 조건없는 1억 지원에 업무공간이 제공된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회사 역량을 키우는 기간이었다는게 훨씬 더 의미있다. 8개월 간 아예 밑바닥부터 다시 가설을 세우고 기초 정립을 해서 구조를 바꿨다. 지금은 인원이 한참 많을 때 매출 수준까지 갔다.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안정된 것도 있다. 이전에는 누우면 월급 걱정만 했는데, 이젠 고객과 성장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요가를 배운 것도 좋았다. 몸과 마음의 체질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아직 작은 스타트업이고, 투자자들의 기대에도 부응 못 했다. 하지만 갭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이병민 이사 : 내년 CES에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나가는게 회사에 큰 도움이 될거다. 8명 규모의 조직으로 파이보를 만들고 있는데,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기에 증원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더 바빠질거고 여러 가지 어려운 일도 생기겠지만, 거기에 잘 대응한다면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거다.

남연우 팀장 : 프로그램에 성정되어 스타트업이 하기 힘든 복지적 환경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게 좋았다. 무엇보다 공간이 쾌적하고 세 끼 식사가 해결되잖나. 아울러 장비업체, 헬스케어 기업과 비즈니스 협의를 할 때도 삼성 프로그램에 있어 원활하게 풀린 것 있다.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선정되고 나서 좋은 일도 많았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기관 투자도 받았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팁스 프로그램에도 선정되었다. 그리고 우리도 서큘러스와 함께 내년에 CES에 서비스를 선보이게 되었다. 지원이 결정되기 전부터 우리 대표의 목표는 무조건 삼성과 CES에 간다는 거였다. 다행스럽게도 성과를 내서 최종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1년만 있다 졸업하는건 좀 아쉽다. 성과가 크게 나서 ‘삼성 덕분에 컸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은데, 조금 이른 시점에서 졸업한다.

세 회사 다 투자유치 경험이 있고, 추가 투자 유치 계획도 있을거라 본다.

문관균 대표 : 작년에 회사가 힘들 때 기존 투자자 등으로부터 브릿지 투자를 몇 번 받았다. 투자 유치 계획은 있다. 다만 고정비용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마케팅 등 변동비용을 위한 투자를 받으려 한다. 투자 유치에 앞서 50억을 받아 그걸 투입했을 때 연매출 200억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게 선결되어야 한다.

이병민 이사 : 투자 안 받았으면 지금까지 오기 힘들었을거다. 앞으로도 더 필요한 상황인건 맞다. 최근에는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자금확보를 했다. 향후 구체적인 유치 계획은 내가 말하긴 어렵다.

남연우 팀장 : 2018년에 신용보증기금 퍼스트펭귄 기업에 선정되어 10억 받았고, 올해 5월에 인라이트 벤처스로부터 3억 원, 6월에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10억 원을 확보했다. 현재 단계에서 사업이 진행되는데는 문제는 없다. 추가 투자유치도 검토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매출을 만드는게 우선이다. 매출이 많이 나서 투자없이 가는게 최선일거고, 동력이 필요하다면 추가투자유치도 하게 될거라 본다.

투자자들에게 어필을 해보자. 우리 회사에 반드시 투자해야할 이유를 이야기해 준다면.

문관균 대표 : 에그번은 리스크가 많이 없을거다. 큰 금액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당한 금액이라면 다음 성장세를 기대해도 좋다. 그건 KPI로 보여줄 수 있기에 대부분 납득할거다. 교육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환영이다.

남연우 팀장 : 근래 투자를 유치한 헬스케어 회사들 대부분이 사람을 모으는 것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우린 가치 창출을 고민하는 기업이다.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고객에게 운동을 처방할 때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돕는 플랫폼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음식문화처럼 운동문화를 만들어가는거다. 대중이 운동이 중요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지만 그걸 제대로, 효율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한 상황이다. 그 부분에 대한 선구자 역할을 지향한다. 이런 측면에 공감하는 투자자와 함께하면 좋겠다.

이병민 이사 : 서큘러스는 단순히 로봇만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가치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넓혀가는 것을 비전으로 하고있다. 로봇 플랫폼에서 서브스크립션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그걸 아는 투자자와 만난다면 시너지가 있을거라 본다.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투자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투자사였으면 좋겠나.

문관균 대표 : 유명한 투자사라고 해도 창업자 혹은 회사의 방향성, 성향이 안 맞을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투자자, 우리에게 맞는 펀드에게 제안을 하려고 한다. 동반자로서의 투자자를 생각한다. 재무적 부분 뿐만 아니라 내가 경험하지 못 했던 것을 헤쳐나온 투자자들이 운영하는 펀드라면 사업에도 도움이 될거다.

10억 원 규모 엔젤투자를 받았을 때 라운드를 주도한 마틴 란델은 1조 밸류에이션이 넘는 가치로 엑싯을 두 번 한 창업자이자 투자자다. 10년 동안 1조 회사를 키운 사람으로 내가 가장 존경하는 투자자다. 그에게 삶의 태도나 회사 운영 방식을 배웠다. 그 사람은 본인만의 원칙이 있다. 우선 자기가 쓴 돈은 무조건 모두에게 공유한다. 소소한 걸로 신뢰가 깨지면 권위가 없어지고 느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리텐션에 미친듯이 집착한다. 일어나서 잘 때까지 그것만 고민하더라. 그게 에그번의 바탕이 되었다. 다음 투자자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창업자로 기업을 설립했을 때 생각해둔 목표가 있을거다. 현재 어느 지점까지 와 있다고 보나.

문관균 대표 : 10%정도다. 매출 마일스톤은 지켜나가고 있지만, 고객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전은 갈 길이 아직 멀다.

둥지가 제공된 환경에 있다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소감이나 계획이 있다면.

이병민 이사 : C랩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여러 기회도 찾게 되었다. 다음에 다른 연결고리로 함께하면 좋겠다. 회사가 존재하는 한 공유할게 있을거라 믿는다.

남연우 팀장 : 삼성전자라는 이름이 주는 레퍼런스는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도 유지 될거다. 앞으론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였으면 좋겠다.

문관균 대표 :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회사가 많이 발전했다고 자평한다. 야생으로 나갈 때 미진한 것이 있어 아쉬운게 아니라 체질 개선을 완전히 해서 의미있는 기간이었다. 개인적으로 걱정되는건 나간 다음에 성장세가 꺽이는거다. 다른 공간에 있더라도 지금보다 더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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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병민 서큘러스 CTO, 남연우 피트 전략기획팀장, 문관균 에그번에듀케이션 대표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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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 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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