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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뉴욕타임스 트래블] 내가 찜한 그림, 호텔방에 걸어주는 예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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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메인주 록랜드에 있는 현대미술센터의 조너선 보로프스키 작품. [사진 출처 = 스테이시 크램프(Stacey Cramp) ⓒ 2019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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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인주 미드코스트 지역 캠던(Camden)은 여행자들이 페노브스콧 만으로의 항해를 기다리는 역사적인 장소다. 근처 배티산 하이킹 코스까지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포틀랜드와 아케이디아 국립공원 사이에 있는 메인주 중심 해안에서 벌어지는 예술 현장이다. 특히 화려하고 새롭게 단장된 메인주 현대미술센터(Center for Maine Contemporary Art·CMCA)가 그렇다. 현대 미술 갤러리, 거리 예술 등 이 지역을 마음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예술가 집단이 늘어나고 있다. 록랜드의 첫째 주 금요일 아트워크는 번창하는 예술 운동의 또 다른 원동력이다.

◆ 예술과 꿀데이트를 한다고?

'예술과 데이트하는 밤' 여행 코스도 있다. 한 호텔은 최근 현지 갤러리와 제휴해 갤러리 미술품 구매에 관심이 있는 손님이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리기 전 해당 그림이 걸린 객실에서 묵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다음 날 그림이 맘에 들지 않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어쩌면 훨씬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캠던에서의 첫날 아침 필자가 몸소 체험했다. 나는 캠던 하버 인(Camden Harbour Inn)에서 내 방에 걸려 있는 화려한 작품을 발견했다. 붉은색, 검정색, 청록색이 섞인 전통 무늬의 초현실주의 그림이었다. 아르헨티나 작가 리카르도 코니 에트차르트(Ricardo Cony Etchart)의 작품이다. 전날 남편 마히르와 근처 카버 힐 갤러리(Carver Hill Gallery)에서 보고 매우 감명받은 작품이었다. 예술작품과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다니!

우리는 호텔에서 '예술과 데이트하는 밤' 패키지를 예약했는데, 손님들은 록랜드에 있는 두 갤러리 중 한 곳(다른 한 곳은 다울링 월시·Dowling Walsh)에서 미술품을 골라 객실에 설치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일어났을 때 여전히 그 작품을 좋아한다면, 그것을 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호텔은 갤러리에 돌려준다.

호텔 공동 소유주인 오스카 베레스트(Oscar Verest)는 "손님이 좋아하는 예술작품과 함께 잠을 잘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현대 예술을 지원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매일 성장해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사실 이 지역은 유명한 미국의 현실주의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와 조각가 루이즈 니벨슨을 포함한 예술가들의 오랜 거주지였다. 아마도 그들은 기이한 작은 마을, 깊은 바다, 바위가 많은 해변, 반도, 넓게 펼쳐진 푸른 들판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작년 가을 여행에서 우리는 베레스트가 열렬히 이야기했던 예술 부흥 운동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캠던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록랜드에서는 예술 활동과 관련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조너선 로런스와 함께 그곳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는 캠던 옆 마을 록포트에서 자랐으며, 현재는 캠던에 살고 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바다는 캠던, 냄새는 록랜드'라는 표현을 자주 던지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마을은 냄새나는 정어리 공장이 있었고 인식이 좋지 않았다"며 "이제는 예술 덕분에 모두가 록랜드에 오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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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주 록랜드 도심 빌딩에 그려진 화려하고 인상적인 벽화. [사진 출처 = 스테이시 크램프(Stacey Cramp) ⓒ 2019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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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을 확 바꾼 미술의 힘

1952년 설립된 CMCA는 2016년 중반 록포트에서 록랜드로 1068㎡(약 323평) 규모로 확장 이전했다. 뉴욕의 유명한 건축가 도시코 모리(Toshiko Mori)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유리, 톱니 모양 지붕선과 안뜰을 갖춘 빌딩을 디자인했다.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오고 매번 바뀌는 전시회는 메인주와 연관이 있는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CMCA는 2019년 새 건물에서 2주년 기념 전시회를 개최한다. '앤 크레이븐(Ann Craven) : 우리가 알고 있는 새들(Birds We Know)'이 주제다. 앤 크레이븐은 새, 달, 별 등을 소재로 유화를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크레이븐의 첫 전시회로 10월 1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수제트 매커보이(Suzette McAvoy) 감독에 따르면 CMCA는 지난 2년간 거의 4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이전하기 전에는 연간 방문객 1만명을 달성하기도 힘들었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도록 할 것"이라며 그 관람객 증가 원인을 도시의 예술 부흥 운동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메인주의 예술의 수도라고 불리는 록랜드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록랜드의 금요일 아트워크는 활기찬 예술 현장을 뒷받침한다. 현지 예술가와 갤러리 소유주들에 의해 열리게 된 이 행사는 5월부터 10월까지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 열리며 20여 개 갤러리와 CMCA, 판즈워스 미술관도 기존 영업시간보다 연장한다. 박물관 입장료는 오후 5~8시에 무료이며, 갤러리에서는 치즈, 견과류 등 술안주를 와인과 함께 제공하는데 이 또한 무료다. 이 행사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이자 랜딩 갤러리 소유주인 재러드 카원은 2006년 소수의 갤러리와 시작했지만 참여율은 저조했다고 밝혔다. 첫째 주 금요일에는 갤러리부터 갤러리까지 이동하는 메인 스트리트가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우리가 록랜드에 있을 때, 로런스는 우리를 다울링 월시 갤러리로 데려갔다. 그의 사진 작품들이 2층에 전시돼 있다. 그는 아침 숲속을 달리며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고 풍경과 나무들 이미지를 수작업을 통해 다양한 앱으로 조작했다. 그것들은 사진이기보다는 그림 같았고 작품들은 엄청 창의적이었다.

또 다른 방문 장소는 카버 힐 갤러리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그날 밤 에트차르트 그림이 우리 호텔방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판즈워스 미술관도 예술 부흥 운동에 일조하고 있다. 1948년 설립된 이 박물관은 작품 1만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예술가들은 메인주에서 살거나 작품 활동을 해왔다. 판즈워스는 앤드루 와이어스와 그의 아들 제이미 와이어스가 광범위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어린 시절 와이어스는 아버지와 함께 이 지역에서 자랐지만 뉴욕시에서 살면서 일했다.

와이어스는 미드코스트 메인주의 새로운 아티스트 집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미술 사진작가 조이스 테네슨(Joyce Tenneson)은 몇 년 전 맨해튼에서 록포트로 이사했다. 영화제작자와 사진작가에게 워크숍을 제공하는 비영리 교육기관인 메인 미디어 워크숍스(Maine Media Workshops and College)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테네슨은 "사진을 가르치러 왔는데 오히려 내가 여기에 와서 푹 빠졌다"고 말했다.

※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9년 8월 5일자
시바니 보라 ⓒ 2019 THE NEW YORK TIMES

[정리 = 권효정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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