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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와인과 맥주사이 꽃할배도 반한 알자스 스트라스부르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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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대성당···한많은 몽생오딜···드넓은 포도밭···꽃할배도 반하다 / 트램 천국 프랑스 알자스 스트라스부르 / 프랑스서 만난 작은 독일···맥주·와인 공존 / 하늘로 우뚝 솟은 대성당 142m 첨탑 “와∼" / 대문호 위고도 극찬···밤엔 아트쇼 캔버스로 / 트램 타고 도심 쌩쌩···볼거리 ·먹거리 가득



세계일보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위용


장엄하다는 말은 이때 쓰는 단어인가 보다. 첨탑이 불에 타기 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봤지만 이 성당보다 장엄하지는 못했다. 프랑스 알자스의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노트르담 대성당. 분홍색을 띠며 신비한 색감으로 변한 대리석 외벽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이 성당 하나만으로도 스트라스부르를 찾은 이유는 충분하다.

#와인과 맥주의 절묘한 공존

알자스에 가면 거리 이름이 온통 독일어 발음이다. 독일과 스위스 국경을 마주하면서 문화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13세기에는 신성로마제국에 속한 자유도시였지만 17세기 종교전쟁 때는 스웨덴에 점령됐었다. 루이 13세 때 프랑스 부르봉 왕조가 차지했지만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으로 독일의 지배를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서야 다시 프랑스 땅이 됐다. 세계 최고 프리미엄 와인 생산국 프랑스에서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가 명성을 떨치며 와인과 절묘하게 공존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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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이 내려앉은 것 같은 스트라스부르 역 전경


콜마르가 아담한 시골이라면 스트라스부르는 트램이 시내를 누비는 대도시. 자전거 천국으로 친환경 도시로도 유명하다. 스트라스부르역을 빠져나와 뒤를 돌아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마치 거대한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한 초현실적인 모습이 주변 풍경과 심하게 어긋난다. 길이 120m, 높이 23m의 거대한 유리로 덮인 역사 건물은 1883년 지어진 역 건물을 통째로 집어 삼키고 있다. 이런 스트라스부르 역건물은 스트라스부르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알자스의 주도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의 수도’로도 불리는데 바로 이곳에 유럽연합 의회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으로 연결하는 허브 도시인 스트라스부르의 이름 뜻마저 ‘길의 도시’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 연합의 통합을 꿈꾸며 정치적 수도가 될 것을 예견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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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위고가 극찬한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인기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로 한국인에게 이름을 알린 스트라스부르는 역을 나서면 콜마르처럼 많은 호텔들이 즐비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인 시가지 안쪽에 숙소를 정했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걸어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탄할 만큼 거대하고 섬세하다.” 프랑스의 대문호 위고가 극찬을 했다니 성당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설렌다. 숙소에서 10분 정도 골목길을 구경하며 걷자 레스토랑이 즐비한 샤토광장(place du Chateau)에 에 믿기 어려운 풍경이 나타난다.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높이에 “와∼” 하는 찬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광각렌즈가 아니면 도저히 한 컷에 담을 수 없는 높이. DSLR 카메라에 장착할 광각렌즈가 없었지만 광각렌즈가 있는 최신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과 함께해서 쉽게 거대한 대성당을 잘 담을 수 있었다. 성당 외벽에 새겨진 엄청난 조각작품들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위고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낸 이유를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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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메종 캄머젤(Maison Kammerzell)에서는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감상하며 와인과 식사를 즐길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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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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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대성당으로 꾸민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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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대성당 나이트쇼


스트라스부르 옛 시가지의 중심에 있는 대성당은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랜드마크로 이곳 사람들은 ‘그(La) 성당’이라고 부르는데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142m 높이 첨탑으로 어디서나 보인다. 첨탑은 1176년 짓기 시작해 1439년 완성됐다는데 19세기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었다. 1838년 완성된 대성당의 유명한 천문시계는 매일 낮 12시 30분에 종을 울린다. 레스토랑 메종 캄머젤(Maison Kammerzell)에 앉으면 음식과 와인을 즐기며 노을에 따라 바뀌어가는 대성당을 음미할 수 있다. 어둠이 내리면 대성당의 외벽은 거대한 아트쇼의 캔버스로 바뀐다. 음악을 곁들인 레이저 쇼가 펼쳐지는데 매일 저녁 10시부터 세 차례 열리니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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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를 오가는 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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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건거 천국으로 불리는 친환경 도시 스트라부르의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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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관광청 투어 버스 출발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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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관광 투어 버스


#중세로의 시간 여행

스트라스부르는 콜마르에서 TER로 30분거리다. 따라서 일정이 빡빡하다면 숙소를 옮기지 말고 두 곳 중 한곳에 숙소를 정하고 TER로 오고 가도된다. 많은 관광객들이 스트라스부르를 찾은 이유는 이곳에서 알자스의 관광명소를 둘러볼수 있는 알자스 관광청의 투어 프로그램(COEUR d'ALSACE TOUR) 버스가 이곳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라는 명성에 맞게 다섯 개 노선의 트램(A~E)이 도심과 주변 지역을 연결한다. 플라스 클레베르(Place Kleber) 북쪽의 플 라스 드 롬 드 페르(Place de l'Homme-de-Fer)가 가장 큰 허브다. 이 곳에서 트램을 타고 에뚜알 부스(Etoile Bourse) 정류장에서 내려 시외 버스정류장격인 에뚜알 공원(Parc de l'Etoile)으로 건너가면 투어 버스가 기다리다. 투어는 알자스 관광청 홈페이지(https://tour.alsace/boutique/our-tours/tour-coeur-dalsace/?lang=en)에서 직접 예약하면 된다. 10명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밴인데 지붕이 열려 차에 알자스의 맑은 공기와 바람을 맘껏 즐길수 있다. 중간중간 주요 포스트에 멈춰 서기 때문에 차에 탄 채로 사진을 촬영할 수있다. 무엇보다 이 투어의 매력은 헤드폰을 쓰면 다양한 외국어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한국어도 지원된다는 점이다. 오전 9시에 출발해 오후 7시30분에 다시 버스를 탄 곳으로 돌아온다.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명소에 한두 시간씩 머무르며 느긋하게 둘러보면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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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서있는 몽 생 오딜 (Mont Sainte Od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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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 생 오딜 (Mont Sainte Od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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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 생 오딜 Mont Sainte Odile


버스는 보쥬산맥을 한참 오르는데 무려 높이 764m 산 꼭대기에 수도원 몽생오딜(Mont Sainte Odile)이 아찔하게 서 있다. 이곳에 오르면 알자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연을 안고 있다. 알자스 공작은 첫 아이로 건강한 아들을 원했지만 왜소한데다 눈까지 먼 딸이 태어나자 죽이라고 명한다. 아내의 끈질긴 설득으로 딸은 부르고뉴의 수녀원으로 옮겨져 겨우 목숨을 구하고 12살때 ‘빛의 딸’이라는 뜻의 ‘오딜’을 세례명으로 받는다. 남동생이 그를 찾아내 오딜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이번에는 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를 피해 수녀가 되기로 결심하고 숲으로 피난한다. 그제서야 공작은 오딜의 운명을 받아들여 호넨부르 성(Honenbourg)을 딸에게 기부해 수도원을 열었고 많은 소녀들이 찾아와 오딜과 함께 자선을 베풀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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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르네(Ober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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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년에 세워진 호텔 겸 레스토랑 줌 쉬노갈로쉬(Zum Schnogal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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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쾨니스부르(Haut-Koenigsbo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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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쾨니스부르(Haut-Koenigsbo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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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와인로드에 있는 포도밭을 소개하는 와이너리 구스타브 로렌츠의 오너 조지 로렌츠(오른쪽)


알자스는 유명한 와인산지 답게 보쥬 산맥의 오른쪽 기슭을 따라 스트라스부르에서 콜마르까지 170km에 달하는 포도밭들이 펼쳐져 있는데 이를 알자스 와인 루트(La Route des Vins d'Alsace)로 부른다.

이 길에 아름다운 마을들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그중 한곳이 중세마을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오베르네(Obernai)다. 쁘띠 베니스의 확장판이라고 보면 될정도 마을 어디를 촬영해도 모두 그림엽서다. 버스는 이곳에서 두시간을 머무니 화보같은 인생샷을 건지고 싶다면 여벌의 옷을 준비하자. 특히 곳곳에 맛집들이 널려 있는데 1619년에 세워진 호텔 겸 레스토랑 줌 쉬노갈로쉬(Zum Schnogaloh)의 테이블에 앉으며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



12세기 지어진 오-쾨니스부르(Haut-Koenigsbourg)는 중세건축 양식이 잘 보전된 성으로 와인, 밀, 소금, 은을 운반하는 길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중세시대의 무기와 벽화, 르네상스 양식의 가구들을 만날 수 있다.

스트라스부르=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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