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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선거제 개혁

[레이더P] 정개특위, 출범부터 선거법 개정안 의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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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2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이 정개특위 손을 떠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정개특위가 출범(지난해 7월 26일 출범)한 지 400일, 지난 4월 30일 새벽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지 122일 만이다. 그동안 정개특위와 관련해 불거졌던 주요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향후 절차를 살펴봤다.


시작부터 '흔들'... 3개월 늑장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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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위원장과 여야 3당 간사들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간사, 심상정 위원장, 자유한국당 정유섭 간사, 바른미래당 김성식 간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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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을 이루기 위한 정개특위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등과 함께 지난해 7월 후반기 국회를 구성할 때 출범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시 여야는 민주당 9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1명으로 정개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정의당 소속인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평화와 정의 모임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이에 한국당이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며 특위 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하면서 출범이 늦어졌다. 결국 지난 10월 당시 홍영표 민주당·김성태 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의 합의가 이뤄지며 가까스로 특위 활동이 시작됐다.


민주·한국·야3당 제각각 목소리에 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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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5일 오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 제1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민 소위원장(가운데)이 자유한국당 소속 장제원 간사(오른쪽)의 발언을 들으며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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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 출범 이후에는 민주당·한국당·야3당이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논의가 공전을 거듭했다.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3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고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를 연동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민주당은 의석수 300석 유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한국당은 당론은 없었으나, 도농복합 선거구제, 나아가 선거제 개편을 넘어선 권력구조 개편까지 주장하면서 맞붙었다. 국회의원 정수 문제와 비례대표 확대 문제만 해도 골치 아픈 상황에서 '개헌'이 필요한 권력구조 개편까지 논의가 확장하면서 여야는 좀처럼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개헌 논의는 20대 국회 시절인 2017년 헌법개정특별위원회, 2018년 1~6월 개헌·정치개혁특위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한 난제이기도 했다.


국면 바꾼 '손학규·이정미 단식'.. 여야 5당 일단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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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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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동반 단식은 교착 상태를 깨뜨렸다. 야 3당은 단식투쟁을 불사하며 민주당·한국당 거대 양당을 압박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15일 합치점이 도출됐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등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혁안과 관련해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 1항에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항에는 '의원 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을 포함해 검토)'란 문구가 들어갔다. 정개특위의 특위 활동 기간도 '첫 출범 당시의 구성대로 6개월 연장'이 됐다.


합의문 해석은 '제각각'…다시 '여야 4당 합의안'으로

나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이틀 뒤 논란이 커지자, "합의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선거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일부 정치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이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각제 원포인트 개헌 없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세웠다. 합의문 6항의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도 근거로 들었다. 이후 지난 3월 10일 한국당이 내놓은 선거제 개혁안에는 아예 비례대표를 빼는 내용이 담겼다. 나 원내대표는 "현행 대통령제라면 오히려 의원정수를 10% 감축하자는 것이 저희의 안"이라며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 국회의원을 폐지하고,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조정해서 의원정수를 10% 줄인 270석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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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4월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방안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사진=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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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여야 4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합의안' 논의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의석수 손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를 연동해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협조에 나선다. 바른미래당이 이후 당의 자체 수정안인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내놓은 것 역시 수용한다.


여야4당 '패스트트랙' 추진... 동물국회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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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4월 29일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고되었던 국회 본청 4층 행정안전위원회 복도에서 정의당 의원들이 지나가지 못하게 누워서 길을 막고 있다. 정치개혁특위는 잠시후 6층 정무위 회의장에서 열렸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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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 4월 30일 자정을 전후해 한국당 항의 속에 이날 정개특위를 통과한 심상정 의원 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회의를 진행하려는 민주당과 야3당, 막으려는 한국당 간의 대치가 이어졌다. 국회에서는 '빠루(노루발못뽑이의 일본말)'와 망치 등이 동원됐으며,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초의 국회 내 물리적 충돌 사태가 벌어졌다. 여야는 이 사태를 두고 고소·고발전까지 펼쳤다.


정개특위 기한 연장 합의... '소위원장' 논쟁에 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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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6월 28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개최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을 8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최종 합의했다.[사진=연합뉴스]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여야는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합의안을 내놓으며 6월 30일까지였던 정개특위의 활동 시한을 8월 31일까지 두 달 재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새 위원장 체제는 처음부터 고비를 맞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제1소위 위원장직이었다. 한국당이 제1소위원장 몫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제1소위는 가장 뜨거운 감자인 선거법 개혁안을 다루고 있다. 한국당은 위원장이 여당인 민주당 몫인 만큼 제1소위 위원장은 제1야당 몫이라는 관례를 언급했다. 민주당은 정개특위가 새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활동이 연장된 것이고 사개특위 위원장도 한국당에 내줬기 때문에 제1소위원장을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계속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여야 4당은 심상정 안을 비롯해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줄이는 내용의 정유섭 의원 안(한국당 안)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63석으로 의원정수를 316석으로 늘리는 내용의 박주현 의원 안 ▲석패율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운천 의원 안 등 4개 법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간다. 그러나 별 진척 없이 정개특위 활동 마감시한이 또 다가왔다. 특위 종료 전에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 4당은 표결을 밀어부쳤고, 한국당은 이에 안건조정위를 신청하면서 시간 끌기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당의 반대 속에서도 안건조정위는 전날 4개 법안 중 심상정 의원 안을 조정위의 조정안으로 의결하면서 전체회의 처리 준비를 마쳤다.


활동 마감시한 이틀 앞두고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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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뒷모습은 이에 항의하는 자유한국당 소속 장제원 간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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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특위는 활동 시한(8월 31일)을 이틀 앞둔 29일,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합의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위원 19명 가운데 찬성 11명으로 의결했다. 한국당 의원 7명과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표결 처리에 반발하면서 기권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 국회의원 225명(253→225명)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75명(47→75명)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은 '날치기'라며 표결 처리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날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국회법 장례식하는 날"이라며 국회법 해설서를 내던진 반면,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5당 원내대표 합의문을 들고 "한국당이 (합의 이후) 대안을 갖고 토론했다면 지금 이렇게 의결하는 것에 모든 위원들이 반대했을 것이다, 몸에서 사리가 나올 정도다"라며 표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르면 올해 연말 본회의서 선거법 개정안 표결

29일 정개특위의 의결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돼 최장 90일간 심사를 거친다. 다만 법사위원장이 한국당 여상규 의원인 만큼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규정된 최장 심사기간을 다 채울 가능성이 높다. 이후 본회의에 부의되며, 상정까지 60일의 기간을 거치게 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법안이 부의되자마자 상정할 경우, 선거제 개혁안은 오는 11월 말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할 수 있다. 이 경우 내년 4월 총선에 약 4개월의 기간을 두고 새로운 선거제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문 의장이 바로 법안을 상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60일을 채운다면 내년 총선(4월 15일)을 약 2개월 앞두고 본회의 처리가 이뤄진다. 이 경우도 국회가 올초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이미 넘겼지만, 선거구 획정에 약 2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2월 안에 4월 총선을 치를 수 있도록 선관위에 최소 시간은 확보해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선거제 개혁안이 본회의에 오르더라도 출석의원 과반을 확보해 무사통과할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을 합의했을 당시와 바른미래당·평화당 내부 상황 등이 달라져 이탈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제 개혁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민주당 의석수가 상당히 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덧붙여 지역구 축소에 따른 불만 기류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각 당의 당론이 구속력을 갖게 될지, 본회의 표결 전 여당과 야당들의 합종연횡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결과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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