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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일장기’ 뗀 日고교 야구팀 ‘비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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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국에 입국한 일본 고교 야구팀. ‘일장기’가 없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입국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닛칸스포츠 캡처


오는 30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제29회 WBSC 기장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에 참가한 일본 고교 야구팀 선수들이 ‘일장기(’욱일승천기‘가 아닌 일본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지 않기로 해 일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한국의 요청이나 강요 없이 일본 고교 야구팀 수장의 결정이다.

일본 고교 야구 대표팀은 한국 등 다른 나라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국기는 세계대회에 참여하는 선수 유니폼에 반드시 들어가는 중요한 상징이다. 이에 일본 대표팀이 일장기를 땐 유니폼을 입는다고 하자 현지에서는 “일본 대표임을 숨긴다는 것은 대표로서 자부심조차 없다는 의미냐”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우리 시민단체는 “일본 청소년 국가대표팀은 일본 국기를 단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상식에 맞다”며 “일장기를 뗄 필요 없다. 스포츠 교류와 아베규탄 투쟁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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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와 ‘JAPAN’ 글씨 등을 뺀 단체복을 입은 일본 고교 야구팀 선수들. 사진=닛칸스포츠 캡처


◆“괜히 자극 말자”…우려

27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다케나카 마사히코 일본 고교 야구연맹 사무국장은 “최근 한일 관계 악화에 따라 학생들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 일장기가 없는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교 야구연맹 결정에 따라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한국에 체류하는 자국 국기가 빠진 흰색 무지 셔츠만 착용한다.

국기 없는 유니폼 착용을 선택한 다케나카 사무국장은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 WBSC에 일본 대표 선수들의 안전 확보를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다”며 정치적 한일 관계가 악화한 지금 “한국 사람들을 자극하는 건 득 될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일본 대표로서 자부심은 없나?”…비판

일본 고고 야구 대표팀은 한국 등 다른 나라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국기는 세계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유니폼에 반드시 들어가는 중요한 상징이다. 한국도 세계대회에 출전할 때는 태극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그러나 일본 고교 야구팀이 ‘일장기’와 ‘JAPAN’ 글씨 등을 뺀 단체복을 입고 한국에 입국하자 인터넷, 소셜 미디어(SNS)에는 이런 ‘굴욕적인 수모를 당하려고 한국에 갔나’라며 귀국을 촉구하는 글 등이 이어졌다.

악화한 여론은 인터넷뿐만이 아니라 사회로 확산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현지 언론 보도에는 한국에 입국하면서 아무 무늬가 없는 흰색 셔츠를 입은 선수들 사진이 실렸다. 이어 일본 야구연맹 대응에 문제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스포츠·문화 평론가 다마키 마사유키는 “일본 대표임을 숨긴다는 것은 대표로서 자부심조차 없다는 의미냐”며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또 각계에서 “일장기를 숨기지 않고서는 일본 대표선수를 지킬 수 없다면 그렇게 위험한 곳엔 가면 안 된다”는 지적과 “일본 대표가 일장기를 숨기면서까지 한일관계를 배려하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분노, “일본 대표임을 숨기지 말고 당당해져라”라는 비판 등이 나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다케나카 사무국장은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이지만 배려할 수 있는 것은 하는 것이 좋다”면서 “선수들이 시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 같은 판단을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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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 중에서는 일장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는 거로 전해졌다. 사진=고베신문 캡처


◆“아베 규탄과 민간의 스포츠 교류는 별개, 일장기 착용해야”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우리 시민단체는 “스포츠 교류와 아베규탄 투쟁은 별개”라고 선을 그으며 일장기를 달고 경기에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국내 7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구성한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이날 “일본 국가대표팀은 일본 국기를 단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상식에 맞다”면서 “우리 국민들은 스포츠 행사에 참여하는 일본 국민에겐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어 “우리는 아베 정권의 부당한 경제보복이나 침략에 대한 반성 없는 군국주의화 추진을 반대하는 것이지 일본 국민들을 적대시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량한 “일본 시민들에 대해 유감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일본 선수단은 악화한 한일 관계를 고민해 행동했지만 정치적 문제가 논란을 키운 안타까운 모습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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