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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직류냐 교류냐… 100년 만에 '2차 전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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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보내는 방식을 두고 직류와 교류가 100년 만에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세기 말 에디슨이 주장한 직류 송전(送電)은 테슬라의 교류에 패하면서 20세기 전 세계 전력망이 교류로 구축됐다. 당시 직류는 전기를 멀리까지 보내지 못하는 한계를 가졌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직류의 장점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구축된 교류 전력망을 어떻게 다 교체하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론적으로 효율적인 직류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송전 시 전력 손실 적은 직류

LS산전은 지난 19일 "전라남도 진도군 서거차도를 '세계 최대의 직류 섬(DC island)'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최근 완료했다"고 밝혔다. 섬에 직류 전기를 생산하는 200㎾급 태양광, 100㎾급 풍력발전 등과 이를 저장하는 1.5㎿h급 에너지저장장치(ESS), 직류배전망 등을 구축했다.

직류는 (+)와 (-)극을 가진 전기로 시간이 지나도 전류와 전압이 일정하다. 반면 교류는 주기적으로 (+)와 (-)극이 바뀐다. 시간에 따라 전류와 전압도 달라진다. 우리가 현재 쓰는 전기도 1초에 60번 방향이 바뀌는 60헤르츠 교류다.

조선비즈

/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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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전기를 멀리까지 보내기 위해 전기의 세기인 전압을 높인다. 하지만 에디슨이 직류를 주장하던 당시에는 직류의 전압을 올릴 만한 기술력이 없었다. 미국 전역에 직류로 전기를 공급하려면 송전 거리가 짧아 발전소를 도시 인근에 빼곡히 건설해야 했다. 반면 교류는 변압기를 통해 전압을 올리고 내릴 수 있어 거리 제한에서 자유로웠다.

직류 전력망이 다시 가능해진 것은 최근의 기술 발전 덕분이다. 그중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고압직류송전)가 핵심이다. HVDC는 고압의 교류를 직류 전기로 바꿔 송전하는 방식이다.

교류와 직류를 바꿔주는 전력 반도체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능해졌다. 한전은 제주도와 육지를 HVDC 방식으로 연결했고, 동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HVDC도 추진하고 있다. 국가 간 송전망 구축에도 이 기술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론적으로 직류는 교류보다 전력 손실이 적어 효율적이다. 100의 전력을 보낸다고 할 때 교류는 전극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최대 140과 최소 60을 왔다 갔다 한다. 직류는 100 그대로 보내면 된다. 이처럼 직류 전압은 교류 전압의 최댓값에 비해 크기가 약 70%이기 때문에 절연도 쉽다. 또 사고가 났을 경우 손쉽게 전력망을 분리해 운영할 수 있어 대정전(블랙아웃) 사태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태양전지나 수소연료전지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모두 직류 전기를 만든다. 직류 송전망은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쉽게 쓸 수 있다. 가정에서는 전자제품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직류를 쓰기 때문에 가정에 들어온 교류 전기를 직류로 바꾼다. 휴대폰 충전에 쓰는 어답터나 컴퓨터 본체 안에 들어 있는 전원장치가 그런 역할을 한다. 가정에 바로 직류가 들어오면 그런 장치가 필요 없다.

100여년 전 전류 전쟁의 승자는 교류

직류와 교류는 이미 19세기 말 미국에서 1차전을 벌였다. 백열전구와 축음기의 발명가로 잘 알려진 토머스 에디슨은 당시 미국 전역에 직류 송전망을 깔려고 했다. 반면 웨스팅하우스의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 방식을 주장했다.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커런트 워'는 당시 상황을 그렸다.

에디슨은 교류 전기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고 여론전까지 펼쳤다. 고전압 교류 전류가 감전될 위험이 크다는 경고 팸플릿을 만들어 뿌렸으며, 웨스팅하우스의 교류 발전기를 에디슨이 직접 사서 교도소에 사형 집행 도구로 쓰라고 보내기도 했다. 에디슨은 세 명의 조련사를 죽게 만든 코끼리를 1500명 관객이 보는 앞에서 6600볼트로 감전사시키면서 '웨스팅하우스 되다(Westinghoused)'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런 방해 공작에도 교류는 승리했다. 웨스팅하우스는 1893년 5월에 시카고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에디슨을 꺾고 전기시설 독점권을 따냈다.

21세기 직류는 여론전 대신 반도체 기술을 무기로 역전을 노리고 있다. 송성수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에디슨과 테슬라가 사활을 걸고 싸웠던 100년 전 전쟁이 최근 기술력을 놓고 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기술의 발전으로, 패했던 기술(직류)도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한 기자(jhy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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