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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한국산 무기에 꽂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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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FA-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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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AtoZ 시즌2-13] 필리핀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한국산 무기체계가 많이 수출된 국가다. 무기체계를 수입하려면 국방 분야에 전반적인 유대관계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필리핀과의 국방 분야 교류는 역사가 깊다. 필리핀은 1949년 우리와 수교를 맺은 뒤 6·25전쟁에 연합군으로 전투병을 보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파병 결정을 처음 내렸고 1개 대대가 한국에서 전투를 벌였다. 필리핀의 한국파병부대는 1950년부터 1955년까지 5년 동안 연인원 7420명이 참전했고 전사 및 실종 128명, 부상 299명의 큰 희생을 치렀다.

필리핀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일본의 식민지에서 1945년에 벗어났다는 역사적 유사성도 있어서 지속적으로 교류를 심화시켰다. 무기체계 공여가 대표적이다. 한국군이 사용하던 무기들 중에 같은 임무에 투입되는 신형이 나오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국가에 이를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필리핀도 국방예산에 투입할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1990년대에 우리 공군의 F-5E 제공호 등을 지원받았다. 한국 공군이 F-16 전투기를 도입한 뒤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게 된 제공호 가운데 일부를 필리핀 공군에 공여한 것이다.

해군 무기도 마찬가지다. 한국 해군이 사용하고 있던 초계함(PCC)인 충주함(1200t급)을 필리핀 해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거의 무상으로 제공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충주함은 상징직 액수인 100달러에 필리핀 해군 소유로 넘어갔다. 필리핀은 충주함의 함명을 '콘라도 얍'으로 바꿔서 자국 인근 작전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함명으로 쓰인 '콘라도 얍'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같은 이름의 육군 대위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콘라도 얍은 6·25전쟁 당시인 1951년 4월 22∼23일 필리핀 제10대대 전투단이 경기도 연천군 북방의 율동에서 전사했다.

제공호와 충주함은 한국의 무기 수출로 이어졌다. 무기를 공여한 뒤에 '애프터서비스' 개념으로 한국 공군과 해군의 정비요원을 파견해 잘 운용되고 있는지 지원을 해줬고 이를 통해 필리핀은 한국의 해군과 공군의 무기체계에 대해 이해 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필리핀군은 자연스럽게 잘 알고 있는 한국군 무기체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결국 2014년에 한국 기업이 제작한 FA-50 경공격기를 채택했다.

그 후 필리핀 육군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수송헬기 '수리온'을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결정을 눈앞에 두고 한국에서 수리온의 파생형인 '마린온' 추락 사고가 발생했고 결국 수리온 필리핀 수출은 물 건너갔다. 그래도 필리핀의 한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은 줄지 않았다. 이번에는 해군 무기였다. 충주함, 더 등을 통해 한국의 군수정비시스템과 친숙해진 필리핀 해군은 아예 군함을 새로 제작하는 계약을 현대중공업과 맺었다. 필리핀은 내년과 2021년에 한국산 호위함 2척을 인도받을 예정이고 필리핀 정부는 지난주 추가로 2척을 더 주문할 방침을 밝혔다. 필리핀의 해공군력 강화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적으로 통제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의 압도적 영향에 있던 필리핀이 한국산 무기에 눈을 돌린 것은 이처럼 6·25 참전국이라는 보이지 않는 유대관계를 밑바탕으로 무기 공여 이후 군수정비 분야에서 적극 지원을 했던 인연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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