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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벌어지는 공유 전동 킥보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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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리 이동수단으로 각광… IT업체 많은 테헤란로 일대 선점 경쟁 치열



바람은 시원한데 이상하게 등에서 땀이 났다. 긴장해서 너무 꽉 잡아서인지 브레이크를 쥔 손은 살짝 아렸다. 내리막길에서 생각보다 속도가 빨라져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소리에 앞사람이 돌아다봤다. 옆에서 유모차를 끌고 가던 부부도 쳐다봤다.

지난 8월 21일 아침 8시30분,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타고 서울 강남구 청담역에서 출발해 포스코사거리까지 갔다. 남들보다 두 배는 되는 10분 정도가 걸렸다. 중간 내리막길에서 몇 번 멈춰서고, 횡단보도에서 들고 걷는 등 초보티를 내는 사이, 전동 킥보드를 탄 몇몇이 경쾌하게 질주하며 지나갔다. 포스코사거리에 도착한 후 방향을 90도 꺾어 선릉역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많아 피해 다니기 쉽지 않았다.

세그웨이를 탄 사람도 몇 명 보였고, 여기에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와 전동 킥보드가 뒤섞여 있었다. 강남은 ‘모빌리티의 용광로’ 같았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내린 이후부터 회사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경로’(라스트마일)를 편하고 빠르게 연결해줄 ‘퍼스널(개인용) 모빌리티’의 등장을 이용자들은 반기고 있다. 특히 회사가 몰려 있지만 의외로 지하철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많은 선릉~삼성역, 청담~삼성역 일대에서 전동 킥보드의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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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송악산 지역에서 이용객들이 공유형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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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대표’로

청담역 7번 출구에서 만난 이종명씨(37)는 전동 킥보드 덕분에 석계역 인근 집에서 출발해 삼성역 근처의 회사까지 가는 출근시간을 30분이나 줄일 수 있었다. 이씨는 “기존에는 7호선을 타고 건대입구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 했는데 이젠 청담에서 내려 전동 킥보드를 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시간에도 가끔 동료들과 함께 전동 킥보드를 타고 압구정까지 밥을 먹으러 간다고 했다. 도로가 막힐 때가 많아 택시보다 전동 킥보드가 시간도 절약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는 상책이 된다.

포스코사거리 쪽에서 만난 김창수씨(44)도 전동 킥보드로 출근한다. 선릉역 인근 집에서 도심공항터미널 앞 직장까지 지하철을 타기도 애매하고, 걸어가기도 애매한 거리를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면 ‘도어 투 도어’로 갈 수 있다. 김씨는 “지하철을 타면 한 정거장인데도 걷는 거리까지 합해 30분이 걸리는데 이걸 타면 5분이면 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강남에서 서비스하는 세 개 업체의 앱을 모두 깔아 그 중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전동 킥보드를 잡아 탄다고 말했다.

전동 킥보드는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 자전거에 속한다. 면허증이 있어야 하고 헬멧을 써야 하며 차도로만 달려야 한다. 하지만 이날 아침 약 한 시간 동안 전동 킥보드를 탄 사람들을 10여명 봤지만 헬멧을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로로 다니는 사람은 두 명이 전부였다. 애초에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다니라는 것도, 헬멧을 써야 한다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보도 위의 사람이나 이용자가 다칠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30대 직장인 김대열씨는 지난 3월 전동 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다 보도블록의 턱에 걸려 넘어져 무릎과 손바닥에 큰 부상을 당했다. 한 달 반 동안 치료를 받았는데 아직도 무릎의 검은 흉터가 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교통사고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었다. 이젠 무서워서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비 오는 길이 특히 위험하다고 했다. 보도블록의 턱이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미끄럽고, 자전거에 비해 바퀴가 작아 턱 사이를 건너다 넘어질 위험이 크다.

김씨는 “편리함 면에서는 ‘끝판왕’이라 시간이 갈수록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걸 쉽게 체감한다”면서도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이용자들 때문에 애를 먹는다고 했다. 그는 “앱의 지도에 (전동 킥보드가 있는 상태로) 나와도 막상 가보면 사람들이 자기가 나중에 이용하려고 풀숲에 숨기거나 심하면 건물 안으로 들여놔 못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이젠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헬멧을 일체형으로 대여해주면 좋지 않겠냐고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 스윙의 김형산 대표는 “한국의 킥보드 분실률은 거의 0%로 전공 킥보드 사업을 하기 좋은 나라지만 이상하게 따릉이의 사례처럼 헬멧은 다 훔쳐간다”며 “전세계적으로도 일체형으로 대여하는 업체는 한 곳뿐으로 그것도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독일 등 해외 흐름은 오히려 안전하게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면허증 요건을 없애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헬멧을 의무화할 경우 오히려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이용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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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수동과 서울대 일대에서 공유형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윙. 스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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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선호, 광화문 피하는 이유는

전동 킥보드는 저렴한 이용료(분당 100~200원)에 접근성이 좋아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의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택시 매출의 약 74%는 목적지까지 이동하기가 애매한 중·단거리 구간에서 나온다. 택시업계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공유 전동 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일 수 있다.

친환경 근거리 교통수단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 업체들은 앞다퉈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에서 전직 우버 직원이 세운 공유 킥보드 회사 ‘버드’는 창업 14개월 만에 유니콘 대열(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에 합류해 현재 약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경쟁사인 ‘라임’도 창업 1년 만에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관련 사업자 수가 약 20곳에 육박하고, 현대차와 LG유플러스 등 대기업들도 이들 전동 퀵보드 공유 사업자들을 위한 운영 솔류션과 사물인터넷 등 통신망 플랫폼 제공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수거 후 충전 등 정비가 필요해 강남, 판교, 성수, 서울대 등 일정 지역에서 수 ㎞ 내에서 서비스된다. 업체들은 주로 ‘강남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강남은 인구밀도가 서울 평균의 3~4배로 높은 데다 유동인구가 많아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전율도 좋다. 반면 사람들이 많으면 고객들이 이용에 불편을 겪고 사고가 많이 날 수 있다. 고층건물이 많아 위치가 부정확하게 표시돼 운영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강남에 진출한 ‘킥고잉’(올룰로)과 ‘고고씽’(매스아시아)의 경우 장점이 단점보다 크다고 본다. 반면 서울대와 성수 지역을 택한 스윙의 경우 홍보효과를 포기한 대신 운영효율을 노린 경우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서울의 대표적인 업무지구이면서도 아직 무주공산으로 남은 곳이 있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다. 김형산 대표는 단순하고 재밌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업체끼리 모여 ‘거기 가서 찍히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며 “강남·관악·성동 지역은 기껏해야 구청에 찍히는 건데 그쪽(광화문·시청)엔 청와대와 시청 등 고위공무원들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말고는 광화문과 시청 역시 사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도로가 잘 깔려 있는 데다 인구밀도가 높고, 사방으로 뻗어갈 수 있는 강남과 달리 외부로 빠질 가능성도 낮아 수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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