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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친목 자리’선 성추행 어렵다는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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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전직 조선일보 기자 무죄 판결문 살펴보니

‘접대’ 아닌 친목 도모였다면서 “소개받는 자리” 모순된 설명

공개된 장소라 성추행 어렵다지만 유흥업소에선 ‘비일비재’

여성단체들 “근거 납득 안 가”…‘성인지 감수성’ 부족 지적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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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 장자연씨(사진)를 술자리에서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50)가 지난 2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주요 이유는 핵심 증인인 윤지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5일 경향신문이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1심 재판부는 또 다른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추행 행위 자체가 있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가 내놓은 또 다른 무죄 이유들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접대’가 아니라 ‘친목 도모’ 자리였기에 추행이 벌어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술자리는 피해자가 손님들을 접대하는 자리가 아니라 김종승(장씨 소속사 대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김종승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자리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술자리는 당시 소규모 금융기관 임원으로 재직 중이던 조씨가 한 투자사 대표 변모씨로부터 공동대표 이모씨를 소개받는 자리였다. 재판부도 “피고인은 이씨를 처음으로 소개받는 자리였기 때문에 행동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도, ‘접대’ 자리는 아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씨는 금융계 사람들한테 투자를 받으려고 했기 때문에 (조씨·변씨는) 접대 대상이었다”며 “친구들끼리 친목 자리면 20대 아가씨들이 왜 중년 남성들과 춤추고 노래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재판부는 ‘공개된’ 장소여서 추행이 발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건은 서울 강남의 모 가라오케 VIP룸에서 일어났다. 재판부는 “가라오케 룸 안에는 피고인 일행뿐만 아니라 노래할 곡을 선곡해주던 직원이 있었고 종업원들도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 어느 정도 공개된 장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유흥업소를 ‘공개된 장소’라고 본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이 벌어진 곳은 그냥 술집이 아니라 룸살롱처럼 일종의 밀폐된 공간이었다”며 “그런 곳에서는 종업원들이 드나들건 말건 성추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김종승씨가 조씨에게 성추행에 대한 항의를 하지 않고 술자리가 지속됐다는 점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종승은 소속 연기자인 피해자와 윤지오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술도 따르지 못하게 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피해자와는 애인 사이인 것처럼 행세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했다면 피고인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생일파티를 종결했을 것”이라며 “윤지오 진술에 의하더라도 김종승이 피고인에게 별다른 항의를 한 바 없고 생일파티도 중단되지 않고 이후 1시간 이상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고 장자연씨 사건 법률지원단 소속 차혜령 변호사는 “추행이 일어나도 파티는 지속될 수 있다”며 “김종승과 술자리 참석자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도 성명을 내고 “‘직원들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곳에서의 강제추행은 가능하기 어렵다’ ‘성추행이 있었으면 생일파티 분위기는 안 좋았을 것’이라는 식의 납득할 수 없는 판단 근거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며 비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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