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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카페 소스페소`, 그리고 커피 콩… `가상화폐` 출시한 커피 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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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엿보는 중남미-14]◆ "한 잔 하실래요?" 커피 기부 문화…모두를 위한 커피 '카페 소스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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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소스페소(caffe sospeso): 모두를 위한 커피'는 기부 방식으로 운영되는 카페다. /출처=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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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소스페소(caffe sospeso): 모두를 위한 커피'는 기부 방식으로 운영되는 카페다. 카페 소스페소는 '맡겨 놓은 커피'를 뜻한다고 한다. 이 카페에 온 사람은 여유가 있다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서 나갈 때 두 잔 값을 내고 간다. 그러면 카페는 다음 번에 오는 노숙자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에게 공짜 커피를 한 잔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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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소스페소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뉴욕에도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카페소스페소 안 풍경./출처=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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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교도소에 있다가 온 사람도 있고, 고아원에서 자란 사람도 있다. 이들이 내리는 커피는 인기가 많다. 카페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뉴욕에도 있다.

'카페 소스페소'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 내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면 커피를 키우는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 커피 1잔에 커피 농부가 받는 돈은? 34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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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하는 커피./사진=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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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마시고, 또 점심 먹고 마시는 커피. '커피 한 잔 팔면 얼마나 벌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들은 커피를 많이 마시고, 카페도 만만치 않게 많다.

그래서 정말 얼마를 버는 건지는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흔히 카페 기준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커피 벨트(coffee belt·기후나 지형 조건상 커피 나무가 자라는 특정 지역)'가 아니니까 커피 농부들이 얼마를 버는지까지 궁금해하기에는 농장이 너무 멀다.

어쨌든 커피가 한 잔 팔릴 때 콜롬비아 커피 농장은 평균적으로 3센트(약 34원)를 번다. 미국에서 콜롬비아 커피 한 잔이 4~5달러(약 4800~6000원) 정도라는데 3센트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스타벅스에서 파는 콜롬비아 원두 한 봉지(250g)는 1만6000원이다. 그런데 콜롬비아 생두 250g 값은 799원이니까 계산해보면 이건 1%도 안 되는 0.5% 수준이다.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브룬디, 베트남 등등 커피벨트 나라들이 많은데 왜 하필 콜롬비아?'인가 하면 콜롬비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커피 생산·수출국이다. 1위는 브라질, 2위는 베트남, 3위가 콜롬비아인데 시장에서는 특히 콜롬비아 커피 생두(볶기 전 커피 열매)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향'으로 고루 인기가 많다. 세계커피기구(ICO)에서 '콜롬비안 마일드' 라는 항목으로 커피 통계를 따로 낼 정도다.

◆ 생활고 콜롬비아 농부들 '가상화폐' 커피코인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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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값은 오르는 데 왜 생두 값은 떨어지지?' 콜롬비아의 젊은 커피 농부들이 거래 조건 개선을 위해 암호화폐 '커피코인'을 출시했다./사진 출처=커피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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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값은 오르는 데 왜 생두 값은 떨어지지?' 콜롬비아의 젊은 커피 농부들이 거래 조건 개선을 위해 암호화폐 '커피코인'을 출시했다./사진 출처=커피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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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유명한 콜롬비아 농장들이 요즘 가상화폐 '커피코인'을 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달 초 BBC Mundo(영국 BBC방송 스페인어판)와 코인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전국 청년커피생산자연합(Organizacion Nacional de Jovenes Cafeteros)'은 국제커피연맹(WCF·World Coffee Federation)과 손잡고 커피 시장에서 가상화폐 '커피코인'을 쓰기로 결정했다. 작은 커피 농장과 농부들이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주도한 콜롬비아의 요한 라미레스 씨는 "블록체인 기술로 너무나 힘든 커피 농부들의 생활이 나아지게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 '커피코인'이 돌아가는 방식은 비트코인(BTC)과 같다. 농부들이 이 가상화폐로 비료와 기계, 종자 등을 사는 데 쓸 수 있고, 가게를 열거나 외국과 거래할 때, 공동 프로젝트를 할 때 필요한 비용도 결제할 수 있다"면서 "커피코인 1단위당 90~110달러가 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커피코인은 비트코인(BTC)으로 표시된다. 코인텔레그라프는 커피코인 가치가 110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커피코인은 콜롬비아 커피 산업 관계자들뿐 아니라 일반 개인이나 기업들도 거래할 수 있지만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라미레스 씨는 "커피코인은 iOS나 안드로이드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으며 앞으로 기술·법적인 차원에서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도 커피 시장에 가상화폐를 생각한다. 브라질 커피도매업체 미나술(Minasul)의 호세 마르쿠스 사장은 지난달 11일 상파울루 캄피나스시에서 열린 '세계커피포럼'에서 "미나술은 가상화폐를 발행해 농부들이 이것을 가지고 디지털 시장에서 비료나 기계 외에 자동차나 음식같은 것들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협동조합 농부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직접 커피를 팔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가상화폐 겸 커피 시장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아니지만 과테말라에서는 지난 5월 경매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을 이용했다고 현지 엘페리오디코가 전했다. 농부들에게 공정한 거래가 되도록 한다는 목적이다.

◆ '코인'이 커피 시장 힘든 구조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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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이 농산물엑스포에 참석해 '커피 가격 안정화 기금'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출처=콜롬비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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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은 소비·생산 법칙에 따라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온다지만 현실에서는 항상 뭔가 문제가 발생한다. ICO에 따르면 커피 생두 1파운드(0.45kg) 가격은 5월에 0.88달러였고 7월에는 1달러로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BBC Mundo는 3일 "커피 생두 가격은 2018~2019년(수확연도 기준) 사이에 사상 최저로 떨어졌는데,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커피 값이 오르는 건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커피 한 잔 값이 꾸준히 오르지만 농민들에게 추가로 돌아오는 돈은 이런 상승분의 2%도 안 된다고 콜롬비아 커피생산자연합(Federacion Nacional de Cafeteros de Colombia)은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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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열매./출처=콜롬비아 커피생산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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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는 교과서고 현실은 현실이니까, 커피 생두 값이 자꾸 떨어지는 것도 효율성의 결과라고 여기는 것으로 끝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커피 코인으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보려는 것도 의미가 있고, 나아가서는 대체 우리 같은 소비자들은 비싼 커피 값을 내는데 왜 농부들은 가난해지는지 고민할 필요도 있다.

전 세계 커피농부 보호단체인 '커피 변화(Cafe for Change)'에서 일하는 페르난도 모랄레스 씨는 "커피 농부들이 받는 돈은 생산비용의 25%도 안 된다. 이런 '식민지' 같은 관행 속에선 지속 가능한 것이 없다"면서 "커피 코인 말고도 구조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남미 '커피 벨트' 농부들은 돈 되는 '어둠의 경로'를 찾기도 한다. 커피나무를 갈아엎고 코카 나무(마약 코카인 원료)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농부들이 뙤약볕에서 커피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따서 말리며 힘들게 일했지만 밥 먹을 돈도 나오지 않는 판이다 보니 불법인 마약 산업에 손대는 식으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을 선택하겠다는 거다.

커피 시장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만큼 정부가 하는 일은 한계가 있다. 그래도 사정이 어렵다보니 콜롬비아에서는 이반 두케 대통령이 '커피 가격 안정화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커피 가격이 널뛸 때 커피 농부들이 생산능력의 최대 70% 선에서 이에 해당하는만큼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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