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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도자기 빚는 도공처럼…'뮤지컬 장인'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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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 200만 돌파

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

산전수전 겪은 공연계 베테랑

인내와 끈기로 끊임없이 부딪쳐

진도 씻김굿 소재 창작뮤지컬 준비

이데일리

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시컴퍼니 사옥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도자기를 빗는 도공처럼 뮤지컬 프로듀서 또한 중간에 공연을 접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포기하지 않고 덤비고 부딪혀야 한다”고 말했다(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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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해외 뮤지컬을 라이선스로 국내서 초연할 때마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확신하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대답은 지금도 변함없다. 장인정신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

박명성(56) 신시컴퍼니 프로듀서는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위해 장인정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시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그는 “라이선스뮤지컬이든 창작뮤지컬이든 작품이 담은 메시지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프로듀서가 말하는 장인정신은 ‘인내’와 ‘끈기’다. 2007년 신시컴퍼니 첫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 제작 당시 그는 “작품이 수익이 날지, 관객의 호응을 받을지 우려가 커 제작 중간 몇 번씩 공연을 접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작품에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것 또한 장인정신이었다. 그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내와 끈기로 부딪혔기에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컬 1세대 프로듀서인 박 프로듀서는 연출가 김상열(1941~1998)이 1987년 창단한 극단 신시 단원으로 공연계에 발을 내디뎠다. 1999년 극단 신시를 뮤지컬·연극 전문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로새 단장한 뒤 뮤지컬 ‘시카고’ ‘아이다’ ‘렌트’ ‘마틸다’, 연극 ‘레드’ ‘렛미인’ 등을 제작하며 한국 공연시장을 이끌어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 열린 ‘제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프런티어상을 수상했다.

◇“한국 뮤지컬시장 더 나빠지지 않을 것”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22일 한국 뮤지컬시장에서 ‘캣츠’에 이어 두 번째로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한 뮤지컬 ‘맘마미아!’(9월 14일까지 LG아트센터)에 대한 소감과 함께 한국 뮤지컬시장의 전망을 설명했다. 그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고 작품을 허투루 만들지 않는 좋은 프로듀서·연출가들이 등장해 한국 뮤지컬시장은 앞으로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예측을 내놨다.

실제로 한국 공연시장은 최근 상승세에 올라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8132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공연시설과 단체의 연간 매출액을 합산한 금액으로 2016년 7480억 원 대비 8.7% 증가한 수치다.

한국 뮤지컬은 2000년대 전후 해외 유명 라이선스뮤지컬이 꾸준히 무대에 오르면서 급성장했다. 신시컴퍼니는 1998년 ‘더 라이프’를 시작으로 ‘갬블러’ ‘렌트’ ‘시카고’ 등 브로드웨이 작품들을 정식 라이선스 계약으로 무대에 올리며 뮤지컬시장 저변 확대에 앞서왔다. 박 프로듀서는 “그동안 해외 라이선스뮤지컬을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 뮤지컬시장은 이제 산업적인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선 한국적 소재의 창작뮤지컬, 이른바 ‘K뮤지컬’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적 소재의 스토리와 소리를 최첨단의 무대기술로 담아낸 뮤지컬이다. 차범석의 희곡 ‘산불’을 원작으로 하는 ‘댄싱 섀도우’,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무대화한 ‘아리랑’ 등 신시컴퍼니가 발표한 창작뮤지컬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신시컴퍼니는 최근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등 라이선스뮤지컬에 집중했지만 다시 창작뮤지컬 제작에 시동을 건다. 고선웅 연출의 연극 ‘푸르른 날에’의 뮤지컬 버전과 함께 진도 씻김굿을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 중이다. 박 프로듀서는 “라이선스뮤지컬과 창작뮤지컬의 비율이 최소한 7대3은 돼야 한국 뮤지컬시장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며 “우리의 전통소리와 현대적인 소리가 융복합으로 만나 진중한 소재지만 감동을 전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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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시컴퍼니 사옥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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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프로듀서 부족…세대교체 노력”

박 프로듀서는 자신이 연극판에서 활동을 시작한 ‘연극쟁이’ 출신임을 늘 잊지 않고 있다. 1980년대 활동을 시작한 1세대 연출가로 1982년 극단 동인극장의 단역배우로 연극을 시작했다. 30년 넘게 몸담아온 신시컴퍼니는 한 세대를 일컫는 30주년을 지난해 맞았다. 부침을 겪으면서도 또 다른 30년을 준비하는 원동력은 연극에 있다. 신시컴퍼니가 뮤지컬과 연극 제작을 병행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나는 연극 단역배우로 시작해 조명기사, 음향감독, 무대감독 등 안 해본 것이 없다”며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신시컴퍼니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색깔을 잃지 않고 유지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뮤지컬시장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프로듀서의 배출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젊은 프로듀서 발굴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신시컴퍼니 또한 세대교체로 활동을 이어간다. 1999년부터 대표를 맡았던 박 프로듀서는 2009년 최은경 신시컴퍼니 대표에게 회사 운영 전반을 맡기고 현재는 프로듀서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신시컴퍼니는 모범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30주년을 넘어 40주년, 50주년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맘마미아!’ 200만 관객 돌파 기록은 박 프로듀서에게도 특별한 의미다. 한국 뮤지컬시장에서 15년 만에 이룬 최단 기간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매 공연 시대에 맞는 변화를 위해 노력해온 스태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록이었다”며 스태프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또한 “한국 창작뮤지컬에서도 앞으로 2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는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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