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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생방송 도중 숨진 방송인들(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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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5년 8월 26일 아침 미국 버지니아 주 한 방송국의 생방송 뉴스 인터뷰 도중 빚어진 참극 장면. 왼쪽 위부터 희생자 앨리슨 파커와 애덤 위드, 맨 아래가 범인 베스터 플래니건. AP 연합뉴스


미국의 총기 사망률은 세계 28위다. 2017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4.43명이 총기 범죄(전쟁 내전 제외)로 숨졌다. 짐작보단 덜 심각하다고 느낄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1~27위의 대부분은 엘 살바도르와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이고, 레소토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와 아시아의 필리핀(9.20명) 정도가 미국보다 위험한 국가다. 미국은 총에 맞아 숨질 확률이 아프가니스탄(3.96명) 이라크(3.54)보다 높다. 가장 안전한 국가 싱가포르는 0.02명이고 군대 총기사고가 가끔 발생하는 한국은 0.05명꼴이다. (npr.org)

2015년 8월 26일 오전 6시 45분, 미국 버지니아 주 모네타(Moneta) 시 주민들은 CBS 협력사인 지역 방송(WDBJ)의 아침 뉴스에서 리포터와 카메라기자가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지켜봐야 했다. 범인은 그 방송사 리포터로 1년 가량 일하다 2013년 해고된 베스터 플래너건(Vester Lee Flanagan)이란 41세 남성이었고, 희생자는 24세 여성 앨리슨 파커(Alison Parker)와 27세 남성 애덤 워드(Adam Ward)였다.

범인은 몸에 장착한 카메라로 범행 과정을 촬영, 56초짜리 동영상 파일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파일에는 리포터가 인터뷰이와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서부터 총에 맞아 둘이 차례로 쓰러지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인터뷰이도 등에 총을 맞았지만 목숨은 건졌다. 범인은 빌린 차를 타고 도주하면서 자신의 범행 동기 등을 밝힌 23쪽 분량의 메시지를 ABC뉴스에 보냈다. 그 글에서 악명 높은 미국의 총기 범죄자들을 찬양한 그는 희생자들이 자신에게 인종차별 발언과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썼다. 그는 흑인 게이였다.

조사 결과는 그의 주장과 사뭇 달랐다. 오히려 그가 평소 동료들에게 위협적 행동과 발언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해고 직후 그의 진정을 접수한 연방고용평등위원회(EEOC)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됐다.

총기 규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총기 소지를 옹호하는 이들은 “총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이며 “법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질환이 문제”라는 주장을 펴곤 한다.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트럼프의 주장도 그러했다. 최윤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