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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헬리콥터도 부르면 온다… '차량 호출 끝판왕'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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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미지 특파원




베트남 호찌민에 사는 필리핀인 파이샤씨는 하루에 최소 3번은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다. 오전에는 오토바이 호출 서비스를 이용해 시내로 출근하고, 낮에는 차량 호출 서비스 앱의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점심밥이나 커피를 시켜 먹는다. 가끔 한밤중에 밖에 나가기 귀찮으면 편의점에서 음료와 간식을 사다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고, 외부로 보내야 할 서류나 물품이 있을 때도 차량 호출 서비스 앱부터 연다. 파이샤씨는 "베트남은 다른 나라에 비해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가 많을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며 "택시 서비스 외에도 음식 배달, 택배 등 다양하게 이용하기 좋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 초, 글로벌 차량 호출업체인 '우버'가 싱가포르계 차량 호출업체인 '그랩'에 동남아시아 사업 부문을 넘기면서 베트남 차량 호출 시장은 그랩의 독점 체제로 변할 거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에만 셀로, 바토, 고비엣 등 7개의 업체가 차량 호출 시장에 새로 뛰어들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트럭 호출이나 택배, 음식 배달 같은 다양한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베트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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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 규모는 작년 5억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 2억달러에 불과했던 시장이 3년 만에 2.5배로 늘어난 것이다. 성장세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도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직접 "베트남이 혁신적인 기업들을 환영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차량 공유 서비스에 지장을 주는 불필요한 장벽을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하노이·호찌민 등 대도시 위주로 영업하던 차량 호출 업체들은 전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구글·테마섹홀딩스의 2018년 동남아시아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은 연평균 41%의 성장률을 기록해 2025년 20억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차량 호출 서비스의 성장은 버스·택시 등 기존 교통수단 시장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브이엔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차량 호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올해 1~4월 공공 버스를 이용한 탑승객은 전년 동기 대비 8.9% 줄었다. 베트남 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버스 탑승객은 목표보다 10% 적었고, 공공버스 운영 업체는 16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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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택시업체인 비나선과 마일린도 앱을 내놓고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에 대응하고 있지만 매출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이에 비나선은 "그랩 때문에 420억동의 손실을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작년 12월 법원은 "그랩은 비나선에 48억동(약 2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랩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다낭 등 다른 지역의 택시협회도 소송을 검토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헬리콥터, 트럭 등 영역 넓혀…글로벌 업체도 눈독

차량 호출 업계 간 경쟁도 만만치 않다.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제공해온 차량이나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 외에 트럭 호출, 렌터카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4월 차량 호출업체 패스트고는 패스트스카이라는 브랜드로 베트남 최초의 '헬리콥터 호출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노이 홍강(紅江)이나 할롱베이 같은 관광지를 둘러보는 스카이투어, 웨딩 촬영을 지원하는 스카이웨딩,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스카이SOS, 사업가 등이 업무에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스카이플러스 등 4가지로 구성된다. 가격은 1인당 500만동(26만원)부터 시작되고 최대 12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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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차량 공유 업체인 패스트고(FastGo)가 올해 새로 출시한 헬리콥터 공유 서비스 홍보물. 헬리콥터가 베트남의 유명 관광지인 할롱베이 상공을 날고 있다. /Fast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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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국방부 산하 업계 1위 통신업체인 비엣텔은 지난 7월 마이고라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내놓으며 트럭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총 등록 차량 10만5000대 중 600대가 트럭이다. 트럭 호출 서비스의 등장은 이사나 택배 같은 대규모 배송 업체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체 앱에 등록된 오토바이나 차량 기사를 활용한 영역 확장도 활발하다. 오토바이 기사가 음식이나 물품 배달 서비스를 하고, 차량 기사로 등록된 사람이 시간제 렌터카 기사로도 활동하는 식이다. 그랩은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주문 건수가 250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들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 업체들과 손잡고 현금 없는 비용 결제 시스템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업체들까지 속속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2009년부터 스타트업 육성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4차 산업을 적극 지지하고,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베트남은 4차 산업 혁명을 기술의 하나가 아닌 '정책 혁명'이라 보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에 와서 4차 산업 제품을 생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찌민=이미지 특파원(image071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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