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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구 공룡 이케아 연말 또 온다" 영세업체들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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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기흥IC를 빠져나와 동쪽으로 500m 정도를 가자 4만6800㎡(약 1만4000평) 부지에 3층 높이의 공사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에 가림막이 쳐져 있었지만 틈새로 파란색·노란색 외관이 드러났다. 오는 12월 12일 문을 여는 대형 가구 매장 이케아 기흥점(3호점)이 들어서는 곳이다. 이케아코리아 측은 이 매장에서 수원·동탄 등 경기 남부 지역 소비자의 가구 구매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1분기엔 부산 동부(기장군)에 4호점도 연다. 2020년 이후에는 5·6호점도 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충남 계룡에 토지 매입을 마친 상태고, 서울 강동구 고덕에도 매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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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이케아 기흥점(왼쪽) 공사 현장. 도로 맞은편에 건립 중인 쇼핑센터(오른쪽)에는 한샘·리바트·까사미아 등 국내 가구 업체들의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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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출 5년 만에 연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한 이케아가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군소 가구업체와 영세 가구점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2014년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 국산 대형 가구 업체는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았지만, 중소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적지 않게 도산했다"고 했다.

◇6호점까지… 도심형 매장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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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코리아는 2019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 매출이 5032억원으로 전년 동기(4716억원) 대비 6.7%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가구업계와 영세 가구 점포들은 비상이다. 단 두 매장으로 한샘·현대리바트·퍼시스그룹에 이어 4위에 오른 이케아가 추가 출점을 통해 국내 가구 시장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 업체들은 건설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줄었다. 한샘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8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고, 현대리바트도 같은 기간 10.1% 감소했다.

이케아는 내년에는 교외 지역의 창고형 매장뿐 아니라 '도심형 매장'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케아코리아는 최근 이 같은 외형 성장을 위해 모(母)회사인 스웨덴 잉카그룹에서 500억원을 추가 자본금으로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턴 온라인 쇼핑몰까지 운영하고 있어 이 기세로 가면 2~3년 내에 매출 1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이케아의 확장 전략에 국내 가구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이케아 기흥점 부지 바로 옆에는 또 다른 대형 쇼핑몰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년 준공하는 이 건물에는 한샘 디자인파크 기흥점을 비롯해 현대리바트, 까사미아 등의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를 판매하기 때문에 구매자가 직접 제품을 집에 가져와 조립·설치를 해야 한다. 국내 가구 업체들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앞세워 시장 수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국내 홈퍼니싱(집 꾸미기) 시장의 규모 팽창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08년 7조원에서 2017년 13조7000억원으로 성장했고, 2023년에는 1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영세 가구점 어려움 가속화될 듯

이케아 대응 전략을 짜는 대형 업체와 달리 군소 가구 업체들은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케아 매장과 2㎞ 이내의 근접 상권 소상공인 점포의 매출은 이케아가 들어선 이후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케아는 가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식당·식품점까지 갖춘 데다 대형 아웃렛과 함께 매장을 여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복합 쇼핑몰과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쇼핑몰이 아닌 전문점이라 의무휴업 등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실제 이날 이케아 기흥점 공사장 초입엔 '생존권 말살하는 이케아는 물러가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인근 가구점 협회가 붙인 현수막이었다. 이케아의 동부산점 개설 계획에 부산의 한 시민단체는 "영세한 부산 가구 산업체와 운영난을 겪고 있는 동구 좌천동 가구거리 점포들의 붕괴가 불 보듯 뻔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용인=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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