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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플러스] 서울대 말고도 더 있다…청소노동자 '밀봉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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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더웠던 지난 9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없는 좁디 좁은 휴게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진이 돌아보니 열악한 휴게실,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서울대 사고가 남일 같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좁은 방에 창문 하나 없는 공간은 사고가 난 휴게실과 꼭 닮았습니다.

더운 여름 무더위를 쫓는 건 학생들이 버린 선풍기 한 대.

[A씨/청소노동자 : 너무 더우니까, 열기 때문에. 이렇게 불을 끄고서 있어요. 여기서도 열기가 되게 많이 나와요, 형광등.]

에어컨은 설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B씨/청소노동자 : 실외기를 놓을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요. 여기가 계단 밑이잖아요.]

[C씨/청소노동자 : 위에서 쓰레기 버려서 여기로 떨어뜨리는 그런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방을 만들어준 거죠. (원래 방이 아니라요?) 네…]

이전에 창고였다던 이 휴게실, 툭 박힌 배관에서 아직도 냄새가 나지만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라 문 한 번 열기 쉽지 않습니다.

이 휴게실은 올 여름 물이 새기 시작했는데, 학교가 아닌 학생들이 임시로 수리를 해줬습니다.

부산 사상역의 청소노동자들은 휴게실 공기순환장치의 덮개를 떼어버렸습니다.

바람을 조금이라도 더 나오게 해 더위를 쫓기 위해서입니다.

[D씨/청소노동자 : 이러면 더워서 못 있어요. 바람 안 나오죠?]

정수기와 냉장고도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샀습니다.

매일 땀에 젖다보니 제대로 된 샤워실 하나 있는 것이 꿈입니다.

[E씨/청소노동자 : 집에 갈 때는 버스를 못 타고 갑니다. 왜냐하면 옷에서 쉰내가 나.]

결국 기계실 한쪽에 비누와 수건을 놓았습니다.

[한옥녀/부산지하철노동조합 서비스2지회장 : 여기서 이렇게 물을 받고, 이렇게 바가지로 물을 퍼서 여기 앉아서…불이 꺼지고 이러면 잠깐 기다렸다가 벽을 타고…]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휴게 공간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권고'일 뿐입니다.

노동자들이 속한 용역업체와 이들과 계약을 맺은 원청은 서로 책임을 떠밉니다.

그러는 사이 휴게실은 청소노동자를 세상과 구분짓는 공간이 됐습니다.

[F씨/청소노동자 : 대학생들은 배우고 똑똑하고 하니까 공부도 시원한 데서 하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덥고 이렇게…수업 다 끝나고 강의실 들어가면 너무 시원한 거예요…]

오효정 기자 , 장후원, 손지윤, 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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