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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5도에서 물 맞기, 섭씨 50도에서 불 쬐기…차 모델 되기 극한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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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조건서 최고 성능 뽑는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별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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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5도에서 물을 뿌려대는 저온시험실과 소음을 확인하기 위한 무향실, 부식을 미리 예측하기 위한 염수로, 곡선구간 측정을 위한 선회시험로, 도로 상황을 고려한 로드시뮬레이터, 실내를 70도까지 끌어올리는 고온시험실의 모습(위에서부터 반시계 방향).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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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새 모델이 나오기까지 7년 정도가 걸린다. 설계, 디자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수백가지의 테스트를 거치는 데 적잖은 기간이 소요된다. 아프리카나 알래스카 같은 곳에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영하 35도에서도 시동이 걸리고, 섭씨 50도의 숨막히는 사막에서도 부품이 변형되지 않아야 한다. 자동차를 최악의 조건에서도 최고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담금질하는 제조사들의 주요 테스트를 알아봤다.

■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내구성 테스트

지구촌 어디서든 견딜 내구성 위해

화강암 블록·짠물 속에서 달리고

승차감·조종안정성 ‘세팅값’ 찾고

밀폐공간서 혹서·혹한 실험 거쳐

차 한 대 출시까지 7년간의 담금질


차량은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내구 시험은 이처럼 단단한 차를 만들기 위한 기초 과정이다. 가장 잘 알려진 내구 테스트는 ‘벨지안로’ 주행이다. 벨기에 마차도로를 뜻하는 벨지안로는 화강암 블록으로 만들어진 ‘험로’다. 노면에서 전해지는 충격으로 운전자가 부상을 입을 수 있어 무인 테스트로 진행될 정도다. 차량에 미치는 피로도도 그만큼 높다. 일반도로에서 수년에 걸쳐 실시해야 하는 서스펜션, 차체 강성 테스트 기간을 몇 개월로 단축할 수 있는 셈이다.

부식 테스트도 주요한 내구 시험 중 하나다. 새 차는 도장이나 코팅 상태가 양호해 부식이 덜 된다. 하지만 겨울철 도로에 뿌리는 염화칼슘이나 바닷가에서 염분에 노출되면 방청 성능이 떨어진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부식 상태를 미리 예측하는 작업이 ‘가속내구 테스트’다.

테스트 방법은 ‘고문’처럼 가혹하다. 비포장도로나 벨지안로를 달려 먼지에 덮이고 흠집투성이가 된 차량을 바닷물보다 농도가 진한 5% 염수 속을 달리게 한다. 이후 3시간 동안 염수를 차량 전체에 바르고는 ‘항온항습체임버(시험실)’로 옮겨 섭씨 50도, 습도 95%의 조건으로 차를 ‘찐다’. 또 영하 25도에 노출시켜 결로를 유발, 실내부품 부식도 진행시킨다.

‘달리고, 찌고, 굽고, 얼리는’ 과정(1사이클)을 10번 정도 진행하면 1년가량 주행한 것과 비슷한 부식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이를 다시 반복해 12년 후의 부식 상태를 재현, 최종 방청 성능을 확인한다.

극한지 테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의 경우 210여개국에 차량을 수출하고 있다. 알래스카 같은 극저온 지역부터 아프리카나 중동 사막 같은 혹서 지역에서도 정상주행이 되는 차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극한지 테스트는 혹한·혹서 지역에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최초 테스트는 고·저온체임버에서 진행된다.

한여름 내리쬐는 태양에 견딜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체임버에 넣고 섭씨 50도에서 반나절 이상 방치해두기도 한다. 이를 소킹(soaking)이라고 하는데, 차체와 섀시, 엔진, 각종 오일 등 모든 부품을 50도까지 높이는 과정이다. 여기에 1000W/㎡에 해당하는 램프를 작동시켜 한낮의 태양광을 재현한다. 이렇게 하면 차체나 차량 실내는 70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극한 테스트인 저온 시험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체임버 온도를 영하 35도로 설정하고 차체, 범퍼, 엔진에 물을 뿌려 얼음이 얼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상황을 만든다. 이때 엔진 시동은 물론 오디오, 램프, 히터 등 전기장비가 정상작동되고 차체도 변형이 없어야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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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차 ‘장기’인 핸들링 성능 높이려면?

달리기는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기다. 하지만 잽싼 가속이나 최고속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승차감과 운전하는 재미가 더해져야 ‘명차’ 반열에 오른다. 노면을 지날 때 차가 덜 들썩거려야 하고, 운전대를 돌릴 때 위화감도 없어야 한다. 이처럼 자동차를 운전하며 몸으로 느끼는 감각을 최적화하기 위한 시험이 ‘라이드 앤드 핸들링’ 테스트다. 라이드(Ride)는 차를 탈 때 부드럽거나 단단한 느낌을 일컫는데, 흔히 승차감이라 표현한다. 핸들링(Handling)은 차량의 조향감과 조종안정성을 뜻한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잘 회전하는지, 코너링 때 쏠리지는 않는지를 체크한다.

라이드 앤드 핸들링 성능은 노면과 맞닿는 타이어, 타이어와 차체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서스펜션, 차량을 지지하는 차체, 조향을 위한 스티어링 휠 같은 다양한 장치들과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적절한 ‘세팅값’을 찾기가 무척 까다롭고 최고 수준으로 올리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벤츠나 BMW 같은 독일 프리미엄 차들은 대개 고속주행 안정감이 뛰어나다. 강건한 차체 위에 오랫동안 갈고닦은 라이드 앤드 핸들링 노하우를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라이드 앤드 핸들링 테스트는 선회시험로와 고속주행로, 일반도로 등에서 이뤄진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동심원이 그려진 선회시험로는 차량이 빠른 속도로 회전할 때 얼마나 안정감을 갖는지를 테스트하는 곳이다. 오버스티어(운전대를 꺾은 양보다 차가 많이 도는 현상)나 언더스티어(반대로, 조타각만큼 회전하지 않고 밖으로 밀리는 현상), 코너링 시 승차감 등을 확인한 뒤 차체 강성이나 서스펜션 강도를 조정해 개발 콘셉트에 가장 가까운 승차감이나 조타감으로 만든다.

고속주행로는 직선과 곡선구간이 연결된 계란 모양의 타원형 주행시험로다. 고속에서도 차량이 시험장을 이탈하지 않도록 도로 바깥쪽이 높다.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리면서 차량의 떨림이나 바람에 의한 차체 흔들림, 승차감 등을 파악한다. 빗길 상황을 임의로 조성한 저마찰로 테스트도 있다. 시험로 양쪽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를 통해 물을 분사하면서 수막현상이 생길 때의 조향, 제동, 차량 움직임을 체크한다.

이처럼 다양한 주행시험로는 부주의할 경우 개발자나 연구원이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는 주행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연구원들만 시험로 출입이 허용된다. 슬라럼, S자와 지그재그 선회, 레인 체인지 등 주행안전교육을 실시한 뒤 성적에 따라 A, B, C 세 단계 라이선스를 부여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라이선스 등급이 높을수록 출입할 수 있는 주행시험장이 늘어 연구원들은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A등급을 따려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라이드 앤드 핸들링 테스트의 가장 중요한 ‘숙제’는 다양한 운전자가 한꺼번에 만족할 수 있는 ‘세팅값’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승차감이나 조향감 등이 운전자에 따라 ‘천차만별, 백인백색’이어서 객관화하기가 쉽지 않다. 승차감만 해도 유럽인과 미국인, 한국인의 취향이 다르다. 이 때문에 라이드 앤드 핸들링 테스트는 경력과 노하우를 가진 베테랑 테스트 드라이버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 관계자는 “라이드 앤드 핸들링 테스트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테스트 드라이버를 포함한 다양한 개발자와 연구원이 진행한 시험 결과를 한데 모아 성능을 종합적으로 튜닝한다”고 말했다.

이 테스트는 실제 도로가 아닌 시험실의 로드시뮬레이터 위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4개의 원형 기둥(포스트)에 차량 바퀴를 올려놓고 각 포스트를 초당 50회 이상으로 진동시킨다. 또 위아래로 흔들어 실제 도로에서 다양한 조건으로 주행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운전자 피로와 직결돤 소음·진동 시험

엔진음이나 배기음처럼 반복되는 기계 소리나 주행 중 바람을 가르는 소음(풍절음)은 운전자나 승객으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유발시키고 피로도도 높인다. 이를 줄이기 위한 테스트가 소음·진동(NVH·Noise, Vibration, Harshness) 테스트다. 소음 테스트를 하려면 ‘무향실’이 필요한데, 소리가 벽을 통해 반사되는 환경에서는 특정 소음이 발생하는 부위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향실은 벽에 많은 흡음재를 설치해 소리의 반사를 없앤 공간이다. 차량에 설치하는 고성능 마이크도 동원된다. 주행 시 엔진, 바퀴 같은 부품이 마찰하거나 구동하면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이런 소리 외에도 도어, 트렁크, 후드(보닛)를 여닫을 때 발생하는 떨림에 의한 잡음, 공명음도 측정 대상이다. 최근에는 소음을 저감시키는 단계를 넘어 소음 자체를 듣기 좋게 디자인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 벨로스터는 가짜 엔진음과 배기음을 만들어 실내 스피커로 보내는 기능이 있다. 이 밖에도 엔진과 변속기 조합인 파워트레인, 보디, 섀시, 전자장치 등 수많은 부품과 장치들이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부품 제조업체에서 테스트된다. 이것이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려면 수천가지의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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