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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에 기름 부은 ‘일본 여성 머리채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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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확산 ‘홍대입구역 새벽 폭행’…반일 감정이 원인은 아니지만 엄중한 시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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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한국인 A씨가 얼굴을 가리며 경찰서 밖으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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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등으로 한일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시국에 한국인 남성의 일본인 여성 관광객 폭행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일 감정’이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지만 일본 언론들도 이 사건을 집중보도하고 있어 경찰은 신속히 수사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25일 경찰과 사건 당사자 측 설명을 종합하면 일면식도 없던 한국인 남성 A(33)씨와 일본인 여성 B(19)씨 일행은 지난 23일 오전 6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마주쳤고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B씨의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이 벌어졌다. B씨 일행 중 한 명은 같은 날 오후 “한국인이 말을 걸어 무시하고 가고 있었으나 폭언을 했고 무서워서 동영상을 찍으니 달려와서 머리카락을 잡으며 폭행했다”며 당시 찍은 영상과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렸다.

A씨가 처음에 일본어로 말을 걸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영상에는 B씨 일행을 향해 한국어로 “쪽바리”라 부르는 등 욕설하며 쫓아오는 장면이 담겼다. A씨가 쓰러진 B씨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모습은 사진으로 공개됐다. B씨 측이 신고하지 않았지만 해당 영상이 SNS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자 경찰이 먼저 A씨를 추적해 24일 오후 신병을 확보했다. B씨와 일행도 같은 날 경찰에 출석해 사건 경위에 대해 진술했다.

양측 모두 악화된 한일 관계가 사건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B씨 일행은 SNS에 ‘스토킹’이란 표현을 썼다. A씨가 지속적으로 추근댔다는 주장이다. A씨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에 악감정은 없었다”면서 “B씨 측이 ‘거울 좀 보고 오라’며 일본어로 욕을 했다”고 상대방을 탓했다.

A씨는 폭행도 부인하고 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머리채를 잡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때린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를 마친 뒤에는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해당 영상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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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피해자 B씨 측이 지난 23일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 속에서 한국인 남성 A씨가 땅에 주저앉은 B씨 머리를 잡고 있다.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마포경찰서는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영상 조작 논란은 피해자 측이 제출한 자료와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분석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도 머리채를 잡은 사실은 인정해 폭행 혐의 적용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B씨 측은 경찰 조사에서 “진정한 사과가 없었다”며 A씨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고죄인 모욕 혐의는 아직 B씨의 고소가 없는 상태다. A씨는 “일방적인 가해자로 매도되고 있다”며 법적인 조력을 받아 추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경찰에 밝힌 상태다.

요미우리신문, 교도통신, NHK, 산케이 등 일본 매체들은 일본인 여성 폭행 사건을 일제히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24일 ‘한국 남성, 서울에서 일본 여성에게 욕설 퍼붓고 머리 잡아’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1만4,000여 개의 댓글이 달려 야후 재팬에서 가장 많은 댓글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지금 이 시기에 저쪽에 가면 이런 패들에게 얽힐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가야 한다" "외무성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본인 여성을 대상으로 여행 위험 권고를 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등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곧 A씨를 출석시켜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엄중한 사안으로 판단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며 A씨가 “향후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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