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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식탁’ 유행에…마트 등 ‘세계 먹거리 직소싱’ 바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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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경제의 창

국외여행길 맛난 그 맛 생각나

SNS서 알게된 그 음식 궁금해

마트·편의점 찾는 사람들 늘어

유통업체들 현지 직접 조달 활발

동남아 식품, 편의점 매대 ‘점령’

3년 전 CU 직소싱팀 첫 구성 뒤

GS25·세븐일레븐 등 뒤따라

이마트는 전담 인력만 100여명

수요예측 실패 땐 재고부담 커

일부 업체선 조심스러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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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이아무개씨는 주말이면 ‘따로 밥상’을 차린다. 요리와 반찬의 국적이 제각각이다. 2년 전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뒤 맛 들이기 시작한 공심채(모닝글로리) 나물 요리가 한 켠에 들어서고, 삼겹살이나 생선 요리의 짝꿍으로는 잡내를 잡아 주는 고수가 등장한다. 요즘 인기인 마라탕 간편식(HMR)이나 마라소스를 활용한 떡볶이, 새우요리도 때때로 메인 요리 자리를 차지한다. 여기에 반주로 걸치는 와인은 프랑스나 스페인산이다. 그는 주말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온라인몰을 찾으며 세계 먹거리 ‘도장 깨기’에 한창이다.

유통업체 매대에 오르는 국외 먹거리 품목과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외여행 경험이 누적되면서 현지 먹거리 수요가 커졌고,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먹거리 콘텐츠가 늘어난 영향이다. 업체들은 벤더(중간판매업체)에 의존하던 경향을 탈피하고 글로벌 체인 시스템이나 현지 지역사무소 등을 활용하며 ‘직소싱’에 힘을 주고 있다. 국외 생산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제품을 들여오는 것이다.

뜨는 시장 잡아라

최근 편의점 매대는 온통 동남아시아 일색이다. 지에스(GS)25는 베트남 쌀국수, 반미샌드위치, 멕시칸 나초 등 20여개 제품을 직소싱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동남아 비중이 절반이다. 특히 베트남 제품이 많다. 지난해 3월 들여온 소고기 쌀국수 ‘포띠뽀’는 220만개 팔렸다. 이어 타이 과즙음료 ‘말리코코넛워터’, 베트남 곡물 음료 ‘엘아이에프(LIF) 옥수수밀크’도 합류했다.

편의점은 국외여행객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을 탄 먹거리를 가져오는 데 주력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 비해 상품 가짓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일정 수요가 보장되는 상품에 집중하게 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주고객층 20~30대 등이 즐겨 찾는 여행지 제품이 단연 1순위다. 동남아 먹거리가 떠오른 배경이다. 한국관광공사 출국 통계를 보면,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은 343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42.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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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씨유(CU)가 대만 과자 누가크래커를 100만개 판매한 뒤 업계 처음으로 직소싱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태훈 씨유 해외소싱팀장은 “중개상을 통할 때보다 국외 인기 상품을 발 빠르게 선보일 수 있고, 편의점 음식 질이 떨어진다는 편견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직소싱 인력 4명을 배치한 지에스25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었다. 연말까지 제품 수를 7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말 직소싱팀을 꾸린 세븐일레븐 18개국 세븐일레븐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저가 찾아 삼만리

2000년대 초중반부터 직소싱 전담 조직을 두고 현지 사무소를 운영해온 대형마트에는 직소싱 상품 가짓수가 훨씬 많다. 이마트는 직소싱 전담 인력을 1백명(식품 13명) 넘게 두고 있고,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식품, 생활용품, 홈퍼니싱, 의류 등 1만5천여 품목을 들여온다. 식품을 놓고 보면 과일, 채소, 축산물 등 신선식품 쪽에 강점이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봄 직소싱한 미국 캘리포니아산 체리는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들어오는 즉시 완판됐다”고 했다.

대형마트는 직소싱을 통해 집객 효과 외에 원가를 낮추는 효과도 노린다. 가성비가 좋은 알짜 상품을 발굴하는 동시에 현지 중개상과 국내 수입상 등에게 지불하는 20~30% 수수료 부담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초저가’를 선언한 이마트는 최근 4900원 스페인산 와인과 4980원 인도산 땅콩버터 등을 내놓았다. 땅콩버터를 들여온 정두진 바이어는 “인도는 전세계 땅콩 2위 생산국인 만큼, 제품 맛이나 땅콩 함량은 미국 유명 브랜드 제품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며 “압도적 저가를 앞세우면 유명 제품 인지도를 능가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다만 일부 유통업체는 직소싱 상품이나 관련 조직을 늘리는 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직소싱 상품 매출비는 두자릿수도 되지 않아, 전담 인력 투입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특히 식품은 재고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충분한 수요가 형성될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짧은 유행 주기나 외교 관계 등 ‘변수’에 따른 영향도 크다. 최근 일본산 불매운동이 거세지자 씨유와 세븐일레븐, 지에스25 등 편의점은 모찌롤과 같은 일본 인기 제품 직소싱을 중단하거나 일본어로 된 제품명을 교체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구매 패턴이 빨리 변하면서 가공식품의 주기는 5~6개월도 채 안 된다”며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이색 먹거리 관심에…국내 농산물 재배도 ‘이국풍’

채소 재배면적 연평균 3.5% 줄 때
아스파라거스·브로콜리 등
서양채소 재배면적은 6.5% 늘어


국외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국내 농산물 재배 풍토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소비자들 수요가 커진데다, 기후 변화로 기존에 국내에서 잘 재배되지 않던 채소와 과일 등을 생산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된 데 따른 결과다.

지(G)마켓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특수채소 판매량은 두자릿수 이상 증가세를 보인다. 베트남 쌀국수 등에 얹어 먹는 고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128% 늘었고, 공심채 판매량은 3년새 13배 불었다. ‘유럽 채소’도 강세다. 스테이크 등에 곁들여 먹는 아스파라거스(전년 동기 대비 79%)나 파스타 등 부재료로 쓰이는 샬롯(507%) 등도 상승세다. 지마켓 관계자는 “최근 마라와 동남아 음식 인기로 공심채, 고수 등을 찾는 손길이 이어지고, 샐러드 대중화 등으로 서양 이색 채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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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내 농산물 재배 풍토도 바꿔놨다. 일부 농가들은 농지를 양상추, 아스파라거스 등 서양 채소나 여주, 공심채 등 아열대 작물에 내어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연구원) 자료를 보면 2000~2015년 채소류 재배면적이 연평균 3.5% 감소할때 서양 채소 재배면적은 6.5% 늘었다. 브로콜리와 파프리카 등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샐러드 소비가 증가한 것에 농가가 발을 맞춘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박미성 부연구위원은 “양파·마늘 등 일부 작물 생산 과잉 문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양 채소 등 다품종 생산을 통한 농가 소득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엔 기온 상승 영향으로 동남아와 아프리카에서 수입하던 아열대 작물 생산도 늘어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은 2012년 297.4㏊에서 지난해 314.34㏊로 늘었다. 일본 오키나와의 나물 볶음인 ‘고야참푸르’ 재료로 유명한 여주(84.7㏊)와 카레 분말로 널리 쓰이는 강황(55.6㏊) 비중이 크지만, 공심채(2016년 1.7㏊→2018년 11.0㏊)와 삼채(14.7㏊→23.0㏊) 등도 확장세다. 제주와 남부 중심이던 재배지도 서울과 경기로 확장되고 있다. 김천환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는 “기온이 오르며 여름철 열대 작물 재배가 쉬워지고, 열대 과일·채소 시장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고 했다.

유통업체들도 수입 일색이던 아열대 채소와 과일의 산지를 일부 국내로 전환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7년 강원 대관령과 충남 논산 등에서 공심채를 매입하기 시작했고, 고수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49% 늘자 수급처를 강원 평창, 경기 이천, 제주 등으로 확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엽채류(잎이 식용으로 쓰이는 채소)는 쉽게 시들기 때문에 항공 배송 방식을 이용하다 보니 수입산 가격이 뛰어, 국산이 오히려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다만 김천환 연구사는 “아직 외식업체 등에서는 수급 불안정 등을 이유로 국산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 안정적 재배와 유통을 돕는 인프라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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