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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울린 구호…“일본군 ‘위안부’는 전쟁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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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채혜원의 베를린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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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 떠나온 뒤 이듬해 겨울, 우연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루는 국제행사를 발견했다. 그 행사에서 독일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이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책 협의회(AG ‘Trostfrauen’)와 처음 만났다. 그 이후 독일 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동참하게 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책 협의회는 한국, 독일, 일본, 콩고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회원들이 여성 성폭력 철폐와 전쟁범죄 피해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독일 의회 결의안 채택 등이다. 협의회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유럽 사회에 ‘위안부’ 문제가 전쟁 성폭력 문제이며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 살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

고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가 전시 성폭력 재발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해 ‘나비기금’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베를린에서는 2017년 5월, 뜻깊은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 길원옥 할머니가 독일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나비기금’을 야지디족 여성인 마르와 알 알리코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슬람국가(IS)는 2014년 8월3일, 소수민족인 야지디족이 살고 있는 이라크 북부의 셍갈(신자르) 지역을 점령하고 제노사이드(대량학살)와 페미사이드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1만명이 넘는 야지디족이 희생되었고, 7천명이 넘는 여성과 어린이가 납치되었다. 여전히 3천여명이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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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와 야지디족 여성인 마르와, 두 여성은 지금도 전쟁터에서 신체적, 성적으로 학대당하는 여성을 돕기 위해 투쟁 중인 서로의 경험을 나눴다. 13살 때 일본군에 의해 납치된 93살 할머니의 이야기와 21살 때 이슬람국가 테러리스트에게 끌려갔던 마르와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가 아니었다. 마르와는 이 만남 뒤 “만남에 감사하며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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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별한 만남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베를린에서는 지난해부터 8월3~14일 ‘전쟁 성폭력과 페미사이드에 대항하는 행동주간’이 열리고 있다. 야지디족에 대한 페미사이드가 벌어진 8월3일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14일을 기억하기 위해 베를린의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집회와 전시회 등 여러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 역시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8월3일과 14일, ‘전쟁 성폭력과 페미사이드 철폐’ 구호가 울려 퍼졌다. ‘야지디족 여성협의회’에서 활동 중인 니지안은 “아시아·태평양 전쟁 기간과 2014년 8월3일 이라크에서 발생한 페미사이드는 지금도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지금처럼 연대해 여성 폭력에 대항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가 이뤄질 때까지, 더 나아가 전세계 전쟁 성폭력 문제가 사라질 때까지 매년 8월마다 베를린에 울려 퍼지는 전쟁 성폭력에 대항하는 구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독일은 1945년 5월8일을 종전의 날로 기록했지만, 우리에게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없이 종전은 없다.



채혜원: <여성신문> <우먼타임스> 등에서 취재기자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 페미니스트 그룹 ‘국제여성공간’(IWS)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만난 전세계 페미니스트와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chaelee.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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