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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에 수용자 넘쳐… 수감중 사망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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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과밀·노후화 심각 / 2018년 모두 40명 숨져 1년새 82% 폭증 / 국내 52곳 중 25%가 세운지 40년 이상 / 수용률 120% 달해 기본적 인권도 침해 / 헌재·인권위 수회 권고에도 개선안돼 / 수용자들 생활공간 불만으로 소송 잦아 / 교정공무원도 부족 교정사고로 이어져 / 부정적인 여론에 예산 확보 쉽지 않아 / 가석방 등 수감자 줄이는 노력도 필요 / 노르웨이 ‘럭셔리 교도소’ 운영 / 출소자 재범률 유럽서 최저 / 필리핀은 건물 계단서 숙식도

죗값을 치르지도 못한 채 교정시설에서 숨지는 수감자가 늘고 있다. 수감시설 환경이 열악한 데다가 수용자들도 넘쳐나다 보니 벌어진 일로 분석된다. 교정시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부정적 여론에 예산 확보는 쉽지 않고, 닭장 같은 수감시설에서 수용자는 물론 교정직 공무원들까지 고통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정시설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면 시설 내 수감자 숫자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9일 세계일보가 법무부에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정시설에서 33명이 병으로 숨지고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모두 4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사망자인 22명보다 81.8%(18명) 늘어난 것이다. 최근 10년 교정시설 사망자 현황과 비교해 봐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치다. 지난해를 제외한 9년 평균 교정시설 사망자는 26.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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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완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법무부가 공개한 사망자 통계는 형 집행정지 이후 나온 사망자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형 집행 이후 안타까운 일을 당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감시설 노후화와 인력 부족이 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낡은 시설에서 수용자들이 과밀하게 수용될 경우 교정공무원의 직무의지가 약화하고 교정역량이 저하될 수 있으며, 이는 곧 교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52개 교정시설 현황을 보면 40년 이상 된 교정시설이 13곳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고, 30년이 넘은 시설도 12곳(23.1%)에 달했다. 반면 10년이 지나지 않은 곳은 모두 7개(13.5%) 시설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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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세워진 안양교도소의 경우 붕괴위험에 직면한 상황이다. 안양교도소 측에 따르면 2층 강당에서 수용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주요 전달사항 등을 알려야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모일 경우 무너질 수 있어 수용자를 2∼3차례 나눠 이곳에 집합시키고 있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워서 나이가 많은 수용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라며 “보수작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여론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낡은 시설에 수감자들이 집중된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 교정시설 수용률은 120%에 달한다. 법무부 교정기획과 관계자는 “일반 승용차에 5명이 탔을 때 수용률이 100%”라며 “5인승 차량에 5명이 넘는 사람이 탄 채 장거리 운행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헌법 10조에 따라 국가는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비좁고 낡은 교정시설은 이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 ‘발 뻗고 자기도 어려울 만큼 좁은 방에서 수용한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낸 위헌소송에서 “좁은 수용실을 제공한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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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헌재는 “형벌권 행사는 공동체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대상인 피의자 및 수형자 등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결정문 보충의견을 통해 늦어도 5년에서 7년 사이에 교정시설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부산고법 역시 2017년 8월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03년부터 법무부에 교정시설 과밀수용 해소를 10여 차례 권고한 상태다. 여경수 헌법연구가는 “형벌로서의 자유형 핵심은 수용자에 대한 자유박탈 그 자체”라며 “구금과 관련된 신체의 자유 등에 제한을 둬야 할 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좁은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수용자와 교정공무원이 부딪치는 일도 잦다. 최근 6년간 수용자가 교도관을 상대로 낸 소송만 74건에 이른다. 법무부 교정과 관계자는 “수용자들의 생활공간에 대해 불만을 갖고 민원을 넣다가 결국 교도관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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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인권을 짓밟은 범죄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주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정공무원을 위한 교정시설 복도 에어컨 설치 예산이 배정됐다는 소식에 여론이 들끓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청와대 게시판에는 ‘교도소 에어컨 설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우리나라 인권은 기형적으로 발전했다”며 “선량하지만 생활이 어려운 국민이나 범죄 피해자의 인권은 챙기지 않고 왜 수용자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우선 교도소 인원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석방과 집행유예를 확대하고 구속재판은 줄이면서 가택구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큰 틀에서 사법·행형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준혁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덜 가두겠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벌금형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형 집행 단계에서 가석방제도 등을 활용해 교정시설로부터 많은 인원을 출소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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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 교정시설 천차만별

‘주말에만 운영하는 교도소, 교도소 안 사우나, 가족 교도소, 계단 생활…….’ 세계 각국의 교정시설은 각양각색이다.

23일 법조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나라마다 교정시설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호주에는 주말구금제도가 있다. 법원에서 ‘주말구금형’을 받은 이들은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일요일 저녁에 석방될 때까지 ‘주말구금센터’에 수용된다. 수용자들은 형기 단축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특별한 경우 휴가도 주어진다.

노르웨이는 교정시설 고급화를 추구한다. 교도소 내에 사우나·영화관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돼있고, 수형자들이 마음껏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수형자에게 자유롭고 안락한 수형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 출소자의 재범률을 낮춘다는 취지다. 실제로 노르웨이의 출소자 재범률은 20%대로 유럽 국가 중 가장 낮다. 수용자 수가 300명을 넘는 프랑스의 교정시설은 수용자가 최소 연 200시간의 공연예술행위(연극, 음악, 조형, 미술, 작문)를 하도록 해야 한다. 스페인 수용자들은 사복을 입을 수 있고, 흡연이나 무알코올 맥주 섭취도 가능하다.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당하면 국회에서 선출한 옴부즈맨에게 청원할 수 있는 제도도 존재한다.

이탈리아는 4만여명의 수용정원에 비해 6만7000여명이 수용돼있는 ‘만원 상태’지만, 수용자에게 일정한 조건 하에서의 독보권(교도관 감시 없이 홀로 다닐 수 있는 권리), 흡연, 거실에서의 취사 등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 교도소에서는 출소 후 자립을 위해 패션 교육을 하고, 수용자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하기도 한다.

볼리비아에는 한때 ‘가족 입주형’ 교도소가 있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남자 수형자가 부인과 자녀를 데리고 들어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교도소다. 네덜란드는 모든 수용자를 독방에서 생활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간의 존엄성 추구 차원에서 수용자의 사생활 영역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한편 필리핀은 수용자가 교정시설 건물 계단에서 먹고 자야 할 정도로 교정시설 내 수용자 초과 현상이 심각하다. 마약범죄를 비롯해 국가가 대대적으로 범죄 소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 역시 “나이지리아의 수용자보다는 실험 상황에 놓인 동물이 더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정필재·유지혜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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