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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 "실검인데, 광고야?"…’퀴즈+검색’ 내세운 실검 조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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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검 1위 절반이 ‘가짜’…홍보성 퀴즈로 양산
"퀴즈 맞히면 ‘200원’…정답은 네이버 검색"
피해는 이용자 몫 "언제까지 낚여야 하나"
네이버 "규정 어긴 건 아냐…제재 어렵다"

조선일보

지난 20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네이버 실시간검색어. 상위 5개 검색어가 ‘가짜 실검’이다. /네이버 트렌드 캡처

지난 20일 오전 10시.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검색어(실검) 1위는 ‘A○○ 에어핏 1&1’이었다. 이 검색어를 클릭하자 A○○ 업체의 티셔츠 할인 이벤트 페이지로 연결됐다. 왜 이런 검색어가 ‘실검’에 올라왔을까. ‘실검’을 바탕으로 쓴 뉴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뉴스 제목은 'A○○ 에어핏 1&1 캐시슬라이드 초성퀴즈 출제…ㄷㅇㄹ 정답은?’이었다.

다소 뜬금없는 이 실검은 ‘홍보용 퀴즈’를 통해 순위에 올랐다. 실검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려는 기업이 퀴즈를 만들고, 이용자들의 검색을 유도하는 것이다. 10위까지 보이는 실검 명단에만 들어가면 나머지는 일사천리다. 새롭게 등장한 실검에 관심을 보이는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검색어를 클릭해 순위가 꾸준히 유지되는 구조다. 이런 식으로 짧으면 반나절, 길면 하루종일 실검을 ‘전세’낼 수 있다.

◇현금·포인트 미끼로 네이버 검색 유도...정답기사, 쇼핑 광고도 한 세트
이같은 ‘가짜 실검’을 만드는 홍보용 퀴즈는 대부분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에 뜬다. 잠금화면 앱 ‘캐시슬라이드’의 ‘초성퀴즈’와 간편 송금 서비스 앱 ‘토스’의 ‘행운퀴즈’, OK캐쉬백의 ‘O퀴즈’ 등이다.

지난 20일 오전 캐시슬라이드 앱에서는 ‘A○○ 실시간 초성퀴즈’가 출제됐다. ‘ㄷㅇㄹ 필수템, A○○ 에어핏’라는 문구에서 초성이 의미하는 단어를 입력하라는 퀴즈였다. 퀴즈 하단에는 네이버를 암시하는 초록색 검색창 그림과 함께 안내문이 있었다. "A○○ 에어핏 1&1을 검색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네이버에 해당 키워드를 검색하자 쇼핑 광고와 정답을 알려주는 온라인 기사가 줄줄이 나왔다.

기사를 통해 알게된 정답은 ‘데일리’였다. 답을 캐시슬라이드 앱에 입력하자 200포인트가 지급됐다. 캐시슬라이드 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토스 행운퀴즈는 통장으로 송금할 수 있는 ‘토스머니’를, OK 캐쉬백은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홍보용 퀴즈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이모(18)양은 "3가지 앱에서 나오는 퀴즈를 꼬박꼬박 챙겨 매일 1000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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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캐시슬라이드’ 앱에서 진행된 ‘A○○ 에어핏 ㅅ○○○’ 퀴즈. /캐시슬라이드 캡처

◇실검 1위 절반 이상이 가짜...네이버 "단속 어려워"
가짜 실검은 얼마나 많을까. 지난 11일부터 열흘 동안 네이버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1시간 단위로 실검 1위를 차지한 검색어를 확인해봤다. 100개 중 53개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가짜 실검이었다. 평일 실검의 절반 이상이 퀴즈로 만들어진 광고라는 것이다. 퀴즈 출제와 참여 자체가 평일에 비해 적은 휴일을 제외하고 따져보면 가짜 실검은 60개 중 39개, 65%를 차지했다.

가짜 실검 만들기가 성행하는 이유는 비용 대비 광고효과가 매우 높아서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2000만원 정도를 쓰면 홍보용 퀴즈를 통해 원하는 키워드를 네이버 실검 1위에 올릴 수 있다"며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데 드는 비용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수준"이라고 했다.

홍보용 퀴즈를 제작하는 업체들은 ‘실검 조작’ 의도가 없다고 항변한다. 캐시슬라이드 관계자는 "브랜드 관련 퀴즈는 아무런 힌트 없이 문제만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보니 검색을 유도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관련 키워드가) 실검에 올라가는 것은 (이용자들의) 퀴즈 참여율이 높아 생긴 현상일 뿐"이라고 했다.

넘쳐나는 가짜 실검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포털 이용자 들이다. 최모(25)씨는 "처음 보는 단어가 실검에 올라있어 클릭해보면 특정 회사의 광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람들의 관심사가 뭘까 하는 호기심 때문에 매번 알고도 낚인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26)씨는 "실검에 올라오면 ‘핫한 아이템’이라는 느낌이 들어 사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종종 구매를 하는데 실제로 물건을 받아보면 품질이 떨어지는 싸구려라 ‘당했다’ 싶을 때가 많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22)씨도 "어느 날에는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에 ‘착한구두’가 계속 떠있었다"며 "알고보니 구두를 100원에 판다는 광고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포털은 두손을 놓고 있다. 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아니어서 제재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매크로 등 부정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이용자들이 검색한 것이고, 이것이 반영되는 결과이다보니 제재하기가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포털이 특정 실검을 인위적으로 내리는 것은 민감한 문제"라며 "누구는 ‘광고’로 여기겠지만 또 누구는 ‘정보’로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성열홍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은 일부 업체의 이익을 위해 전국민이 이용하는 포털이 사유화된 셈"이라며 "이용자 권익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가짜 실검으로 당장 매출이나 인지도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거짓말쟁이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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