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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이 된 섬… 왕래 편해졌지만 쓰레기·교통지옥 함께 왔네 [뉴스 인사이드-연륙·연도교 개통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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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걱정 없이 언제든 육지로 / 섬주민, 다리 연결 전 1년 중 90일 갇혀 / 병원 진료 쉽게 받고 물류 시간도 단축 / 관광객 늘어 식당·숙박업소 매출 급증 / 주말·휴가철엔 짜증지수 ‘쑥쑥’ / 기존 섬 도로 확장 안돼 곳곳서 정체 / 천사대교 놓자 매일 쓰레기 3t 쏟아져 / 땅값 최대 10배 이상 뛰어 투기조짐도 / 2019년 4월 개통 신안 천사대교 9년 걸려 / 2219개 섬 있는 전남도, 115개 추진

막바지 여름 휴가철인 지난 21일 천사대교 개통으로 육지가 된 전남 신안군 암태도 오도선착장. 천사대교 밑 선착장에서 환경미화원과 공무원들은 쓰레기가 가득 들어있는 마대자루 50여 포대를 청소차에 싣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선착장에는 페트병에서 음식물 봉지, 폐가전까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온갖 생활쓰레기로 넘쳐났다. 이날 처리한 쓰레기는 무려 3t에 달했다. 천사대교 개통 이후 석달간 이 정도의 쓰레기를 매일 치우고 있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나온 주민 김모씨는 “천사대교 개통 이후 하루만 치우지 않으면 쓰레기로 넘쳐나고 악취까지 난다”고 하소연했다.

섬이 그동안 거미줄과 같은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주민들은 생각지도 못한 삶의 변화를 겪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면 관광객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차량이 드나들면서 주민들은 자동차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땅값도 연륙·연도교 개통 전보다 최대 10배 이상 껑충 뛰어 투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더 이상 고립되고 갇힌 섬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든지 병·의원을 오갈 수 있고, 육지 나들이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평범한 육지사람과 같은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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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대교의 종점인 신안군 암태면 오도선착장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 포대를 차량에 싣고 있다.


◆쓰레기는 산더미… 교통체증·소음에 짜증

연륙·연도교 개통으로 육지가 된 섬의 가장 큰 문제는 극심한 교통 체증이다. 섬지역의 비좁은 도로 여건이 전혀 개선되지 않아 다리를 건너온 차량들은 병목현상을 겪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면 관광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도로에서 두세 시간씩 보내기가 일쑤다.

현수교와 사장교 형식이 공존하는 국내 유일의 교량인 천사대교는 지난 4월 개통 이후 시작된 교통체증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개통 100일째인 지난 21일 운행차량만 2만대가 넘었다. 주말과 휴가철에는 평소보다 5배나 많은 1만4000여대의 차량이 통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천사대교 다리를 건너온 차량 운전자들은 갑자기 좁아진 도로 때문에 10분 거리를 1시간 이상씩 운행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임시개통한 인천 무의대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영종국제도시에서 무의도를 건너면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된다. 무의도 내 도로가 중앙선을 긋지 못할 정도로 비좁기 때문이다. 초행길인 외지 운전자들은 도로 한 가운데로 다녀 접촉 사고는 물론 교통 정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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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진도와 무의도를 연결하는 무의대교.


경남 하동과 남해를 잇는 노량대교 개통 후 관광객이 감소해 지역민들은 울상이다. 지난해 개통된 이후 설천면 노량마을로 들어오는 진입로의 접근성이 이전보다 더 떨어져서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꽃밭 만들기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도로 사정이 개선되지 않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리 개통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4시간 차량 통행이 가능해 굳이 숙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관광객들이 미리 음식을 준비해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밤낮없이 드나드는 차량으로 조용하고 평온한 일상생활은 불가능하게 됐다. 전남 신안 압해읍에 사는 최모씨는 “개통 이후 처음엔 숙박과 음식점이 반짝 특수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손님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리가 개통된 지역에는 어김없이 땅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인천 무의도에 다리가 놓인 이후 외지인들의 부동산 구매가 크게 늘었다. 심지어 확장해야 하는 도로 인근의 땅을 매입한 외지인이 3.3㎡당 1000만원을 요구해 주민들과의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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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년 만에 완공된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 현수교와 사장교 형식이 공존해 전남 서남권 관광의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제공


◆언제든지 병원진료·수산물 운송 할 수 있는 육지인 삶

천사대교 개통 이후 신안군 자은면 이모씨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수년째 허리와 관절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이씨는 그동안 목포의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일주일에 2번 정도의 진료를 가는 게 고역이었다. 하지만 이젠 병원 진료 후 시장까지 들러 장을 본 후 집에 오는데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섬이었을 때에는 상상도 못한 변한 연도교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연륙·연도교 개통으로 주민들이 가장 반기는 것은 언제든지 통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남지역 섬의 경우 1년 가운데 90일가량은 기상 악화 등으로 육지 나들이가 쉽지 않았다. 겨울철 대부분은 섬에 갇힌 생활을 했다. 밤에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닥터헬기조차 뜨지 않아 하늘에 생사를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수산업을 하는 어민들도 연륙·연도교 개통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싱싱한 수산물을 대도시에 1∼2시간에 배달이 가능한 데다 물류비용까지 줄이게 되면서 매출이 이전보다 30%가량 올랐다. 삼천포 대교(사천시∼남해) 인근 사천시 대방동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김모씨는 “대교가 개통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다”며 “아무래도 현지의 싱싱한 수산물을 본 관광객들의 구입이 늘어 매출도 30∼4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에는 연륙·연도교를 이용한 관광객이 늘면서 숙박과 식당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천사대교 개통 후 첫 여름 휴가철을 맞은 암태·자은·안좌면은 심각한 숙박난을 겪고 있다. 민박과 펜션 등 하루 묵을 수 있는 인원은 1000명에 불과하다. 휴가철과 주말, 공휴일의 경우 하루 2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안군은 부랴부랴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오는 10월 800실 규모의 리조트 착공을 허가했다. 이 리조트가 완공되는 내년 여름철까지는 숙박난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은 늑장 대응에 나선 신안군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암태면 박모씨는 “9년 전부터 이미 천사대교의 개통날이 잡혀있는데, 군이 그동안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게 말이 되느냐”며 역정을 냈다.

전문가들은 연륙·연도교 개통 전후 섬과 섬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봉룡 목포대 동서문화연구원장(사학과 교수)은 “사실 섬에 다리가 연결되면 주민들뿐만 아니라 섬의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온다”며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이 같은 영향 분석을 하지 않아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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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섬~섬 다리 46개, 육지~섬 다리 55개

국내 연륙·연도교는 얼마나 될까.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섬과 섬을 잇는 연도교는 모두 46개소다. 섬이 많은 전남이 25개소로 가장 많고 경남(11개소), 전북(5개소), 인천(4개소), 제주(1개소) 순이다.

육지와 섬을 다리로 연결하는 연륙교는 모두 55개소다. 전남이 28개소로 절반 이상을 차자하고 있으며, 경남 9개소, 인천 8개소, 부산·인천 각 7개소, 충남 4개소 등이다.

국내 첫 연도교는 1987년 완공된 접도연도교다. 전남 진도 의신금갑과 진도 의신을 잇는 연장 240m, 폭 6.5m다. 상부구조형식은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상판을 I형강을 사용해 지지하는 형식인 PSC I형교다. 1호 연륙교는 강화교(인천 강화갑곳∼김포 월곳 성동)로 연도교와 같은 PSC I형교다. 1969년에 완공됐으며, 규모는 길이 694m, 폭 10m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연륙·연도교는 지난 4월 개통한 천사대교다.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다리다. 천사대교를 지나면 신안 중부권 4개 섬(자은·안좌·팔금·암태)이 육지로 연결된다. 현수교와 사장교 형식이 공존하는 국내 유일의 교량이다. 총 길이는 10.8㎞, 다리 교량 7.22㎞, 주탑 높이 195m다. 사장교 길이는 1004m로 신안군 1004섬을 상징하고 있다. 총사업비 5814억원을 들여 9년간 건설됐다.

연륙·연도교 사업에 가정 역점을 두는 지자체는 전남도다. 전남지역에 산재한 섬은 2219개로 전국의 65%를 차지한다. 이들 섬을 연결하는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남도는 2020년까지 14조원을 들여 115개소 167.2㎞의 연륙·연도교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여수∼고흥과 지도∼임자, 영광∼해제 등 17개소에 1202억원을 들여 건설 공사를 하고 있다.

신안·인천·창원=한현묵·한승하·강승훈·강민한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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