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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군사력 열세 극복"…신무기 확보 사활 건 대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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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대만 공군 F-16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에 F-16V 전투기 66대 판매를 결정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20일(현지시간) F-16V 대만 판매를 국무부가 승인했다고 의회에 공식 통보했다. 액수로는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거래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행위라며 F-16V 판매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만의 군사력 증강을 지원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한 F-16V를 포함한 미국제 첨단 무기의 대만 판매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도입해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선다는 방침이지만, 중국도 국방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대만 해협을 둘러싼 대치 국면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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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공군 F-16 전투기 편대가 2017년 9월 23일 열린 후아린 공군기지 개방행사에 참가해 시범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中 군사력 맞설 ‘히든카드’ 잠수함, 전투기

F-16V는 미국과 한국 등 주요 서방국가에서 수천대가 운용중인 F-16 전투기를 개량한 무기다. 기존의 기계식 레이더를 첨단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로 교체하면서 조종석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개선 작업을 거쳤다. 미 공군과 해군, 해병대가 실전배치중인 F-35 스텔스 전투기보다는 성능이 낮지만, 대만으로서는 중국과의 무력 대치 국면에서 상당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전투기다.

대만군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우위에 있었으나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에 힘입어 군비증강에 나서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첨단 무기를 도입하지 못한 것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실제로 대만 육군 CM-11 전차는 한국의 K-1 전차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다. 해군 잠수함은 2척만 운용이 가능하며 이지스함은 없다. 공군 F-16A/B와 미라주 2000, 대만 국산 전투기 IDF는 배치된 지 20년이 넘어 성능개량이 시급한 실정이다. 항공모함과 J-20 스텔스 전투기,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다수 보유한 중국 인민해방군과 비교하면 심각한 열세다. 대만이 9조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F-16V 66대를 구매하려는 이유다.

중국에 대한 군사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대만은 신형 전투기와 잠수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F-16V 전투기 도입 추진과는 별도로 2017년 기존 F-16A/B 144대를 F-16V로 개조하는 사업에 착수, 2023년까지 전력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새로 도입하는 66대가 추가되면 200여대의 F-16V가 대만에 배치되는 셈이다. 대만은 F-16V를 추가 확보하면 1개 전투비행단을 신설, 8개 비행단 체제를 갖춰 영공 방어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잠수함은 ‘국함국조(國艦國造·자국 함정과 잠수함은 스스로 건조함)’ 방침에 따라 국내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대만이 만들 잠수함은 길이 70m, 폭 8m의 2500~3000t급으로 2024년 진수해 2025년 대만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미국 업체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잠수함에 사용되는 지휘통제시스템과 음파탐지기 등 핵심 장비에는 미국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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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군 장병들이 국기 앞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중국 무력 사용 맞설 수 있을까

대만의 미국제 무기 도입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대만에 대한 전투기 판매를 자제하고 무기 판매와 군사 접촉을 중단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도 분명히 대응할 것이고 그에 따른 모든 결과는 미국이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만이 군사력을 증강하면 중국으로서는 무력사용이 쉽지 않다. 중국과 대만은 지상 병력 규모가 102만명 대 14만명, 전차 대수는 5800대 대 800대, 전투기 대수는 1500대 대 350대로 중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항구와 공군기지 등 주요 시설을 폭격해 대만 상공을 제압한 뒤 대만 서부해안에 지상군을 투입해야 하는데, 대만이 첨단무기를 더 많이 확보하면 이같은 전략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남부지방에 배치한 공군 전투기와 폭격기, 해군 함정들을 총동원해 대만 서부를 타격하면 해군육전대(해병대)가 탑승한 상륙함들이 해안에 상륙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해군 항공모함 전투단이 대만 동부를 공습하면 대만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 하지만 대만이 신형 잠수함을 건조해 유사시 대만 본섬 서남쪽과 동북쪽 수역에 배치하면 중국 해군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대만 포위망이 헐거워지는 셈이다.

F-16V가 전면에 나서면 중국 공군의 부담도 높아진다. 대만을 침공할 중국군은 전투기를 투입해 제공권을 장악한 뒤 폭격기나 공수부대를 실어나를 수송기 등을 투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미국이 지난달 대만에 M-1A2 에이브럼스 전차의 대만형인 M-1A2T 전차 100여대와 스팅어 지대공미사일 등을 판매하면서 중국은 공수부대와 해병대를 투입한 지상전도 손쉬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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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2017년 7월 7일 홍콩에 입항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984년부터 매년 한광(漢光) 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만이 중국의 무력 침공을 가정해 방어 태세를 점검하고 있는 점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대만군은 지난 5월 적군이 전투기와 군함을 동원해 대만 북부에 상륙하려는 상황을 가정, 군함 22척과 전투기 22대를 동원해 적군을 격퇴하는 훈련을 했다. 또한 2014년 이후 5년만에 공군 기지가 파괴된 상황을 가정해 대만 공군이 비상활주로인 고속도로를 이용해 반격에 나서는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사일을 동원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대학 미국연구센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1500기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450기의 중거리 미사일, 수백 기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수백기의 미사일로 공격을 감행하면 대만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수도 타이베이(臺北)를 비롯한 전략적 요충지나 서부 해안 등에는 중국군의 공습을 막아낼 벙커와 터널이 구축되어 있지만, 대만 공군이 전투기를 띄우지 못하도록 중국이 미사일을 공군기지에 계속 발사하게 되면 대만 상공으로 밀려드는 중국 전투기를 저지하기 힘들다. 대만이 고속도로에서 전투기를 이륙시키는 훈련을 하고 있으나, 중국도 이를 잘 아는 만큼 고속도로도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은 이를 의식해 F-35B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추진했으나 미국이 난색을 보인데다 대당 가격이 비싸 보다 많은 수량을 구매할 수 있는 F-16V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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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육군 CM-11 전차부대가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중국의 미사일 공격을 저지하려면 패트리엇(PAC-3) 등의 요격미사일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PAC-3로 중국 미사일을 모두 요격하기는 쉽지 않다. 대만은 중국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공격용 미사일을 확보해 전략적 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은 독자 개발한 슝펑(雄風)-ⅡE 순항미사일을 지난해 실전배치했다. 사거리가 1000~1500㎞에 이르는 이 미사일은 상하이(上海), 광둥(廣東), 저장(浙江) 등 중국의 경제중심지를 타격할 수 있다. 저장성 동부 저우산(舟山)시의 원자력발전소와 원유 비축기지, 베이징과 홍콩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등 중국 동부의 전략 목표물도 공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도 미사일요격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다 수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미사일 전력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대만의 반격이 성공적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중국과 대만의 미사일 경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따라 대만 해협 대치 국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양측은 앞으로도 미사일 전력 확충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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