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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조국도 '재산 사회환원' 카드… 안대희 때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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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질책 잠시 피하려는 것 아니다" 진정성 강조 / 정의당 데스노트에 오르면 '끝장'… 성의 보이는 조국

세계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재산의 사회 환원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제 처와 자식 명의로 되어 있는 펀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법인에 모두 기부해 이 사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궁지에 몰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마침내 ‘재산 사회 환원’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조 후보자는 23일 ‘가족펀드’ 의혹이 불거진 사모펀드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모친과 부인을 비롯한 가족이 운영해 온 학교법인 웅동학원도 국가나 공익재단에 넘기고 학교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재산 사회 환원' 밝혔지만 낙마한 안대희

그는 이날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입장문을 언론에 발표한 뒤 “단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이라며 “전 가족이 함께 고민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재산 사회 환원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세계일보

2014년 5월28일 안대희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조 후보자의 이같은 행동이 과연 국민적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시 안 후보자는 대법관을 마치고 5개월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무려 15억원, 즉 한 달에 3억원 꼴로 거액의 수임료를 번 것이 문제가 됐다.

이번에 조 후보자가 “사모펀드 등을 처분하겠다고”고 약속한 것과 비슷하게 안 전 대법관도 당시 “재산 중 10억여원을 기부하겠다”며 사회 환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되레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았다.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총리라는 자리는 떳떳하지 못한 돈을 토해낸다고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전관예우로 벌어들인 돈을 환원하며 총리 자리를 얻어보겠다는 신종 매관매직 아니냐” 등 날선 표현을 써가며 안 전 대법관을 공격했다. 결국 그는 스스로 총리 후보자 자리를 내던졌다.

그때 야당이 쓴 표현 가운데 ‘총리’를 ‘법무장관’, ‘전관예우’를 ‘가족펀드와 사학재단 운영’으로 각각 바꾸면 당장 지금 야당들이 조 후보자를 향해 날릴 수 있는 메시지가 될 정도다.

◆"어떻게든 정의당 데스노트만은 피해야…"

조 후보자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정의당을 의식한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정의당은 애초 조 후보자 임명에 매우 긍정적이었으나, 조 후보자 딸의 특혜 입학 논란 등이 불거지고 난 뒤 핵심 지지층인 2030 청년들을 의식해 심상정 대표가 직접 나서 조 후보자를 비판하며 ‘의혹의 철저한 소명’을 촉구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겨우 6석의 의석을 가졌을 뿐인 정의당이 반대하는 공직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했다는 의미에서 정의당 ‘데스노트’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조 후보자는 행여 자기 이름이 이 데스노트에 오를까봐 노심초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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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재산의 사회 환원은 아니고 개인적 처분이어서 사안은 좀 다르지만 정의당은 지난 4월 이미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과다 보유 논란 때에도 데스노트의 위력을 앞세워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전례가 있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이 후보자는 남편과 더불어 주식을 너무 많이 보유, 야당으로부터 ‘투자의 귀재’라는 비아냥을 샀다.

국민 여론이 극도로 악화하자 정의당은 “이 후보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겠다”며 데스노트에 올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이 후보자는 “내 주식은 전부 매도하고, (헌법재판관) 임명 후에는 배우자 주식까지 처분하겠다”고 거듭 약속했고, 정의당은 이 점을 근거로 “이 후보자의 직무 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데스노트 등재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후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했으나 문 대통령은 이 후보자의 재판관 임명을 강행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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