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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준 ‘괴리감’ 만큼 20대의 ‘박탈·자괴감’ 커졌다 [이슈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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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 광장 인근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문구가 쓰인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뉴시스


석연치 않은 논문 제1저자 등록을 비롯해 딸의 각종 입시·장학 특혜 의혹 등에 휩싸인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기류를 엿볼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권과 반칙없는 사법정의,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조 후보자를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을 부정적으로 본 19∼29세 청년 비율이 2주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중고생이나 조 후보자 딸(28)과 비슷한 연령의 자녀를 둔 40대와 50대도 청년들 못지 않게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조 후보자 딸이 일반 가정 자녀들은 꿈도 꿀 수 없고 부모의 지위·재력·인맥이 든든한 소수 특권층 자녀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진로를 관리한 데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미안하다 아빠가 훌륭하지 못해서’ 이런 얘기를 하는 집이 많아지면 어렵다. 그런 면에서 국민들이 실망이 있을 것”이라며 “조 후보자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 같다”고 한 우려가 괜한 걱정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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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정 잘 못하고 있다” 청년 늘어

한국갤럽은 8월 4주차(20~22일)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응답자 45%가 긍정평가하고 49%가 부정평가했다고 23일 밝혔다. 7%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3%, 모름·응답거절 4%). 바로 직전 조사인 8월 2주차(6∼8일) 조사와 비교해 긍정평가는 47%에서 2%포인트 떨어진 반면, 부정평가는 43%에서 6%포인트나 올랐다. 문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 것은 지난 5월 셋째 주 이후 14주 만이다. 당시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는 각각 47%, 44%였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인사 문제’가 부정 요인 상위권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2주차 조사보다 9%포인트 오른 9%를 기록했다. 조 후보자와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르고 일부 납득하기 힘든 해명 등으로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적임자 논란이 가열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령별 지지율을 봐도 그렇다. 청년세대인 19∼29세 응답자들의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주 전과 비교해 부정평가(46%)가 긍정평가(42%)보다 높았다. 2주 전 긍정평가(44%)가 부정평가(39%)를 5%포인트 앞섰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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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고려대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학내 집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중고생, 20대 자녀 둔 40·50 여론도 ‘나쁨’

공정성 논란에 누구보다 민감한 청년층뿐 아니라 조 후보자 가족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40대와 50대의 여론도 문 대통령과 여권을 긴장케 할 만한 것으로 조사됐다. 40대의 긍정평가는 2주 전 56%에서 52%로 4%포인트 낮아진 반면 부정평가는 37%에서 44%로 뛰었다. 50대 역시 긍정평가가 2주 전 45%에서 39%로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50%에서 58%로 크게 올랐다. 30대(긍정 61%→63%, 부정 28%→31%)와 60대 이상(긍정 35%→35%, 부정 55%→58%)의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 변동폭이 미미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5%,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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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펀드 사회 기부 등에 대해 입장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19.08.23. /이제원 기자


◆‘사모펀드·웅동학원 기부’로 여론 바뀔까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조 후보자가 ‘가족펀드’ 논란이 인 사모펀드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도 국가나 공익재단에 넘기고 학교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언론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힘들다”고 토로한 조 후보자의 이 같은 ‘강수’에 그를 향한 여론이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후보자는 23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로비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단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이며 전 가족이 함께 고민해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 후보자는 가족 전재산보다 많은 74억여원을 한 사모투자합자회사에 출자하기로 약정해 ‘증여세 탈루’ 등 의혹이 일었다. 조 후보자의 모친 박정숙(81)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웅동학원은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조 후보자 동생이 공사대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무변론으로 패소하는 등 수상한 운영으로 갖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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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웅동중학교 앞에서 취재진이 촬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웅동학원 소유의 사립중학교다. 창원=연합뉴스


조 후보자는 “제 처와 자식 명의로 돼 있는 펀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법인에 모두 기부해 이 사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며 “신속히 법과 정관에 따른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가 (웅동학원)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비롯, 저희 가족 모두는 웅동학원과 관련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제게 밝혀왔다”며 “향후 웅동학원은 국가나 공익재단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후보자는 “그동안 가진 사람으로서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려왔다”면서 “그 혜택을 이제 사회로 환원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장관 후보자로서 어떤 형식의 검증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국회 청문회가 열리면 지금 제기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국민청문회와 관련해서도 “(국민)청문회가 준비될 경우 당연히 여기에 출석해 답하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매일매일 저의 주변과 과거를 고통스럽게 돌아보고 있다”며 “많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민들의 비판과 질책 달게 받겠다”면서도 “다만, 이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나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가 많다”고 부연했다. 그의 페이스북에도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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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촛불 대신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불의 좌시 않겠다”… ‘촛불’ 든 고대생들

“진상규명 촉구한다, 입학처는 각성하라.” “정치간섭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선 이 같은 구호가 울려퍼졌다. 고려대 학생들은 조 후보자 딸의 ‘입학부정’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후 6시부터 캠퍼스 중앙광장에서 대학 측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엔 주최 측 예상보다 많은 500여명이 모였다.

집회 1부에서는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학내를 행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위 구호 외에도 “2만 학우 지켜본다, 입학처는 명심하라”, “개인에게 관심없다, 진실에만 관심있다” 등을 외쳤다. 학생들이 행진을 할 땐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이들과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이 박수 세례를 보내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날 집회가 정치세력과 연결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주최 측은 학생증을 확인해 재학생·졸업생만 중앙광장에 입장하도록 했다. 고려대 학생이 아닌 지역 주민과 외부인들은 광장 양옆에서 집회 현장을 지켜봐야 했다. 기자와 유튜버 수십 명이 몰리는 등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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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집회 2부는 촛불집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촛불 대신 휴대전화 플래시를 켠 채 노래를 함께 부르고, 연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발언자로 나선 한 11학번 남학생은 자신이 조 후보자 딸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며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헛되이 느껴져 괴로웠다”며 “그 사람(조 후보자) 집안만큼 잘해주지 못해 마음 아파했을 부모님의 마음이 편법에 의한 결과라면 어떻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학생은 또 “우리는 역사적으로 불의에 항거해온 자랑스러운 선배들을 뒀다”며 “우리는 깨어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순서로 연단에 선 14학번 남학생은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의 이 말대로 모든 일이 잘 매듭지어질 것이라 믿는다”며 “우리가 왜 오늘 여기 모였는지, 앞으로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한 조 후보자의 딸은 고교 2학년 때 2주짜리 인턴에 참여하고 학술지에 게재된 의학 논문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 등을 입시 과정에서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일반적인 고교생이 쌓기 어려운 스펙을 쌓았다는 점에서 입학부정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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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를!”

23일 조 후보자의 모교이자 그가 교수로 있던 서울대에서도 조 후보자의 사퇴와 딸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약 500명의 시민이 모였으며 집회 중간 곳곳에서 “사이비 교수”, “조국 특검” 등의 구호가 외쳐지는 등 격앙된 분위기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서울대 재학생 및 졸업생, 인근 주민 등으로 구성된 집회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촛불을 손에 들고 학생회관 앞 계단에 앉았다. 시민들은 ‘공정 사회’를 부르짖었던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정작 ‘금수저’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가장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사회자로 나선 공동주최자 대학원생 홍진호씨가 “대학원생으로 연구실에 들어온 지 만 1년의 시간이 지났다. 1년이면 조국의 자녀 분이 논문을 24편 쓰셨을 시간인데 저는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며 “2주 만에 그것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제1저자로 병리학 논문을 쓰는 가능한가”라고 지적하자 참가자들 사이에 공감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홍씨는 이어 “저는 저소득층 수업료 50% 면제를 받고도 수업료가 모자라 200만원은 한국장학재단 대출로 해결했다. 시간 쪼개 과외해도 생활비가 모자라는데 자산이 수십억대에 이르는 조국 교수의 자녀님은 어떻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가”라고 분개하며 “조국 교수가 말로만 외치던 공정과 정의를 우리가 직접 외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한명 한명의 힘찬 목소리가 나라를 바꿀 것”이라고 조 후보자의 사퇴를 간곡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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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내로남불이라 비판받지 마시고…”

이날 졸업생 자격으로 발언대에 선 서울대 법학과 91학번 조준현씨는 “이런 모습 보려고 저나 많은 사람들이 2016년 추운 겨울 몇 달간 촛불집회에 참석했는지 눈물이 흘렀다”며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지금 맞는 건가”라고 외치자 곳곳에서 “사기!”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조씨는 조 후보자에게 “선배. 몇 년 전 우병우 선배를 ‘법꾸라지’라고 비판했죠. 법을 매일 피한다고 말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의혹들이 위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법이 아니면 정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 건 문제가 아닙니까”라며 “남에게는 그렇게 엄격했으면서 자신과 가족에게는 관대한 분이 과연 공정하고 정의롭게 법을 구현하는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지탄했다. 그러면서 “선배. 내로남불, 위선자, 적폐라 비판받지 마시고 국민에게 사과하시고 후보자 사퇴해주십시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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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신분으로 집회에 참가해 즉석에서 현장 발언한 경제학부 18학번 이상민씨는 “아직 조국 교수님의 책이 책장에 꽂혀있다. 교수님을 진심으로 존경했다”며 “처음 의혹이 터져나올 때 내심 그것이 사실이 아니길 기대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교수님을 향한 존경에 대한 미련이었음을 깨달았다”며 “이제는 교수님을 닮고 싶지 않다. 교수님이 과거의 자신과 싸우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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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에 나서지 않은 참가자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홀로 집회에 참여한 서울대 대학원생 장모(33)씨는 “매일 정말 힘들게 논문을 쓰고 있는데 고등학생이 2주만에 논문 제1저자가 됐다는 말에 허탈했다”며 “불법이 아니더라도 도덕적으로 양심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아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 이전엔 조 후보자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왔다고 밝힌 재학생 조모(20)씨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부패가 척결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게 깨져버린 실망감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이번 집회로 조 후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사퇴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강은·김주영·나진희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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