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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파편화된 세계 지도부…佛 G7 정상회담에 드리운 '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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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문제 유럽-미국 이견, 강대국간 무역갈등, 기후변화 갈등 난제 첩첩산중

공동선언 채택 이번에도 어렵다는 관측 우세…트럼프 '입'에 세계 이목 집중

G7 유일 아시아 국가 일본, 한일갈등 관련 국제여론전 나설지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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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캐나다 G7 정상회담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는 G7 정상들과 보좌진들.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아래)과 탁자에 손을 짚고 트럼프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여성)의 표정이 이채롭다. [독일연방정부 트위터·UPI=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휴양도시 비아리츠에서 24∼26일(현지시간)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은 주요 현안을 두고 강대국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공동선언 채택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G7은 그동안 서방의 초강대국들이 한데 모여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는 '정상외교 중의 정상외교'로 꼽혀왔지만 이란 핵 문제와 기후변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교역 문제 등을 놓고 전통적인 우방들끼리 갈등이 극심해 올해를 기점으로 중대 기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자국 우선주의 행보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브렉시트 해법을 놓고 유럽연합 주요국들과 대립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두 축이라면, 서방의 전통적인 자유주의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G7 정상회의 의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 반대의 축에 서 있다.

1970년대부터 대서양 동맹(미국과 서유럽의 동맹)을 근간으로 서방 세계의 '지도부'를 자처해온 G7이 복잡다기한 현 국제질서를 두고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 핵합의 파기 위기…'최대한의 압박' 트럼프 상대 대화 물꼬 틀지 주목

G7의 가장 화급한 당면 과제는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중동의 전운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5년 서방과 이란이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파기를 선언하고서 대(對) 이란 제재의 수위를 계속 끌어올려 왔다. 이란 역시 미국의 이른바 '최대한의 압력' 전술에 반발해 핵 합의의 의무사항들을 잇달아 깨면서 강 대 강 대치국면이 조성됐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핵합의 복귀와 준수를 양측에 촉구하면서 긴장 완화와 대화의 돌파구 마련에 골몰해왔다.

특히 올해 G7 의장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 회담을 앞두고 이란 측에 핵합의 복귀의 대가로 제재 완화와 경제적 보상책을 제시한 데 이어 이란 외무장관을 파리로 불러 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안을 집중 논의하는 등 중재역을 자처하고 있다.

마크롱이 이란과 협의한 내용을 다른 G7 정상들과 함께 트럼프를 상대로 어떻게 풀어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마크롱은 트럼프에게 '이란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도록 숨을 쉴 틈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히 이란 문제에서 매우 비타협적 태도를 고수해온 트럼프가 얼마나 응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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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G7을 재선 발판으로? 트럼프 '입'에 세계 관심집중

기후변화 문제 역시도 트럼프와 다른 지도자들이 평행선을 달려온 의제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한 뒤 환경문제에서 전통적 우방국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반면에 마크롱은 특히 미국이 빠져버린 파리기후협정을 유지·발전 시켜 전 세계 기후변화 리더십을 대표로 짊어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미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불 문제를 이번 G7에서 기후변화의 화급한 과제로 다루겠다고 밝힌 상태다.

프랑스는 특히 기후변화와 경제·사회적 불평등 심화가 연관성이 크다고 보고 이 두 문제를 이번 회의에서 깊이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의 표제어 역시 '불평등에 대한 싸움'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최근 미국의 한 석유화학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것(기후변화 문제)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우리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방지 플랜이 자국의 서민층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뜻을 견지했다.

트럼프가 이번 G7 무대를 재선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할 생각에 기후변화와 이란 핵 문제에 있어서 고립주의적인 미국의 태도를 보다 강한 톤으로 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 주요국 간 무역 분쟁 등 강대국 간 경제갈등을 풀만 한 실마리 찾기도 이번 회의의 난제다.

최근 들어 세계 경제의 침체 시그널이 잇따라 깜빡거리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경기에 큰 하강 요인으로 작용하는 보호무역 기류를 되돌릴 만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미국은 이미 독일에는 자동차, 프랑스에는 와인에 대한 관세장벽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특히 트럼프는 프랑스가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미국계 IT 공룡들을 포함한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강력히 반발하며 프랑스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예고했다.

◇비슷한 성향의 트럼프·존슨, 정상으로 첫 만남…'찰떡 공조' 여부 주목

집권 후 본격 외교 데뷔전을 치르는 존슨 영국 총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존슨은 기존의 EU 탈퇴합의안의 재협상을 요구해왔지만, 프랑스와 독일, EU 지도부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G7 개최에 앞서 존슨과의 연쇄 정상회담에서 재협상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앞으로 한 달 간 브렉시트를 둘러싼 교착 타결을 위해 집중 논의 기간을 갖기로 합의한 상태다.

강한 보수 성향과 포퓰리즘과 고립주의적인 기조를 공유한 트럼프와 존슨이 정상 자격으로 처음 대면하는 것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는 존슨의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는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지만 '영국판 트럼프'라 불린 존슨에 대해선 호감을 표해왔다. 트럼프와 존슨은 25일 단독 조찬회동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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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에서 마주 보며 인사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의 'G8' 복귀 타진에 관한 G7 국가들 여론에 촉각

러시아의 G8 복귀 가능성 타진에 대한 G7 정상들의 의견도 중장기적인 국제관계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변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의 7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했던 G7 정상회담은 1998년 러시아를 정회원으로 받아들이면서 G8으로 확대됐지만,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뒤 러시아는 제명됐다.

마크롱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G7 개최 직전인 지난 19일 파리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마크롱은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다시 합류해 G8 체제를 되살리는 게 적절하다"고 밝히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러시아가 (G7 정상회의에) 포함되는 게 훨씬 더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혀 이번 G7에서 러시아의 G8 복귀 단초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다만 G7 중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은 러시아의 복귀에 반대입장을 잇달아 표명한 상태다.

이외에도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 등 G7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제들도 세계 안보와 정치적 안정을 위한 의제로 광범위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하나의 공동의 입장으로 정리할 만한 의제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에 따라 폐막일에 공동선언 채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파리의 외교가에선 이미 정설처럼 나오고 있다. 의장국 프랑스가 공동선언 채택을 아예 처음부터 생각지 않고 이번 G7을 준비해왔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작년 6월 캐나다 퀘벡의 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보호무역과 관세장벽 배격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을 보이콧한 데 이어 올해에도 공동선언 채택이 불발할 경우 G7 체제의 유효성과 당위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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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교도·로이터=연합뉴스]



◇G7 멤버인 일본, 한일 갈등 관련 홍보전 나설 수도…정부 '촉각'

일본과 반목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G7 무대에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아시아 유일의 G7 일원인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노역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버리는 수출 규제에 나섰고 한일 갈등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WTO 체제의 자유무역 기조를 뒤흔드는 이런 조처에 대해 일본은 G7의 일원이라는 지위를 이용, 자신들의 입장을 서방에 일방적으로 홍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G7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G7 석상에서 정상들끼리 '스킨십'을 다지며 근접 다자외교를 펴는 기회에 동참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G7을 앞두고 청와대와 외교부의 고위 당국자들을 G7 의장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캐나다, 미국, 이탈리아 등지로 급파해 우리 측 논리와 당위성을 집중적으로 설명해왔다.

정부는 G7에서의 일본의 움직임과 다른 G7 정상들의 의견표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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