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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ㆍ멸종식물 가득한 ‘한국의 갈라파고스’ 울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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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생태 II] 통구미 향나무 울릉국화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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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전경.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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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릴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울릉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울릉도는 자연경관도 훌륭하지만 섬 생태나 식생을 볼 때 울릉도에만 사는 특산식물이 있기 때문이죠.

울릉도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다면 울릉도의 지형ㆍ지질학적 가치, 다양한 생물종과 희귀ㆍ멸종식물의 보존 가치 등이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울릉도의 가치가 국내를 넘어 세계에 당당히 알려진다는 것은 단순히 신비한 섬이란 인식을 떠나 지리적ㆍ학술적 보전 가치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울릉도와 울릉도의 식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으며,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한반도ㆍ일본ㆍ러시아와 다른 독자적 식물지리학적 특징 지녀

울릉도는 신생대 3기 플라이오세 전기부터 후기 시대, 약 250만~460만년 전에 해저 2,000m에서 솟은 용암이 굳어져 형성된 화산ㆍ해양섬(oceanic island)입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 및 러시아에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었던 지형ㆍ지질적 특성으로 인해 인접 지역과는 달리 독자적인 식물지리학적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유사한 면적의 다른 섬보다 더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이며, 내륙과는 독립적인 자연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우 독특한 식생과 식물분포학적 특성이 있으며, 분포하는 다수의 특산식물과 식생이 저만의 고유성을 보여 줍니다.

울릉도의 기후는 온난다습한 해양성기후로 내륙보다 여름은 선선하고 겨울은 온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같은 위도상의 내륙지역에 비해 난대성식물이 많이 분포합니다. 연평균 기온은 12.3℃로 월평균 기온이 연중 0℃ 이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연강수량은 1,236.2㎜로 여름과 겨울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섬이 지리적으로 동해의 난류와 한류의 접합대에 위치해 상록활엽수림과 침엽수림, 낙엽활엽수림이 동시에 나타나는 독특한 식생 구조를 보여 줍니다.

울릉도의 산림 식생은 크게 난온대성 상록활엽수림과 냉온대성 낙엽활엽수림으로 구분됩니다. 난온대성 상록활엽수림은 해발 500m 미만 지역에, 냉온대성 낙엽활엽수림은 500m 이상의 산림지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종으로 난온대성은 후박나무, 참식나무, 송악, 굴거리나무, 섬잣나무, 섬개회나무 등이 있고, 냉온대성은 너도밤나무, 두메오리나무, 섬피나무, 마가목, 섬쥐똥나무, 섬노루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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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도동 뒷산에 자리한 수령 2,000년 된 울릉도 향나무.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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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뿐만 아니라 식물 자생지도 천연기념물 지정

울릉도의 식물상에 관한 연구는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17년 이시도야 쓰토무(石戶谷勤)를 시작으로 초기에는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ㆍ1919, 1928, 1930), 등 주로 일본 학자에 의해 이뤄졌는데, 특히 나카이는 400여 분류군의 자생식물과 함께 40여 분류군의 울릉도 특산식물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후 국내 여러 학자들을 중심으로 추가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문헌에 기록된 관속식물의 수는 137과 496속 1,040여 분류군으로 정리됐으나, 여기에는 실체가 모호한 분류군, 오동정, 분류학적 이명과 재배식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으므로 울릉도의 정확한 관속식물상을 밝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울릉도에는 식물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것은 아니나 식물이 자라는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 태하령의 섬잣나무ㆍ솔송나무 자생지가 천연기념물 50호로 지정돼 있으며, 통구미와 대풍령의 향나무 자생지가 각각 천연기념물 48호와 49호로 지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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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섬 자라는 식물인 향나무. 울릉도에는 크고 오래된 향나무가 많이 있었으나 사람들이 함부로 베어가면서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졋다. 이에 따라 통구미와 대풍령의 향나무 자생지는 각각 천연기념물 48호와 49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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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원수나 공원수로 많이 심는 향나무는 울릉도의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강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 제사 때 향을 피우는 용도로 많이 쓰이죠. 예전에는 크고 오래된 향나무가 많이 있었으나 내륙에서 온 사람들이 함부로 베어 가는 바람에 통구미 자생지는 물론 울릉도 다른 지역에서도 크고 오래된 나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합니다. 울릉도 남쪽에 있는 통구미의 향나무 자생지는 향나무의 원종(原種)이 자생하고 있는 곳입니다.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는 곳이지요. 따라서 이곳은 무분별한 훼손을 막고자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울릉도에서만 자란다고 해서 ‘울릉’이라는 이름이 붙은 울릉국화가 자라는 나리분지 자생지도 천연기념물 52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한국 특산종인 울릉국화의 꽃은 관상용으로 쓰이고 한방에서는 포기 전체를 중풍ㆍ식욕부진ㆍ신경통 등의 약재로 씁니다. 또 도동 바위산의 섬댕강나무와 섬개야광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51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인봉 원시림도 천연기념물 189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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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울릉국화는 바닷가의 산지에 서식하며 9∼10월에 꽃을 피운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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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도 다수 분포

울릉도는 섬이란 특이성과 해양성기후 등으로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습니다. 울릉도 특산식물이란 그 지역에만 서식한다는 의미와 동시에 이곳에서 종이 사라지면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의미가 있어 더욱더 위기의식을 갖고 보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일본 학자 나카이는 1919년 울릉도의 특산식물을 40여 분류군으로 보고했습니다. 기타가와와 오위는 각각 1937년, 1938년 50여 분류군의 특산식물을 기록했고요. 이후 연구에서 국내 학자들은 40여 분류군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울릉도의 관속식물상’이라는 논문에서는 23과 33분류군으로 보고했습니다.

특산식물 중 분류학적 검토가 필요한 종이 몇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섬자리공의 경우 내륙에 분포하고 있는 자리공과 같은 종이란 이견이 있습니다. 또 섬황벽나무, 섬댕강나무 등의 경우 분류학적 위치와 계통관계에 대한 논란이 있어 근연종(생물의 분류에서 유연관계가 깊은 종류)과의 분류학적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1년 내내 습도가 고른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던 너도밤나무가 1998년 중국에도 분포하는 종으로 확인돼 특산식물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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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던 너도밤나무는 1998년 중국에도 분포하는 종으로 확인돼 특산식물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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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산식물 중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섬개현삼(섬현삼)의 경우 분포지역이 태하리와 남서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변가 도로변에 주로 자리 잡고 있어 인위적인 간섭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미 해안도로 건설과 태풍 피해로 자생지가 파괴돼 상당수의 개체가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사동항 및 울릉공항 건설 추진 등에 따른 해안도로의 확장으로 분포지역이 더욱 감소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울릉도 해안가 절벽과 바위 지대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섬개야광나무도 멸종위기 야생식물입니다. 도동, 추산, 통구미 등지의 해안 절벽에 소수의 개체가 분포하고 있는데 섬개현삼과 더불어 지속적인 보존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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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식물인 섬개현삼은 해변가 도로변에서 주로 서식하는 탓에 도로건설이나 확장, 태풍 등으로 인해 자생지가 파괴돼 상당수의 개체수가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점점 늘어나는 귀화식물, 살 곳 잃어가는 자생식물

울릉도 특산식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울릉도에만 분포하는 식물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종이 개종용입니다. 일본에도 분포하고 있는 열당과의 여러해살이 기생식물로, 분포지역이 줄어들고 있어 보호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충북 제천에서도 자란다는 보고가 있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른 종으로는 헐떡이풀이 있는데요.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일본, 대만, 중국, 히말라야 등에 분포합니다. 주로 해발 200∼800m 산지 숲속에서 자랍니다. 천식이나 기침으로 인해 기관지나 숨이 헐떡거릴 때 이 식물이 효능이 좋다 하여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헐떡이풀도 개종용과 마찬가지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종입니다. 그 외에도 미역고사리, 물엉겅퀴, 섬잣나무, 울릉미역취, 솔송나무 등이 울릉도에서 분포하고 있습니다.

또하나 울릉도 식생에서 주의 깊게 다뤄져야 하는 건 귀화식물입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착화한 식물을 귀화식물이라고 합니다. 2007년 울릉도의 귀화식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1과 49속 63종 2변종 65분류군으로 국화과 별꽃아재비, 큰금계국 등 약 27.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그런데 2015년 ‘울릉도 귀화식물의 특성과 공간 분포 연구’ 논문에 따르면 18과 53속 77종 4변종 81분류군으로 16분류군이 추가 확인되는 등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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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 볼 수 있는 섬개야광나무. 무분별한 채취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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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식물의 유입경로를 유추해 보면 바람, 조류 및 해류 등의 자연적인 이입과 다른 지역과의 물물교환, 관광객을 통한 인위적 이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현재 울릉도 관광유람선 항로 및 운항 횟수의 증가, 사동항 건설 및 도로 개설 등에 따른 외부건축 자재 유입 등으로 인해 귀화식물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의 분포가 확산하면서 울릉도 자생식물 및 특산식물 등의 자생지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25년 완공 예정인 울릉공항이 자리 잡으면 파장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일부 귀화식물은 생명력이 자생식물보다 강해 자생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하며 식물생태계를 교란하기도 합니다.

귀화식물에 대한 분포 조사 및 외부와의 연결성이 높은 지역인 울릉읍, 사동 등을 중심으로 귀화식물이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관리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입니다. ‘신비로운 섬’이나 ‘한국의 갈라파고스’ 같은 수식어는, 우리가 울릉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과 공존하며 살아갈 때 다음 세대에도 계속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울릉도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소중한 세계적 자연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현창우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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